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준 지음, 에쎄(031-955-8898) 펴냄, 1만5천원
욕심이 과하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52개 기업을 단 한 권에 담아버렸다. 그 비결은 ‘라이벌노믹스’라는 집중의 도구와 7가지 경영법칙에 따른 분산의 기술에 있다.
사돈 집안인 이병철 회장과 구인회 회장이 맞수로 갈라서는 ‘삼성전자 vs LG전자’편과 오일쇼크와 외환위기를 딛고 일어선 ‘현대건설 vs GS건설’편은 한국 산업화의 역사 자체다. 술들의 전쟁 야사가 감칠맛 나는 순도로 녹아 있는 ‘진로 vs 롯데주류’편과 “비비디 바비디 부” “쇼를 하라”로 상징되는 ‘SKT vs KT’편은 숨가쁜 도전과 응전의 파노라마를 펼쳐낸다. 오프라인와 온라인을 맞세운 ‘교보문고 vs 예스24’편은 경쟁 우위의 최적 지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에 대한 열쇳말을 보여준다. 반면 탱크주의 대우전자의 좌절에서 경쟁 우위의 소멸을 읽어낸다.
‘지식인’으로 날개를 단 네이버와 ‘아고라’로 이슈 파이팅에 성공한 다음의 라이벌전은 초침을 다툰다. 두 맞수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쇄신하는 시대정신의 최전방에 서 있기 때문이다. 비싼 제품을 기꺼이 사게 만든다는 ‘스토리텔링’ 법칙에선 이수만의 SM이 소녀시대를 세상에 띄우고 박진영의 JYP가 원더걸스의 원더풀을 연출해내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 미래의 이슈와 대안을 선점하려는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의 승부수는 ‘스토리텔링’에 있는 셈이다.
은밀한 아름다움과 아찔한 섹시함을 비교한 ‘비비안 vs 비너스’편은 삼각김밥을 즐겨 먹는다는 필자의 섬세한 심미관이 유감없이 투시되고 있는 대목이다. 사이사이 배치된 ‘맞수 키워드’는 알기 쉬운 경제교실이며 ‘인사이드 팁’은 경제의 오솔길이다. 경제팀장으로 현장을 누비는 필자의 체온이 배어 있어 읽는 재미가 배가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박찬수 지음, 개마고원(02-326-1012) 펴냄, 1만3천원
청와대와 백악관은 둘 다 대통령이 머무는 곳이지만 건물 구조에서 회의 방식, 경호 문화 등이 많이 다르다. 청와대는 산속에 위치한 ‘구중궁궐’이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미국 정치 드라마 을 즐겨 보던 노무현 대통령이 참모와의 거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청와대 본관 구조를 바꾸려고 했지만 여민관을 세우는 것으로 끝났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대통령제의 대표국가 미국에 한국의 정치문화를 비교해보는 좋은 키워드가 된다.
이반 일리히 지음, 박홍규 옮김, 생각의나무(02-3141-1616) 펴냄, 1만3천원
‘학교를 개혁하자’ 목소리가 터져나오던 1971년 ‘학교를 없애자’고 주장하고 나섰던 이반 일리히의 대표작. ‘학교화’에 대한 그의 비판은 가치의 제도화라는 시스템 속에서 신화화된 학교 제도에 대한 비판이다. 나아가 ‘학교화된 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가 학교 철폐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자율적 공생’이다. 1978년 를 시작으로 다섯 번 번역 출간된 책을 박홍규 영남대 교수가 여섯 번째로 번역해 펴냈다.
고미숙 지음, 사계절(031-955-8596) 펴냄, 1만2천원
한참 루쉰에 빠져 있던 고미숙이 어느 날 엉뚱한 제안을 받았다. 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것이다. 아니 고전평론가라고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러나 여차저차해 강의를 맡게 돼 읽은 때문에 고미숙의 ‘계획된’ 인생이 틀어진다. 저자는 에서 비정규직 혹은 마이너리티, 사랑과 우정의 ‘야생성’, 조직과 코뮌의 ‘이합집산’, 운명과 ‘길’을 문제적으로 읽어낸다.
박재현 지음, 푸른역사(02-720-8963) 펴냄, 1만8천원
위대한 불교사상가와 문헌에 치우친 기존의 근대불교 연구방식 대신 한국학이라는 폭넓은 관점에서 불교를 살펴보았다. 책에서 큰스님 대선사 대신에 복원되는 대상은 변방에 겨우 기록되었거나 기록조차도 되지 못한 타자들이다. 주요한 인물은 경허, 만공, 한암, 만해 등이지만 대처승과 사판승, 비구니 등 불교계 주변인물들까지 망라했다. 1950~60년대 사찰 운영에 깊게 참여한 속인인 화주, 부목, 공양주 등도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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