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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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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에도 안정적 여당

안희정 충격 이후 충청권 제외하고 전체 지방선거 구도 여전히 여당 강세…

정부·당 차원 비리 아닌 개인 일탈로 영향 적고 안보 심판론도 조기 무력화
등록 2018-03-13 09:02 수정 2020-05-02 19:28
6·13 지방선거가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 때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을 고발한 #미투 운동,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다양한 정치 이슈가 경합할 것이다. 연합뉴스

6·13 지방선거가 9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 때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을 고발한 #미투 운동,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등 다양한 정치 이슈가 경합할 것이다. 연합뉴스

“참담하다는 말조차 하기 어렵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의 전망을 묻자, 충청권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호적을 팠지만, 8년 동안 도지사였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다. 3월5일 안희정 전 지사의 성범죄 폭로가 나온 뒤 충남 지역 선거판은 아수라장이 됐다.

부산·경남 “여전히 여당 유리”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적극 내세워 ‘안심’(安心) 마케팅을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안 전 지사의 친구로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던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8일 충남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 선언을 했던 허승욱 전 충남 행정부지사는 불출마를 선언했고, 6일에는 오배근 충남도의원이 홍성군수 불출마 뜻을 밝혔다.

이 와중에 박 전 대변인 본인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20대 총선 당시 불거진 ‘내연녀’ 공천 논란이 또 불거진 것이다. 박 전 대변인은 해당 논란을 제기한 당사자에게 법적 대응을 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다툼의 상대방이 박 전 대변인의 전부인과 함께 등장해 다른 여성 문제도 제기했다. 충남 지역 민주당의 위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2009년 안 전 지사가 당선될 때까지 충청권은 보수 정당의 텃밭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당일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그날 밤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안 전 지사를 전격 출당·제명 조치한 뒤 사과했다. 이같은 전격적인 대처에 “추후 쓸 카드는 남겼어야 한다”는 불만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 산하 성폭력범죄신고센터를 17개 시·도에 설치하고, 공천 신청자가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즉시 공천 심사 보류·실사해 비위 확인에 나설 계획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하루아침에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지만, 충청권을 제외하고 전체 선거 구도가 흔들리는 모습은 감지되지 않는다. 지방선거 최대 관심 지역인 서울시장은 후보별 경선 채비를 마쳤다. 3월8일 현재 더불어민주당 민병두·박영선·우상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펼치는 경선의 승자와 바른미래당 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맞붙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7일 정봉주 전 의원이 2011년 성추행 의혹으로 출마 선언을 연기했지만, 복당 자격심사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 민주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남을)은 8일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강남 벨트’에서 승리를 견인하겠다”며 불출마로 선회했다. 전 의원의 불출마 사유는 안 전 지사의 영향보다는 강남 벨트를 책임지라는 당의 요청과 캠프 내부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부산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안 전 지사와 문 대통령의 관계를 들어 여당을 공격하는 내용이 돌고 있다.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뒤 30년 동안 자유한국당 세력이 독식해, 이번에는 바꿔보자는 심리가 강하다. 여전히 여당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2차 가해는 나 몰라라

안 전 지사의 성범죄가 지역별 선거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지방선거는 전통적으로 (정책) 이슈보다는 인물 중심이고, 이슈도 지역 현안(생활 현안)이 변수가 돼 표심이 갈렸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채용 비리, 갑질 논란 등 생활 적폐에 대한 유권자들의 뜻은 확고하다. 미투 운동도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후보자 개인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전체적인 정치 혐오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지만, 90일이라는 기간을 고려할 때 현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장의 지지율 반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촛불 탄핵 이후 적폐 청산의 흐름 속에 숨죽이던 보수 성향의 야당 지지자들이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탓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여야 5당 대표 오찬 회동에서 임종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안희정을 임종석이 기획했다고 하던데…. 미투 운동에서도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한 장면은 상징적이다. 홍 대표는 오찬 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이라며 한발 빼는 모양새였지만, 논란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를 짙게 풍겼다. 이들에게 피해자가 입는 2차 가해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오로지 정치공학으로 유불리를 따지겠다는 태도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이끄는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도 3월8일 SBS 라디오 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안 지사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고 신뢰를 갖는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가는 곳마다 했다. 도덕성 훼손을 보고 대통령이 말씀을 안 하시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충남 지역에) 도지사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이 시도하는 ‘무규칙 이종’ 정치 구도는 선거 국면에 유효할까. 자유한국당의 의도와 달리 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견고하다. 안 전 지시가 차기 유력 대권 후보였지만, 정부나 당 차원의 비리가 아닌 개인 일탈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3월 첫쨋주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일주일 전보다 7%포인트 오른 71%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도를 묻는 질문에도 민주당은 49%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5%포인트 오른 수치다. 충청권 민심만 따로 떼어놓고 봐도 50%에서 51%로 오히려 소폭 오르는 등 거의 변함이 없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3월6~8일 전국 1005명에게 질문해 9일 공개한 결과(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다.

사생활 폭로 등 혼탁 선거 가능성

안 전 지사 사건과 안보 무능을 싸잡아 정권 비판론으로 선거 구도를 이끌려 했던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현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게다가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전격 결정되며 ‘안보 심판론’조차 조기에 무력화된 상황이다. 윤태곤 정치분석그룹 더모아 분석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지방선거를 위한 이벤트라고 폄하할 수 있다고 쳐도, 백악관을 향해 그리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남은 건 안 전 이사 이슈뿐이다. 선거가 본격화되면 예년보다 사생활 폭로 등으로 선거가 더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3월9일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했다. 기초지자체장 입후보를 준비하는 한 후보자는 “미투 운동은 촛불처럼 우리 안의 적폐를 폭로하고 청산하는 길로 갈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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