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검사 서지현’의 이름이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11월7일이다.
중앙일보가 내는 이날치 일요판 에 당시 국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청목회 입법 로비 사건’ 수사팀 7명의 사진이 실렸다. 그중 한 사람이 서지현 검사였다. 기사가 나가기 이틀 전인 11월5일 북부지검 수사팀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로 여야 국회의원 11명의 사무실 5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다음날 국회 한구석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만나는 사진이 다음날 조간 1면을 장식했다. 는 당시 기사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북부지검 수사 라인의 면면을 볼 때 청목회 수사가 간단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적었다. 2008년 임관한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2월1일 을 만나 “2010년 이전에는 검사들이 다 가고 싶어 하는 특수부에 여검사가 갔다 하면 전국에서 다 알 정도였다. 그때만 해도 특수부에 여검사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부당한 질문을 하는 한국 언론신문에 이름이 등장하기 딱 일주일 전인 2010년 10월30일, 서 검사는 부친상을 당한 동료 여검사의 아버지 빈소를 찾았다가 당시 이귀남 장관을 수행하던 안태근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장관과 장관을 수행하는 고위 간부에게 당시 국회의원들을 긴장케 하는 굵직한 사건을 담당하던 검사 서지현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가해와 피해의 사실관계는 명백하지만, 지금 검찰 주변에서 돌아다니는 얘기를 듣다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검찰에선 서 검사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음해나 ‘8년 전 사건을 끄집어내 인사 불만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려는 여성은 평소의 바른 행실, 좋은 성격, 뛰어난 업무 능력까지 입증해야 한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성추행 피해 사실과 함께 자신의 업무 능력을 입증하는 수많은 참고 자료를 첨부해야만 했던 이유다. 서 검사가 열어젖힌 한국판 ‘미투(MeToo) 운동’(여성들이 자신들이 겪은 성추행·성폭행 등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운동)의 성공 여부는 피해자에게 이런 부당하고 불필요한 질문을 못하게 하는 데 있다.
서 검사가 겪은 일들은 검찰 내에서 희귀한 사례일까. 은 검찰 출신 ㄱ변호사를 만나 검찰 내에 존재하는 제2, 제3의 안태근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서 검사의 JTBC 인터뷰 다음날인 1월30일 저녁, 취재진과 얼굴을 마주한 ㄱ변호사는 “피해 당사자가 겪은 고통을 생각할 때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서 검사의 사례는 오히려 약과”라고 말했다. 그가 털어놓은 다른 동료 여검사들의 피해 사례를 보면,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불거지는 온갖 ‘기 빨리는’ 성가신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은 피해자 서지현이 아닌 검찰 조직임을 알 수 있다.
ㄱ변호사는 성폭행을 당할 뻔한 여검사의 이야기를 여럿 들려줬다. 한 여검사가 부장검사와 부서 회식을 마친 뒤 택시를 같이 타고 귀가하고 있었다. 부장검사는 여검사에게 “자네 관사는 깨끗하고 좋냐” “나는 옛날에 여관 같은 데서 지냈어” 따위의 말을 하더니, “(관사에서) 차 한잔 달라”고 청했다.
호텔방으로 들어와 성폭행 시도찜찜한 마음을 떨쳐내며 상관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던 선의는 산산히 깨지고 말았다. 부장검사는 관사에 들어선 뒤 성폭행을 시도했다. 여검사는 부장검사를 초인적인 힘으로 집 밖에 몰아냈다. 부장검사는 집 밖으로 쫓겨난 뒤 초인종을 눌러댔다. “양복 재킷을 달라는 거였어요. 그 옷을 여검사가 보관하고 있으면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증거가 되니까, 그 정신에 그걸 챙겨가겠다고 한 거죠.” 사법연수원 2년차 때 2개월 검찰 시보를 하다 부장검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한 여검사도 있었다. 부장의 수법은 졸렬하고 뻔했다. ‘호텔숙박권을 얻었는데, 쓸 사람 있냐’고 물어놓고 숙박권을 받은 여검사를 쫓아와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만 있게 해달라’고 속여 방에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0조를 보면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사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 부장검사는 피해를 당한 여검사가 강하게 반발해 검사 옷은 벗었지만 징계는 받지 않았다. 가해 검사는 변호사로 일하며 유력 정당의 윤리위원을 하거나 정부가 운영하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지금도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다.
당시 여검사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호소하며 겪은 일은 8년 전 서 검사가 문제제기를 포기한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ㄱ변호사는 말했다. 동료 검사들은 “너 미혼인데, 그거 알려지면 좋겠어?” “그냥 네가 나가라, 너 나가면 우리가 네 사건 도와줄게”라는 반응을 보였다. ㄱ변호사는 “남자들끼리 동료의식이 강하다. 얼마나 힘들게 넘은 사법시험인데, 저런 사건 때문에 변호사도 못하면 어쩌나라는 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 역시 피해가 발생한 직후 동료인 임은정 검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지만 “제가 모시던 간부들이나 다른 여검사와 선배들과 의논했다. 제가 고소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다른 간부를 통해서 사과를 받아주겠다라는 얘기만 듣고 임은정 검사에게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JTBC 인터뷰에서 밝혔다.
