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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아이들은 커가는구나, 덕분에…

등록 2007-07-13 00:00 수정 2020-05-03 04:25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쓰모토 다이요의 최신작 〈GOGO 몬스터〉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너희들은 못 봤니? 선생님은 그들을 못 보셨어요? 오늘은 비행기가 한참 낮게 난다. 내가 하모니카를 불자 그들은 빙글빙글 돈다.”

‘-7’쪽부터 시작되는 만화 〈GOGO 몬스터〉(천강원 옮김, 애니북스 펴냄)의 초등학교 4학년 유키는 ‘그들’을 본다. 선생님도 같은 반 아이 아무도 못 보는 ‘그들’이다. 유키의 ‘그들’은 의 콜이 보는 그 유명한 ‘그들’과 비슷하다. 조금 다르다면 콜의 ‘그들’이 죽은 세계라는 ‘확실한’ 세계에 속한 자들이라면 유키 세계의 그들은 ‘저쪽 세계’라고만 지칭되는 모호한 세계에 속한다. 그리고 유키는 ‘저쪽’ 세상으로, ‘슈퍼스타’가 있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 유키가 보는 그들은 ‘진짜’다. 문제는 보통의 우리는(관객이나 독자가 되지 않는 한)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GOGO 몬스터〉는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쓰모토 다이요가 1998년부터 단행본용으로 집필해 2000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마쓰모토의 작품으로는 최신작이다. 〈GOGO 몬스터〉는 마쓰모토의 전작처럼 버디(짝패)물이고 성장물이다. (1992)는 못 말리는 아버지를 둔 아들이 ‘가장한 어른스러움’을 두고 진짜 어른이 되는 이야기, (1994)는 쿠로와 시로가 엄혹한 세계를 서로 도와 헤쳐가는 이야기, (1996)은 탁구 천재와 영재가 함께 경지를 넘어가는 이야기다.

‘버디’의 둘은 아주 다르다. ‘주종관계’도 확실해 보인다. 의 천재 스마일은 재능 있고 투지 넘치는 주인공감이다. 그에 비해 안경잡이는 스마일의 도약에 발판이 되는 부수적 인물이다. 그런데 그 관계는 하나가 없이는 다른 것이 있을 수 없이 꽉 물린다. “쿠로한테 없는 나사는 시로가 가졌어”라고 시로가 말하듯이. 그러고 나면 작가가 공을 들인 것은 오히려 발판이 되는 사람, 그리고 그 관계가 아닌가 싶다.

〈GOGO 몬스터〉에서 반 아이들 누구도 유키를 이해하지 못한다. 교장 선생님이 자살한 뒤 폐교가 돼 유키 반으로 전학온 마코토 역시 마찬가지로 유키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마코토는 유키에게 물어준다. 찬스가 뭔지, 모두 너보고 위험하다거나 기분 나쁘다고 하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니, 하고. 그리고 걱정해준다. “오늘 수영장에서 울었어?” 걱정하는 이유는 소박하지만 말이다. “걱정했잖아. 배탈이라도 난 줄 알고….”

유키는 어른이 되면 내장이 녹아내리고 뇌는 딱딱해져 쓸모없어지고 온몸에 구더기가 꼬여서 보라색 냄새가 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키 주위에는 따뜻한 어른들이 곳곳에 있다. 정원사 할아버지 간츠가 있고 간츠에게 유키 문제를 상담하는 담임 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똑같이 문제아인 상자 쓴 ‘IQ’를 이해해주는 선생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겨울로 넘어갈 무렵 유키의 ‘증세’는 심해진다. “선생님의 얼굴이 거꾸로 보여요. 지금 놈들이 여기저기에 깔렸단 말이에요. 수영장에도 옥상에도 신발장에도!” 그는 어른이 되지 않고 ‘저쪽’ 세계로 가고 싶다. 하지만 결국 그는 돌아온다. 그곳은 낮게 나는 비행기를 보던 옥상이고, 마코토의 옆이다. “정말 신기하지, 유키. 오늘 아침은 되게 따뜻해.” 유키는 말한다. “여러 사람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어.”

〈GOGO 몬스터〉는 를 그리던 후루야 미노루가 내놓은 처럼 갑작스럽지만은 않지만 그의 작품 중 가장 서늘하다. 그래서 머리가 긴 유키와 여전히 볼이 상기된 마코토가 자전거를 함께 타며 웃을 때 그 다행스러움은 더 커진다. 아이들은 어렵게 크지만 결국은 커나간다. 심었던 오이를 먹을 수 있는 소소함으로 1년을 엮고 운동장에 우두커니 선 것으로 성장의 난감함을 이야기하는 것에서 마쓰모토의 천재적 구도 감각과 컷 분할 능력이 십분 발휘된다. 마쓰모토 다이요의 작품은 계속해서 올해 안에 (1991)가, 내년 초에 (2001)이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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