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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라이브

등록 2010-02-10 15:17 수정 2020-05-03 04:25
밤이면 밤마다 라이브. 오정연

밤이면 밤마다 라이브. 오정연

“브루클린 걸, 넌 대체 왜 그렇게 심술궂은 거니?” 1월27일 밤 9시40분, 뉴욕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손톱만 한 바, ‘록우드 뮤직홀’을 메운 이들이 따라 부른 노래 은 천진난만한 멜로디와 가사가 특징이다. 2004년 9월 결성된 5인조 인디밴드 ‘슈아 앤드 더 굿 타임스’(Shwa & the Good Times)의 세 번째 앨범에 수록될 예정인 이 곡은 밴드의 리더인 슈아(조슈아의 애칭)가 ‘전 여친’에게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노래. ‘떠나간 그녀들을 향한 송가’는 이 밴드 초기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관성이기도 하다.

기나긴 겨울밤의 한 토막. 아담한 바에서 한잔 술에 지인들과의 수다를 곁들인 친근한 라이브 음악이라면, 세계 어디에서든 ‘굿 타임’으로 분류될 만한 시간이 아닐까. 간판도 찾을 수 없는 이 작은 바를 찾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클래스메이트의 친오빠가 슈아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족·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갓 감상한 따끈따끈한 음악의 배경 등을 전해듣는 건 더없이 훈훈했다. 무엇보다 멋진 건 이들의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둔 덕분에, 앞으로도 계속 이들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뉴욕은 레이어를 짐작할 수 없는 거대한 놀이터다. 라이브 음악 역시 뮤지션들의 이름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눈 튀어나오는 매디슨스퀘어가든의 대형 콘서트부터 커버 차지(cover charge)도 따로 없는 작은 바의 공연까지, 남녀노소, 지갑 두께에 따라 맞춤 선택이 가능하다.

언제나 그렇듯 필자와 비슷한 두께의 지갑 소유자들을 위한 팁을 준비했다. 이스트·웨스트빌리지의 밤거리를 걷다가 괜찮은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가 있다면 일단 들어간다. 한 곡 들어보고 마음에 든다면 커버 차지의 유무를 확인한다. 참고로 10달러 미만이라면 납득할 만한 가격. 한 병이나 잔당 5달러에서 10달러 사이인 술(바에서 주문할 경우 1회 주문당 1달러 정도의 팁 권장)을 취할 정도로 마시다 보면 원치 않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으므로 음식·술에 관한 허기는 미리 해결해두자. 귀가 뒤에는 해당 뮤지션 혹은 바를 구글링한다. 메일링 리스트에 등록하거나 즐겨찾기를 해두면 언제든 경제적이고 친숙한 공연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커버 차지 없는 ‘착한’ 정책이 마음에 들어 록우드 뮤직홀을 검색해보니 하루 평균 예닐곱 팀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타이트한 스케줄이 인상적이다. ‘NYC 나이트라이프’ 폴더로 즐겨찾기. 갈수록 실해지는 이 폴더의 다른 사이트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입장료 10달러만 내면 술을 주문하지 않아도 코미디쇼, 시낭송회, 음악 공연 등을 즐길 수 있는 ‘바우어리 포에트리 클럽’(Bowery Poetry Club), 10달러의 커버 차지에 1회 공연마다 주문 필수 조항이 걸리지만 언제건 양질의 재즈 공연이 보장된 ‘55 바’, 칵테일 한잔으로 버티더라도 1인당 30달러의 예산을 준비해야 하기에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야만 한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호텔 바의 분위기를 양껏 즐길 수 있는 칼라일 호텔의 ‘베멜만스 바’(Bemelmans Bar·우디 앨런 옹의 공연 스팟으로 유명한데, 이럴 경우 100달러 이상의 예산을 각오해야 한다고 들었다)….

이 ‘알찬’ 폴더의 문제점은 놀 곳은 많은데 할 일은 더 많고, 지갑만 혼자 만날 다이어트 중인 서글픈 현실을 자꾸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오정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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