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나눔 노래자랑
▣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술도 마실 만큼 마셨겠다, 노래도 부를 만큼 불렀겠다, 뭐 그 정도면 표면적으로는 아쉬울 게 없는 밤이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줄기 미련이 엄습했다. ‘서비스 10분 더 넣어달라고 그럴 걸’ 하며 무의식적으로 TV를 켰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는데, 헛것이 보였다. TV가 노래방 화면으로 바뀌면서 누군가 를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 눈을 비비며 자세히 들여다보니 ‘복지TV’ 채널의 이라는 프로그램 재방송이었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에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제법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듯했다.
라디오 프로그램 노래자랑 코너처럼 일반인들이 전화로 참여해 노래를 부른다. 점수도 계산되고, 진행자도 있다. 전화를 걸어 참여하는 사람들은 결혼기념일부터 날씨까지 시시콜콜한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되면 나오는 노래방 화면. 노래는 1절까지만 할 수 있다. 묘했다. 새벽 시간 낯선 사람의 노래를 TV에서 듣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고, 노래방에서 라디오를 듣는 기분도 들었으며, 네이버 메인화면만큼이나 익숙한 노래방 화면이 나오니 혼자 노래방에 온 것 같기도 했다. 결국, 그 새벽 빈 맥주병을 부여잡고 4차에 돌입했다. 곡목은 최근 실연당했다는 부산의 스물한 살 여성이 신청한 .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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