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인용 기자 한겨레 매거진팀nico@hani.co.kr

혼자 집에서 TV를 볼 때 나도 모르게 외면하게 되는 프로그램은 나 〈TV특종 놀라운 세상〉 같은, 살짝 민망한 ‘세상은 요지경’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곳이 있다. 식당이다. 식당 아주머니들은 반찬을 나르면서도 틈틈이 곁눈질로 TV를 통해 세상 구경을 하신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식당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에 자꾸 눈길이 간다. 약간 거리가 있는 지인들과 식당에 갈 때 더더욱 그렇다. 이런 프로그램에는 적당히 기억에 남지 않는 정도의 얘깃거리를 만들어내면서도 분위기를 유지해주는 힘이 있다. 빠지면 서운한 반찬처럼 말이다.
식당에 늘 이런 프로그램이 켜져 있는 것처럼, 조금만 눈여겨보면, 장소별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이 다 다르다. 찜질방에서는 같은 일일 드라마가 돌아가고, 캐주얼한 맥줏집에서는 나 가, 병원 대기실에서는 영락없이 무난한 다큐멘터리가 켜져 있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TV를 보며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나 같은 토크쇼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별·성별·나이별 시청률 대신 장소별 시청률을 집계해보는 건 어떨까. 집이 아닌 장소에서 보는 TV 프로그램의 법칙 같은, 제법 흥미로운 ‘시청률-장소의 법칙’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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