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길 펴냄) 제2권이 출간됐다. 1960년에 창간돼 올해로 50년의 전통을 자랑하게 된 이 저명한 월간지의 한국어판이 지난해 초에 처음 소개됐고, 딱 1년 만에 제2권이 나왔다. 제1권이 200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의 입장과 색깔을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와 저자들을 묶었다면, 제2권은 ‘인권과 문화이론’을 주제로 한 3부를 제외하면 모두 2008년과 2009년에 발표된 글들을 선별해 실었다. 그만큼 시의성이 강화됐고 ‘뜨끈한’ 이슈가 많아졌다.
프랑스는 ‘도의적 차원’에서 거부한 불평등 거래
〈뉴레프트리뷰〉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를 주제로 한 1부에 이어, 2부는 ‘세계의 민주주의 현실’을 라틴아메리카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의 현 상황을 사례로 짚어주고 있고, 데이비드 하비와 프레드릭 제임슨 등의 글이 3부, 의 저자로 지난해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조반니 아리기와의 대담이 4부에 배치됐다. 특집이라 할 만한 것은 1부에서 다루는 로버트 브레너의 심포지엄과 2부에 들어 있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관한 세 편의 글이다. 특히 NPT 문제를 다룬 글들은 북핵 문제와도 연계된 사안인지라 눈길을 끈다. 는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노먼 돔비, 피터 고언, 수전 왓킨스 등 세 필자의 주장을 정리해서 재구성하자면, 일단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타협한 결과물로서 1970년에 발효된 NPT는 애초에 핵보유국과 비핵국가들이 맺은 불평등한 ‘거래’였다. 비핵국가들이 핵무기 개발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국제사찰 아래 원자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으니, 핵보유국인 프랑스조차 NPT가 열강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할 뿐이라면서 ‘도의적 차원’에서 협상을 거부했을 정도다.
실제로 NPT는 핵보유국이 져야 할 의무사항은 거의 전무한 반면에 비핵국가들은 갖가지 제약조건을 수용해야 하는 일방적인 조약이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핵확산이 억지돼야 한다는 ‘억지 이데올로기’의 힘을 빌려 이 조약이 큰 성과를 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외에는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만이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원자력 프로그램 보유국 수에 비하면 놀랍도록 적은 수다.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은 모두 안보상의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초강대국의 안전 보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는 북한과 이란, 이라크도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핵무기를 보유하고도 노골적으로 NPT를 거부해온 이들 세 나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았다.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악의 축’이라 지목됐다.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했다는 의혹이 있음에도 사찰을 거부한다고 서방으로부터 비난받았지만, 한국 또한 2002년과 2003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나중에야 비밀리에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실토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연합은 이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반면에 북한은 하찮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원조를 얻어내려고 여러 차례 교섭을 시도했으나 강대국의 속임수에 당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NPT 가입을 대가로 약속받았던 소련제 원자로도 미국제 경수로도 결국엔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NPT는 세계 평화를 지키는 수단이 아니라 미국의 지배력을 강화해주는 도구에 불과하다. 미국 군사력의 세계적 팽창이 억지력 확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상 이란이나 북한이 핵 억지력을 갖춘다고 해도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파괴력의 200만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NPT가 출현하면서 핵무장 해제 운동은 잦아들었고, 부유한 국가들이 엄청난 양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잊혀졌다. 이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은 오히려 ‘핵항의금지조약’으로 불려야 마땅하다. “진정한 핵무장 해제로 나아가려면 NPT를 폐기해야만 한다”는 것이 의 결론이다.
로쟈 인터넷 서평꾼·blog.aladdin.co.kr/mram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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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0일 한겨레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