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치러진 유럽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얻은 득표율은 파시스트의 각개약진을 체감하게 한다. 스위스 인민당 28.9%, 노르웨이 진보당 22.9%, 네덜란드 자유당 15.5%, 프랑스 국민전선 11.9%, 헝가리 요비크당 16.7%, 이탈리아 북부동맹 8.3% 등의 득표율은 2000년 전후의 총선 때에 비하면 5~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정치 공백기, 진화하는 파시스트
종전 이후 60여 년 만에 파시즘은 다시 유럽 정치의 한 가운데로 바짝 다가섰다. 특히 ‘유럽의 유럽’이라 불리는 사회복지의 천국 스웨덴에서도 최근 총선에서 반이민·반유대인 정책을 내세운 극우 스웨덴민주당이 5석을 얻어 창당 22년 만에 의회에 진출하는 이변을 낳았다. 극우 이념은 전 유럽을 갈색(혹은 검은색)으로 뒤덮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판 1월호가 유럽 극우정당을 예의주시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먼저 역사학자이면서 기자인 도미니크 비달은 유럽 각지 극우정당의 단편들을 조합해 유럽 극우파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 보인다. 그는 유럽 전반에서 의회 진출에 사활을 거는 ‘신극우파’ 등장과 함께, 의회에 진출한 극우파의 빈자리를 메워줄 ‘UFO’적인 파시스트들의 등장에 주목한다. 그에게 새롭게 등장한 극우파는 예전의 극우파와 다르다. 이들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극우파’다. 극우정당들이 “국가와 전통,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다른 성격을 띠는” 쪽으로 진화하는 상황은, “어떤 대안 세력도 세계화된 금융자본의 헤게모니 위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고 그는 진단한다. 정치의 공백기에 극우파들이 스스로를 대안 세력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남유럽으로 넘어가자. 특파원 로랑 보넬리는 폭넓은 지지층을 지닌 스페인의 민중당과 온건·급진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탈리아의 극우정당을 비교한다. 동유럽의 극우는 어떠한가? 독일 비아드리나대학 교수인 미하엘 민켄베르크는 민주주의 경험이 일천한 동유럽 사회의 극우파는 서유럽과 달리 전제적 통치 체제를 그리워하며, 이들은 국가의 ‘정체성’을 이루는 민족과 영토 개념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이는 동유럽의 체제 변화와 역사적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까닭이다. 한편
여전히 정파 논리에 매몰된 진보
고민은 ‘파시즘 전야’ 코리아로 돌아온다. 국제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국장 홍성준은 전 세계적인 보수의 공세 속에 정파 논리에 매몰돼 진정한 연대를 도모하지 못하는 한국 진보 진영을 비판한다. 똑똑한 계급대중에 비해 진보 진영의 공부는 너무 게으르다는 지적이 뜨끔하다. 최병두 대구대 교수(지리교육)는 이명박 정부가 사회 구성원 70%가 반대한다는 4대강 사업을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이유를 ‘권력의 환상과 자본의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저항하는 대중의 사회·생태적 의식이 변화의 단서라고 역설한다.
극우파로 대변되는 반이성적이고 극단적인 움직임에 대해 경계를 일깨우는 한국판 1월호는, 유럽을 넘어 퇴행과 반동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각성을 남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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