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의 입맛을 사로잡는 새콤달콤·향긋쌉살한 퓨전 냉면들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밍밍하다. 간이 안 된 건가? 맛을 보고 또 맛을 봐도 제 맛이 안 나고 싱겁기 그지없다. 식초와 겨자를 뿌려가며 맛을 내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명하다고 소문난 냉면집이라는데 도통 그 맛을 알 수가 없다. 뭐가 잘못된 걸까.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냉면 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냉면을 들이켠다. 내 감각이 이상한 걸까.
덜 매운맛, 거의 안 매운맛, 하얀맛…
1970~80년대 냉면 맛의 기준은 정통 평양냉면이었다. 냉면 맛에 대한 평가는 그 맛을 제대로 내느냐, 못 내느냐에 따라 갈렸다. 현재 유명하다는 냉면집은 대부분 평양냉면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어릴 적부터 그 맛에 길들여진 어른들이야 평양냉면의 맛을 온몸으로 느낄 테지만, 새콤달콤·향긋쌉싸래한 맛에 길들여진 청춘들의 입에는 밍밍한 평양냉면 특유의 맛이 쉽게 와 닿을 리 없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평양냉면집이 몰려 있는 서울 을지로나 마포, 장충동보다는 광화문이나 숭인동, 압구정동 등으로 몰려든다.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는 냉면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 광화문 ‘산봉냉면’은 메밀가루로 면을 뽑고 고기로 육수를 내는 일반 냉면과 달리 고구마 전분과 동치미 국물을 사용한다. 고구마의 그윽한 단맛과 동치미 국물의 칼칼한 맛이 입맛을 자극한다. 숭인동 ‘깃대봉냉면’은 새빨간 육수를 자랑한다.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합쳐놓은 듯한 이곳 냉면은 매운 것을 좋아하는 젊은 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 냉면을 먹고 난 뒤에도 입 안의 얼얼한 기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더욱이 입맛에 따라 매운맛, 보통맛, 덜 매운맛, 안 매운맛, 거의 안 매운맛, 하얀맛 등으로 골라먹을 수 있어 먹는 재미를 더한다. 압구정동의 ‘한솔냉면’은 약수를 이용한 육수에 꿀과 매실로 맛을 내 새콤달콤한 맛과 담백함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고기와 무김치 외에 그날그날 무친 얼갈이 김치를 고명으로 함께 얹어 맛을 더한다.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냉면 외에도 냉우동, 냉라면도 인기다. 오동통한 우동면을 냉소바처럼 간장 소스에 찍어먹는 냉우동과 냉면 육수에 차갑게 조리한 라면 면발을 넣은 냉라면을 여름철 별미로 내놓는 식당들이 대학가 주변에 부쩍 늘어났다. 가까운 동네 중국음식점에서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중국 냉면을 찾는 사람도 많다. 한국식 냉면을 떠올리고 중국 냉면을 시켰다간 후회하기 십상. 한국과 중국의 거리만큼 이들 두 냉면은 재료와 맛에서 큰 차이가 있다. 중국 냉면은 해삼, 해파리, 새우, 오징어, 돼지고기 등을 고명으로 얹어 먹는다. 면도 메밀이 아닌 밀가루를 사용한다. 더욱이 고소한 땅콩소스와 알싸한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쿨 누들, 에스닉 냉누들, 베이징 쿨 누들
‘빕스’나 ‘차이나팩토리’ 등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퓨전 냉면도 빼놓을 수 없다. 빕스는 최근 여름철을 겨냥해 중국, 일본, 타이 등 아시아 3국의 퓨전 쿨 누들을 출시했다. 각국을 대표해 선보인 음식은 중국 냉면, 메밀소바, 에스닉 냉누들. 그중 타이식 퓨전 냉면인 에스닉 냉누들은 타이의 매운맛 소스인 스리라차 소스와 새우 토마토 소스로 맛을 내 젊은 층에 인기다. 차이나팩토리 역시 신메뉴 퓨전 냉면인 베이징 쿨 누들을 선보였다.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육수에 체리, 토마토, 레몬 등의 과일이 어우러져 깔끔하고 상큼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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