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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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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그땐 너무 젊고 혈기왕성했으니

등록 2007-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의 사연을 노래한 창작 뮤지컬

▣ 김미영 기자 한겨레 대중문화팀kimmy@hani.co.kr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이다. 그것이 달콤했든 쌉쌀했든 간에. “시간을 조금만 되돌릴 수 있다면?” 그러면 우리의 첫사랑은 이뤄졌을까. 첫사랑이 특별한 이유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프랑스 극예술의 고전인 마르셀 파뇰의 (The Fanny Trilogy)에서 모티브를 따온 뮤지컬 은 가슴속 깊이 묻어뒀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한적한 바다 마을에서 어릴 적부터 오누이처럼 지내온 해수와 선이는 자연스레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마도로스의 꿈에 부푼 해수는 선이 곁을 떠나 바다로 나간다. 해수의 아들을 임신한 선이는 어쩔 수 없이 평소 자신을 짝사랑했던 최 사장과 결혼하며, ‘첫사랑’의 추억을 하나둘씩 지워간다. 뒤늦게 선이의 사랑을 깨달고 해수가 돌아오지만, 이미 둘 사이에 바다만큼이나 넓고 깊은 간극이 생겨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들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은 이렇듯 ‘첫사랑이 이뤄질 수 없는 이유’에 주목한다. 왜냐고? 기껏 살아봐야 한평생인데 자신의 꿈을 포기해가며 사랑을 선택하기엔 해수도, 그리고 우리 모두도 그땐 너무 젊고 혈기왕성했으니까. “바다여 내게 오라~”고 꿈을 키우는 해수에게 “바다는 먼 곳에 있지 않아~”라는 선이의 노래가 귓가에 와 닿지 않는 멜로디인 것처럼. 그래서 이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입소문을 타면서,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 초연치고 이례적으로 현재 좌석점유율 60%를 넘기며 흥행몰이에 시동을 걸었다.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꽉 짜인 연출과 감칠맛 나는 대사, 자연스러운 노랫말과 정제된 음악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이희준(작사)·이지혜(작곡) 콤비가 만들어낸 뮤지컬 넘버는 공연 뒤에도 입가에 맴돈다. 에 이어 으로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한 조정석(해수 역)의 연기는 물이 올랐고,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한 해이(선이 역)도 자연스럽게 배역에 녹아들었다. 가장 큰 공로자는 중견배우들. 박씨 역의 김인수, 최 사장 역의 김성기·이정섭, 황 여사 역의 최성경, 황자두 역의 임철형은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6월17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02-348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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