삼성전기의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하고 재직 중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아낸 이은의 변호사는 “서 검사가 당시 검찰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치자. 검찰도 그 문제를 그냥 덮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그 뒤의 삶이 녹록했을까”라고 되물었다.
성 관련 비위는 집계도 안 해서 검사가 오랫동안 지켜온 침묵을 깬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였다. 서 검사의 인터뷰를 보면, 인사 불이익을 받은 일의 배후에 안태근 전 검사가 있다고 확신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 검사가 통영지청에 발령 난 것은 2015년 8월로, 안태근 전 검사가 검찰 인사를 관할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부임한 지 6개월 만이다. ㄱ변호사는 “당시 안태근 국장이 서 검사를 향해 ‘저년 내가 사표 받는다’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에게 서지현 검사는 자신에게 흠집을 낸 눈엣가시였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밖으로 드러나는 일은 극히 드물다.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성추행이나 성희롱으로 변호사 등록이 일정 기간 제한(면직 2년 제한, 해임 3년 제한)되는 징계를 받은 사례는 거의 없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국회 국정감사 때 받은 자료를 보면, 2011~2015년 징계받은 검사 46명 가운데 해임 또는 면직된 이는 8명뿐이었다. 검찰 내 성 관련 사고가 이어지는데도 △금품·향응 수수와 품위 손상(11명) △규정 위반(7명) △음주운전·사고(6명) △직무태만(5명) △직무상 의무 위반(4명) △재산등록 관련(2명) 등으로 징계 사유를 구분할 뿐 성 관련 비위는 집계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검찰이 징계 전인 대검찰청 감찰 단계에서 가해자에게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후배 여검사를 아이스크림에 빗대 성희롱한 부장검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식 중 후배 검사와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간 자리에서 그는 “아이스크림이 맛있어 보인다”고 하는 후배 검사에게 “나는 네가 더 맛있어 보인다” “너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대검의 감찰이 시작되자 사표를 냈다. 그는 현재 지방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7년 3월 서울 한 지검의 부장검사와 평검사가 나란히 성희롱으로 감찰 중에 사표를 내고 징계를 면했다. 둘은 한 여검사를 상대로 차례로 ‘같이 자자’고 성희롱을 했다. ㄱ변호사는 “그때 사표 낸 평검사가 6월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여당 인사의 선거캠프에 기웃거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선거캠프 관계자에게 당시 일에 대해 “위로해주려 했는데 여검사가 오해를 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성희롱을 한 검사는 변호사로 큰 탈 없이 활동하고 있다. ‘직장 내 성폭력 대응법’에 대해 인터뷰한 기사도 확인된다. 동료 여검사가 술을 마신 틈을 타 성폭행을 시도한 또 다른 검사 역시 징계 없이 퇴직해 대기업 법무 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검찰 고위직 중 여성 3.2%내부의 성폭력을 처벌하지 않는 조직 문화 속에 안태근 전 검사의 사례처럼 가해자들이 요직에 오르는 일이 다반사다. 한 여검사는 노래방에서 강제로 입을 맞춘 가해 상관을 자신의 인사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맞닥뜨렸다. 지난해까지 검사로 일했던 ㄴ변호사는 “(그러니) 평가 기준도 모르고, 평가 결과도 모르는 불투명한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초임 발령을 중앙지검으로 받고, 지청 갔다가, 다시 재경(서울) 지검으로 왔다가 법무부나 대검으로 들어가는 이른바 승진 트랙이 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이 순수하게 일을 잘해서 그 코스를 밟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검사가 목숨 걸고 일하기 때문에 다 일을 잘한다. 인사 기준이 없다는 건, 결국 승진을 하려면 유능한 상관에게 충성을 바쳐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불과 2014년의 일이다. 주인공은 안태근 성추행 사건의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지난해 7월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가) 검찰 역시 여성 비율을 고려한 인사를 단행해 진정한 양성평등의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등검사장 8명 중 여성은 없고, 검사장 38명 가운데 딱 한 명의 여성이 있을 뿐이다. 차장검사와 지청장 이상의 검찰 고위직(124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3.2%에 불과하다.
