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설명한 <지금 스튜어트 홀>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저 찬란한 사회과학의 전성기 시절에도, 무슨무슨 입문서나 개론서 따위는 곤경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입문’이나 ‘개론’에 맞지 않게 어려운 단어들이 끝없이 나열되거나 차라리 원서를 뒤적이고 싶게 만드는 기상천외한 번역투의 문장들 때문이다. ‘입문’하다 주저앉기 싫으면 서점을 꼼꼼히 항해해야 한다.
앨피출판사는 영국 루틀리지출판사의 인문학 입문서인
기원을 찾는 태도를 경멸했지만 문화 연구 분야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사상가, 다른 ‘스타’들처럼 독창적이진 않지만 영향력이 전방위에 걸쳐 있는 학자 스튜어트 홀. 책은 서문에서 이 독특한 사상가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갖춰야 할 자세를 이야기한다. 즉, 문화란 정적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투쟁의 장소라는 것, 문화이론은 자체로 완결성을 갖지 않고 변화하는 한 국면 속의 입장이라는 것, 그래서 저자의 권위를 드러내는 단독 연구보다는 수평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했다는 것 등을 이해시킨다.
그리고 연대기적으로 스튜어트 홀 사상의 변화 과정을 짚어낸다. 그의 문제제기는 첫째로, 대중, 그리고 대중문화에 있다. 50년대 영국 신좌파의 태동기에 스튜어트 홀은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이분법에 반대하고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그는 점차 ‘대중’이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공간일 뿐이라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좋고 나쁨으로 가를 수 없이, 상이한 세력들의 투쟁으로 나타나는 ‘정치적인 행위’일 뿐이다. 이런 입장의 변화는 스튜어트 홀이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과 ‘진지전’ 개념을 받아들이고, 문화주의와 구조주의를 ‘절합’함으로써 나타난다.
이어, 스튜어트 홀은 미디어와 소비자 간의 소통 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책은 ‘기호화/기호해독’이라는 유명한 논문을 인용하며 스튜어트 홀이 소비자가 다시 메시지의 생산자가 되는 순환적인 소통모델을 주장했음을 설명한다. 따라서 미디어의 메시지는 다중적이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소비자와 소비자 간의 끊임없는 이데올로기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다. 문화가 이데올로기의 투쟁이라는 관점은 이후 대처리즘의 인종주의를 분석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뛰어난 학자의 평생에 걸친 이론을 요약한 책을 다시 짧은 서평에 요약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어쨌든 이 시리즈에서 앞으로 나와야 할 사상가들의 목록을 훑어보며, 좀 무엄한 말이지만 출판사의 ‘판매량에 아랑곳하지 않는 전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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