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넬라 새벽 두 시에 중독되다> 지은이 고연주씨를 만나다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어떤 책은 호기심 때문에 펼쳐든다. <라오넬라 새벽 두 시에 중독되다>(고연주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지은이는 사생아로 태어나 열 살에 강도의 손에 어머니를 잃었고, 열여섯 살에 이모집을 뛰쳐나와 거리를 맴돌았고, 그때 서류상의 보호자가 필요해 찾은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열여덟 살에 60만원을 손에 쥔 채 영국 유학을 떠났다가 1년 만에 돌아왔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귀여니식의 달콤한 소녀 판타지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나르시시즘에 빠져 징징대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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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버렸다. 이것은 그러니까, 미성년의 절박한 자기확인이다. 지은이는 한 번도 “아파 죽겠어”라고 떼쓰지 않고 자신과 거리의 미성년들의 삶을 성찰한다. 그는 지금 이집트에서 피라미드 관광 안내로 여비를 마련하고 있다. 나는 그와 채팅으로 만났다.
왜 글을 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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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목이 메었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혼자 무엇인가를 상상하고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어요. 엄마는 그럴 때마다 적어놓으라고 그러셨어요. 엄마는 한글을 모른다고.
글 속에서 계속 나이를 세지요. 열, 열다섯, 이런 식으로. 왜 그렇게 나이에 집착하죠?
=나의 열여섯이 모든 이의 열여섯과 같지 않음을, 그래서 나의 열여섯이란 어떤 열여섯이 될 수밖에 없음을 자랑스러워했어요.
지하방 가출 청소년들 얘기가 나오는데, 그들은 루저인가요? 아니면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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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떤 친구는 노란색 옷을 입었고, 어떤 친구는 빨간색 옷을 입은 거죠. 어른들은 청소년 시절 너무 가난하셨죠. 언니, 오빠들은 너무 치열했어요. 노동을 착취하는 부르주아보다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재벌 2세에 익숙한 우리죠. 그런데 어른들의 우리 또래 시절에 가졌던 신념과 확신과 열정을 우리에게 똑같이 적용하려고 하니 그 안에서 틈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책은 당신에게 소설인가요, 자서전인가요?
=일기예요. 제 친구들은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제가 대신 써준 것이기도 하고, 제 일기기도 해요.
소설가로 밥 먹고 살긴 어려워요.
=그냥 입에 풀칠 못하겠냐, 싶은 심정이지요. 흐흐.
당신은 조숙해요. 스무 살을 넘기고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하나요?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워지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어요. 열여섯의 내 선택을 두고 스물여섯이 되어서 “내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어”라고 말하는 것이 두려워서 노력했지요. 그런데 막상 서류상으로 성인이 되고 보니, 어른스러워지지 못한 것 같아요.
그는 소설을 꼭 들고 오겠다고 했고 나는 그러면 소주를 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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