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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타임] 부산의 대학로, 바보각시 뜬다

등록 2006-03-30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연희단거리패 20주년 기념 시극 <바보각시> 문화게릴라 이윤택 연출</font>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서울에 대학로가 있다면 부산에는 가마골이 있다. 지금이야 부산 연극판의 명소로 자리잡은 가마골 소극장이지만 순탄치 않은 여정을 보내야 했다. 가마골 소극장은 문화게릴라 이윤택이 이끌던 ‘연희단거리패’의 전용극장으로 20년 전 개관했다. 당시 공연예술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서 가마골은 연희단거리패의 것만이 아니었다. 다른 극단이나 단체가 가마골을 찾으면서 이내 다양한 공연예술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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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개관 2년 뒤 자리를 옮겨야 했고, 1997년에는 건물주와의 마찰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 와중에 연희단거리패는 활동 근거지를 서울로 옮기기도 했다. 다시 2001년 광복동에서 재개관한 가마골은 소극장 시스템의 진화를 주도했다. 그렇게 20년 동안 가마골이 부침을 거듭하는 동안 연희단거리패는 ‘한국적' 정서에 바탕한 공연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런 연희단거리패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마련했다.

첫 번째로 무대에 오른 공연은 이윤택이 연출한 시극 <바보각시>(4월9일까지, 부산 가마골 소극장, 055-355-2308). 한 마을에 흘러든 여인이 남성의 욕정에 희생되는 내용을 담은 ‘살보시 설화’를 모태로 삼은 <바보각시>는 각박한 현실에서 구원과 희망을 엿보게 한다. 하늘 아래 첫 동네에서 인간의 품으로 이주한 여인은 신도림역 앞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한다. 그곳에서 여인은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 속에서 성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시극 <바보각시>는 초연(1993) 때부터 파격적인 연극 언어와 시적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일상의 언저리에 놓인 욕망의 찌꺼기를 확인하는 게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보각시>는 눈물과 우울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웃음을 통해 음지를 밝히는 한 줌 햇살을 간직하게 한다. <바보각시>는 서울 공연(5월19일~6월11일, 서울 게릴라극장, 02-763-1268)도 예정돼 있다. 기념공연으로 <인형의 집 로라> <류의 노래>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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