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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의 치유법

<르 디플로> 한국판 신년호…오바마의 미국과 이명박의 한국이 겪는 분열증적 병폐 짚어
등록 2010-01-07 18:57 수정 2020-05-03 04:25
<르 디플로> 한국판 신년호

<르 디플로> 한국판 신년호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생도들 앞에서 ‘무력의 신중한 사용’을 당부하고, 오슬로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장에서는 ‘무력 사용의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것은 가히 정신분열적이다.”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기표(記表)와 4대강 사업으로 사실상 대운하를 하겠다는 기의(記意)는 가히 ‘분열증적 병폐’를 보여주고 있다.”

오바마, 우파와 거래하는 거간꾼

(이하 ) 한국판 신년호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정신분열의 치유법을 모색한다.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중성에 대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세르주 알리미 발행인은 이번호에서 비판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금융규제와 의료보험 개혁 과정에서 적당한 타협으로 꼬리를 내린 오바마를 우파와 거래하는 ‘거간꾼’으로 단정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 오바마가 포장한 ‘중도’는 마틴 루서 킹과 로널드 레이건 모두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과 같다고 비꼰다. ‘똑같은 정치적 테크닉을 구사하는 똑같은 인물들’에 의해 수많은 법안의 상정이 보류되고 내용이 삭제되는 이유는 정치자금을 대준 기업들의 로비 앞에서 공공의 이익을 팽개치는 오바마 정부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고 본다.

불타는 디트로이트 르포 기사는 오바마의 유턴을 절절히 증언한다. “오늘 밤에도 집 한 채가 또 불탔어요. 요즘 일주일에 거의 한 채씩 집이 불타 없어집니다. 보험료를 받아 부유한 변두리로 이사가려고 일부러 불을 지르는 거예요. 이제 이 동네에서 아무도 살려고 하지 않아요.” 시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명이 외지로 떠난 디트로이트의 전무후무한 사태를 미국 자동차 산업의 몰락 탓만으로 돌리는 건 너무 안이하다. 인구의 4분의 1만이 차를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 도시, 8마일 길이의 긴 중앙분리대가 두 세계를 극명하게 갈라놓은 ‘미국식 아파르트헤이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97%의 몰표를 던진 이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보험 개혁은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들은 지금 오바마가 온갖 로비와 협상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국내 기사에선 세종시와 4대강의 문제를 ‘권력과 공간의 관계’ 속에서 바라본 최병두 대구대 지리학 교수의 기고가 눈길을 끈다. 최 교수는 권력은 어떤 매개물을 통해 시현되는데, 공간은 권력을 매개하고 가시화하는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라고 전제한다. 예를 들어 복원된 서울 청계천은 역사와 자연을 재현한 경관이면서 한편으론 권력이 행사되는 공간이다. 최 교수가 바라보는 ‘공간 권력과 정치적 동원’의 논리는 이렇다.

“세종시를 둘러싼 다툼의 쟁점은 중앙 부처의 일부 이전 여부인 듯하지만, 실상은 수도권의 이해관계와 비수도권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권력 다툼이다. 이는 지역감정을 동원해 호남과 영남 간 갈등을 유발하고, 이를 매개로 권력을 장악하려던 구태의연한 행태의 변형이다. 노무현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국가적 결속을 도모하고 지지 기반을 다지려 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4대강 환경 개선을 명분으로 국토를 파헤치고 이에 소요되는 돈을 풀어서 지지 세력을 확보하려 한다.”

권력자는 공간을 구획하거나 새로 만들어서 자신의 영토임을 과시하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그로 인한 희생이 고스란히 당대의 약자 또는 미래 세대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최 교수는 정치의 존재 의미를 꺼낸다. “권력에 내재된 공간적 속성, 공간과 시간을 분할하고 동원한 방식을 ‘민주화’하는 것이다.”

제왕적 언어기계의 조종자 MB

문화비평가 고길섶씨가 되짚은 ‘MB의 언어세계’는 다소 거칠지만 재밌다. ‘진실 혹은 거짓’으로 분열된 이 대통령의 언술이 도덕적 권위도 진정성도 상실했으며 ‘빵꾸똥꾸’ 징계 사건으로 제왕적 언어기계의 조종자란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진단한다. 이보다 더 우려되는 건 이러한 악성코드에 감염된 지배집단의 ‘유사 가족화’다. 이 밖에 ‘잘 늙을 수 있는 평등사회’ ‘뒷간의 위생학’ 등의 기사는 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읽을거리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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