검사 징계위원회에 여성의 입장을 대변할 여성 위원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취재 결과, 1957년 검사 징계위원회 규정이 생긴 뒤 이 위원회에 위촉된 여성은 불과 1명이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고, 법무부 차관, 법무부 장관이 위촉하는 검사 2명과 외부 인사 3명(변호사, 법학교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법무부 쪽은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을 여성으로 지명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또 외부 위원 3명에 대해서는 “현재 여성 위원 1명이 있고(2013년 6월 위촉), 그 외 다른 여성 위원이 위촉된 바는 없다”고 했다. ㄴ변호사는 “검찰 인사 하는 검찰국 검찰과는 우리끼리 검찰1과라고 부른다. 검찰 중에 넘버원이라는 얘기다. 여기 평검사가 3명이 가는데, 1-1, 1-2, 1-3으로 부른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검찰과 거친 여검사가 딱 2명이다. 잘나가는 핵심 부서에 여검사들이 정말 적다”고 했다.
한국 사회 엄중한 시험대 올라ㄴ변호사는 2010년을 전후해 검찰 내 여검사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 변화의 불씨라고 했다. 2009년 여검사의 임관 비율이 51.8%(58명)로 처음 절반을 넘겼고, 2013년까지 40%대를 유지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전체 검사(2084명) 가운데 여검사의 비율은 29.5%(614명)다. ㄴ변호사는 지난해 여검사와 여수사관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다 면직된 서울의 한 부장판사의 예를 들었다. ㄴ변호사는 당시 피해 여검사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동참했다. “당시 문제가 잘 해결된 것은 검찰 내 시스템이 좋아서가 아니라 같이 근무하던 이들의 인적 구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정리해주겠다는 검사장의 의지도 있었다. 지금은 10년차 이상 여검사가 많아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 다만 이를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 인터뷰 중 대검 감찰본부와 또 다른 간부 검사가 ㄴ변호사에게 잇따라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냐’며 상의 전화를 걸어왔다. ‘서지현’이란 이름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검찰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엄중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폭로 이후 검찰 내부 분위기
인사 불만 때문에 제기했다?
한 검사의 절박한 목소리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었다.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는 1월29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me too’ 해시태그를 달고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전 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성추행당한 피해 경험을 올렸다. 이날 오전 가 서 검사의 글을 보도한 뒤, 곳곳에서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분노는 단순히 검찰에서 ‘성추행’이 이뤄졌다는 것에 머물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봤을 땐 누구보다 ‘힘이 센’ 검사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직에서 자기가 겪은 피해를 말하지 못하고, 8년이나 침묵을 견뎌야 했다는 사실이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서 검사는 성추행 사건 뒤 여러 차례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를 성추행한 안 전 검사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다.
서 검사의 문제제기 이후 문무일 검찰총장은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철저한 진상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검찰청은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성추행 조사단)을 꾸려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사건 모두를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바깥과 온도 차가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성추행이 문제라는 인식은 있다. 한 여성 부장검사는 1월31일 이프로스에 “우리는 더 이상 조직 내 성적 괴롭힘 문제에 미개한 조직이 아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가해자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혹시라도 후배님들이 ‘참아라’ ‘너만 다친다’는 반응이 우리 조직 내 일반적인 반응인 것으로 오해하여 말 못할 고민을 더욱더 꽁꽁 숨기고 혼자만 힘들어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썼다.
글에는 서 검사를 비롯한 후배 여검사들을 격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글의 말미에 불필요한 사족이 붙는다. “그러나 피해를 당했으니 서울로 발령 내달라, 대검 보내달라, 법무부 보내달라 등의 요구를 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없다.”
사실 서 검사를 바라보는 검찰 분위기를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것이 이 사족이다. 서 검사가 인사 불이익을 이야기한 것은 8년 동안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었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부 검사들은 서 검사가 인사 불만 때문에 성추행 사건을 밝혔다거나, 인사 불이익과 성추행 사건은 무관하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는 데 더 집중한다.
검찰은 ‘인사’ 문제에 매우 민감한 조직이다. 더불어 구성원들이 조직을 보호하려는 본능도 강하다. 그래서 검찰을 비판하거나, 이른바 ‘항명’을 한 검사들에 대한 ‘인사 불이익’ 논란이 일 때마다 검찰은 늘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해왔다. 이 반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검사는 과거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이후 좌천당했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 등 소수뿐이었다. 윤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수사 능력을 보여줬기에 ‘피해자’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검사들은 ‘피해자’라는 시민권을 얻기 힘들었다. 이번 성추행 사건에서도 이같은 검찰 특유의 정서가 엿보인다.
문제는 검찰이 자기 힘으로 조직의 ‘뼈와 살’이 되어버린 사족을 잘라낼 수 있을 것이냐다. 법무부는 대검 성추행 조사단이 외부 인사 없이 꾸려진 것에 비판이 커지자 2월2일 법무부 성범죄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이 위원회 위원장엔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였던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이 위촉됐다. 기존보다 한발 더 나아간 대응이지만, 검찰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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