, 혹은 이라는 제목으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혹시 당신이 이들을 만나본 적이 없다면, 먼저 서점에서 그 이름을 찾아라.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과격파 공산주의자 읍장과 뚱뚱한 가톨릭 신부가 펼치는 온갖 소동들. 종교와 이데올로기, 꼬장꼬장한 성격과 불 같은 성질을 뒤섞어 오븐에 구워 내놓은 멋진 유머들. 먼저 그것을 맛보고 나서 이 이야기를 하자.
(부키 펴냄)은 교황을 비롯해 세계 40개 언어권의 애독자를 거느렸던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가족 일기다. 작가랍시고 까탈스럽게 구는 남편을 못마땅해하는 부인 마르게리타, 학교에서 뭣 좀 배웠다고 집안의 이방인이 돼가는 아들 알베르티노, 도발적인 궤변으로 아버지를 궁지에 몰아넣는 딸 파시오나리아. 과레스키는 이들 사이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자부심은커녕, 가장으로서 변변한 권위도 얻지 못한다. 다른 걸 떠나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조차 인정해주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난다.
어느 날 초등학생인 아들이 과레스키에게 묻는다. 친구에게서 아빠가 책을 몇 권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단다. 맞느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책장 두 번째 칸에 꽂혀 있는 것들이다. 시큰둥하게 책을 들고 가는 아들. 그러자 부인이 당혹해하며 말한다. “자식들은 아버지가 쓴 책을 절대 읽지 않아야 해요. 화학이나 물리학 같은 과학책이라면 모를까, 문학은 절대로 안 돼요. 당신이 쓴 책은 특히 그래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이 나름 사랑받는 작가이며, 외국에도 자신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항변하는 아버지. 그러나 부인의 말이 옮았다. 아들 알베르티노의 반응은 이랬다. “대충 서둘러서 썼더군요.” 뭐라고? 그렇다면 이 집안의 생계는 누가 무슨 일로 책임지고 있단 말인가? 과레스키는 가족들에게 복수를 하기로 한 것 같다. 그들을 은근슬쩍 책 속에 등장시켜 밥벌이에 동참시킨 것이다.
그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책의 곳곳에서 두 아이의 천진난만하고 도발적인 생각과 행동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엄마는 저녁 무렵 멜로드라마의 감성으로, 자기가 죽으면 차가운 땅에 묻히고 아이들이 자신을 잊어버릴 걸 걱정한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가 죽으면 자전거를 자신에게 달라며 상속 놀이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달변으로 부모를 농락한 뒤 온 집안에 녹색과 빨간 쪽지를 붙인다. 자신들이 상속받을 물건을 미리 배분해둔 것이다. 아빠는 근엄하게 그들의 잘못을 훈계한다. 그 결과, 이마에 빨간 쪽지를 붙이게 된다.
때는 영화 로 이탈리아가 세계적인 관광국가로 발돋움하던 시대. 작은 자동차를 타고 고향인 밀라노 근교에서 남쪽으로 여행을 떠난 가족들. 그러나 조토가 만든 피렌체의 종탑도 로마의 콜로세움도 이들에겐 관심 밖이다. 아들은 만화잡지에 파묻혀 있고, 아내는 “당신 아이들의 엄마에게 소홀히 하는 것보다는 로마를 소홀히 하는 게 훨씬 나아요”라고 말한다. 결국 전형적인 로마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간판엔 ‘볼로냐 식당’이라 적혀 있고, 토스카나 출신의 식당 주인은 파비아식 수프와 밀라노식 스테이크를 식탁에 올린다.
의 구성원들은 언제나 작은 전쟁들을 만들어내고, 공교육, 노사 대립, 민주주의와 평등 같은 그 시대를 뒤흔들던 온갖 논쟁의 소재들을 저녁 식탁 위에 올린다. 5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문제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 가족만큼 그 문제를 즐기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동네마다 똑같은 이름으로 자리잡은 제과 체인에 질린 사람들이여, 마르게리타가 만든 ‘연옥 케이크’를 먹어보고 싶지 않나?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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