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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외

등록 2010-09-09 15:36 수정 2020-05-03 04:26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김민아 지음, 끌레마(02-3142-2887) 펴냄, 1만3800원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청소년을 위한 인권 지침서가 나왔다. 청소년은 가장 고달픈 존재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낀 세대, 성장통을 앓으며 정신적인 공황기라는 세대적 특성에 한국적 특성까지 더해진다. 아침 일찍 등교해 밤늦게까지 학교에 붙들려 있어야 하고, 성적에 따라서 차별을 당한다. 이들에게 인권은 항상 유보된다. “공부해서 대학 가서 해야지”라는 사회적 ‘공모’ 아래 “조금만 기다려” 식이다. 저자는 ‘지금 여기’서 인권을 누려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는 학생생활 규정으로 학생들의 생활을 ‘꼼꼼하게’ 또는 ‘꼼짝 못하게’ 규정해놓고 있다. 어떤 학교의 휴대전화에 대한 생활규정은 이런 식이다. “휴대전화는 소지하지 말고 부득이 소지시에는 전원을 끈 상태에서 본인의 책임하에 가방 속에 넣어 보관한다. 주머니 속 보관을 금지한다. 등교 후 교내에서의 사용을 일체 금지한다.” 이렇게 ‘하지 말라’ 투성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한 교사가 학생들과 맺은 ‘휴대전화 협약’을 들려준다. 휴대전화 사용에 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웠고, 학급회의를 열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의견을 모아 협약으로 정리했다. 선생님이 강제로 빼앗지만 않는다면 수업시간에는 절대로 휴대전화를 쓰지 않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만 쓰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협약에는 선생님에 관한 단서 조항도 있고, 아이들이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의무도 명시돼 있다. 무엇보다 토론을 통해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확인했다.

책은 이렇게 학생의 인권에 생동감 있는 사례로 다가간다. 일기장 검사하는 어머니와 일어난 충돌, 왕따를 당한 학생의 어머니, 교복을 왜 줄여 입느냐는 물음에 대한 학생들의 대답 등이 등장한다.

저자는 2003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다. ‘미나리와 인권을’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청소년이 선생님이란 무엇인가, 학생이란 무엇인가에 답한 내용을 보여주고, 학생들이 그린 마음그림으로 청소년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자료들도 꼼꼼하게 챙겼다. 세계인권선언, 유엔 인권조약, 유엔 아동권리협약, 우리나라 헌법과 각종 법률 조문을 사안별로 보여준다.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지음, 마티(02-33-3110) 펴냄, 1만3천원

장정일의 여덟 번째 독서일기다. 앞선 7권의 독서일기와 비교하면 이번 책은 일상을 담은 문장의 비중을 줄이고 ‘독서와 현실 사이에 난 길’을 탐닉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장정일은 자신의 오랜 독서 생활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독서란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한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02-948-7289) 펴냄, 1만3천원

과소비를 우려하는 사회운동가 몇몇은 1992년 소비주의에 대한 항의로 1년 중 하루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로 정했다. 여기, 기업인이 되어 큰 돈을 벌겠다던 야망을 가졌던 청년 마크 보일은 2007년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점으로 1년간 소비 없는 삶을 실험해보기로 한다. 그는 1년 동안 돈 없이 살아보면서 삶에 돈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돈이 조금 덜 중요한 사회가 되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깐깐하게 고민한다.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

얼음의 땅 뜨거운 기억
하영식 지음, 레디앙미디어(02-780-1521) 펴냄, 1만5천원

일곱 번째 방문이었다. 분쟁 전문 저널리스트인 하영식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낡은 미니버스를 타고 춥고 추운 땅을 달리고 있었다. 그가 덜컹거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그 차가운 땅덩어리를 찾은 이유는 자유를 좇은 인간의 열망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척박한 땅에 말간 얼음처럼 묻혀 있는 노동자·문학가·사상가들의 자유와 혁명의 기운을 캐내 책 안에 고스란히 담아왔다.


〈찰스 다윈 평전 1·2권〉

〈찰스 다윈 평전 1·2권〉

찰스 다윈 평전 1·2권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 김영사(031-955-3100) 펴냄, 각 권 3만5천원

평생 진화학을 연구해온 미국 하버드대학 과학사 교수 재닛 브라운이 다윈의 평생을 책으로 옮겼다. 진화론의 ‘진화’ 과정과 과 관련한 논쟁을 다윈이 쓴 수만 통의 편지와 일기, 저작물, 논문과 연구서, 주변인의 서술을 통해 섬세하게 살핀다. 1권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는 다윈이 태어났을 때부터 박물학자가 되기까지, 2권 ‘나는 멸종하지 않을 것이다’는 출간과 이후 벌어진 ‘진화’를 둘러싼 논쟁을 생생하게 전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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