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안게임이 한창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 등을 보란 듯이 따돌리며 혼자 금빛 질주를 하며 막강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스포츠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경제에서도 그러하며, 문화예술에서도 놀라운 기세를 보인다. 특히 클래식 부문에서 중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를 배출해내고 있다. 중국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교사만 10만 명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수의 피아노 학도가 있을지는 자명한 일이 다. 한국의 중고 피아노들이 중국에 대거 수출될 정도로 중국에서 피아노는 공급이 늘 모자란, 가정의 필수 악기가 되었다.
이 피아노 열풍에 불을 댕긴 피아니스트가 있다. 바로 랑랑이다. 2살 때 만화 에서 을 듣고 피아노 음악에 빠져버린 만주 랴오닝성 선양 출신의 랑랑은 중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베를린필·빈필과 협연한 연주가가 되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는 물 위에서 피아노를 치는 공연을 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흰색 의상을 입고 흰색 피아노를 치며 을 연주했다. 그의 연주 스타일은 마치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무술 장면처럼 테크닉이 화려하고, 표정과 터치가 과장적이다.
랑랑은 2009~2010 시즌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예술가로 선정돼 1년 내내 베를린필홀에서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독주회, 실내악 공연을 펼쳤는데 그가 출연한 모든 공연이 빠른 속도로 매진될 정도로 큰 인기를 차지했다. 랑랑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100주년 기념 아시아 투어 때의 내한 공연 및 8천 석의 베이징 인민궁전홀 공연, 런던 BBC 프롬스의 거대한 로열앨버트홀 공연을 매진시켰다. 또 2007년 노벨상 수상식, 독일 월드컵 당시 뮌헨올림픽 스타디움의 개막 공연 갈라 콘서트에서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공연하고, 2008년 유럽컵 축구대회 폐막 콘서트에서 주빈 메타가 이끄는 빈필과 쇤브룬궁전에서 협연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마침 랑랑의 내한 공연이 12월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화려한 연주로 대중의 찬사를 받는 동시에 전통적 해석을 무시하는 듯한 개성적인 연주 스타일로 비판받기도 하는 이 연주자가 이번 내한 공연에서 과연 어떤 연주를 들려줄지 궁금해진다.
랑랑과는 또 다르게 단정하고 귀족적인 피아니즘으로 유명한 피아스니트로 윤디 리가 있다. 2000년 제14회 폴란드 쇼팽콩쿠르에서 18살의 나이에 최연소로 당당히 우승하며 국제 무대에 혜성같이 떠올랐다. 그는 최근에 이름을 랑랑처럼 두 음절인 ‘윤디’로 바꾸고 연주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칭 출신의 이 피아니스트는 얼마 전 내한 공연을 했는데, 쇼팽 스페셜리스트로서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들이 앞다퉈 원하는 독주자로 명성을 쌓고 있다. 대중적이고 전방위적인 유명인사인 랑랑과는 달리 전통적인 클래식 연주자의 행보를 보인다.
여기에 한 명 더 중국 음악인이 가세했으니 베이징 출신의 23살 여성 피아니스트 유자왕(왕위자)이다. 지난해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한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 무대에서 프로코피예프의 을 협연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작고 가냘픈 체구지만 속주와 힘있는 터치로 큰 음량을 가진 그는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뒤를 이을 여성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고 있다.
랑랑, 윤디 그리고 유자왕에 이르기까지 3명의 큰 별을 중국이 갖게 된 것은 빼어난 실력에 더해 많은 인구를 가진 시장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세계 굴지의 음반사·기획사들도 성장하는 중국의 클래식 음악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더욱 분발해, 이 중국 3인방을 능가할 건반 위의 예술가가 등장하길 기대한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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