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놀라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세계적인 명성의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는 것이다.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페스티벌은 여름에 펼쳐지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함께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가 자랑하는 양대 페스티벌 중 하나다. 그동안 이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은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였다. 그런데 새로 발탁된 사람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악가라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40대의 여성 현역 성악가가 예술감독이 될 수 있었을까?
최근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행보를 보면 수긍이 된다. 그녀는 최고의 콜로라투라 메조소프라노다. 바로크 오페라와 모차르트, 로시니의 작품에 탁월한 기량을 보여준 그녀는 속사포처럼 쏘아대고 빠른 고공비행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기교로 듣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이탈리아인답게 활달한 성격을 지닌 그의 오페라와 독창회 무대는 늘 청중으로 가득 메워졌다. 목소리의 질량감은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가볍고 솜털처럼 날아갈 것 같은 소리를 지닌 조수미씨와 같은데 음역이 더 낮은 메조소프라노라고 이해하면 빠를 것이다.
무대와 레코딩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단 한 차례 있었던 내한공연에서도 전석 매진을 기록한 바르톨리가 최근에는 책임감을 더욱 느낀 듯하다. 음반 레코딩에 심혈을 기울여 잘 불리지 않고 묻혀진 레퍼토리들을 발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에서 모차르트를 죽게 만든 사악한 인간이라는 꼬리표와 의혹을 갖게 된 빈의 궁정악장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을 바르톨리는 음반으로 취입했다. 살리에리는 결코 모차르트를 죽인 인물이 아니고 영화 에서 잘못 알려진 그의 이야기를 바로잡고 싶었으며, 비록 지금은 저평가됐지만 살리에리가 가진 위대한 음악을 이탈리아 음악계의 후손으로서 전세계에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바르톨리는 최근 (Sacrificium)이라는 음반을 발표했다. 라틴어로 ‘희생’이라는 뜻인 이 앨범은 바로크 시대로부터 낭만주의 초기에 이르기까지 가톨릭 교회의 찬양과 오페라 무대를 위해 희생된 카스트라토(Castrato)들에게 헌정한 음반이다. 카스트라토란 거세한 가수다. 어린 시절 목소리가 아름다운 찬양대의 어린이 중 가난한 집안의 어린이를 골라 부와 명예를 보장해주며 거세를 했다. 남자 어른의 폐활량과 체격에 아름다운 고음의 목소리가 나오니 당시 청중들은 열광했다. 바르톨리는 당시 1년에 무려 3천 명에 이르는 이탈리아 어린이들이 거세당했고 세계 오페라 무대와 성당으로 팔려나갔다고 음반에 적고 있다. 카스트라토는 이탈리아의 수출품이었고, 예술을 위해 인권을 유린한 행위였다. 그런데도 교황이 있는 바티칸 가톨릭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인간의 목소리’라며 이런 행위를 묵인하고 수수방관했다는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파리넬리나 카파렐로 같은 이탈리아의 유명한 거세가수 카스트라토들은 헨델이 런던에서 올린 오페라 같은 작품에서 대활약을 펼쳤다. 바르톨리는 자신과 음역대가 비슷한 카스트라토들의 노래를 발굴해 세계 최초로 레코딩을 한 것이다.
바르톨리의 노력은 음반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저명한 ‘에호클라식상’은 나폴리 카세라타 궁에서 카스트라토의 오페라 주역 분장을 하고 찍은 바르톨리의 음반 DVD를 올해의 최고 성악 연주 리사이틀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세계적 명성의 독일 오페라 잡지 에서도 같은 부문의 상을 안겨주었다. 바르톨리의 이런 과거 음악사를 복구하고 새로운 음악의 길을 제시하는 노력들이 여세를 몰아 잘츠부르크 성령강림절 축제의 예술감독 자리까지 맡게 한 것이다. 그녀의 행보는 클래식 음악과 성악 발전을 위해 매우 균형 잡힌 모습을 띤다. 앞으로 바르톨리가 음반과 음악 축제를 통해 펼쳐 보일 새로운 레퍼토리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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