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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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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에 방사능 오염수를 흘려보내도

후쿠시마 사고 뒤 일본 쪽 결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정보 파악도 미진
각국 정부가 공유하는 마땅한 위기 대응 체계 필요해
등록 2014-03-12 15:47 수정 2022-11-08 18:57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 산하로 개편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첫 회의를 하고 있다.한겨레 김봉규

지난해 8월 국무총리실 산하로 개편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첫 회의를 하고 있다.한겨레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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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아시아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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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신속했다. 3년 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되어갈 무렵,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있는 방사능 오염수를 태평양 바다에 흘려보낸다고 밝혔다. 1만1500t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수는 원자로 1호기의 집중폐기물 처리시설에 고여 있던 물과 5·6호기 주변에서 퍼올린 지하수였다. 일본 정부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를 담아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방사능 수치가 낮은 오염수를 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바다에 버리는 오염수의 요오드 농도가 일본 바닷물 기준치(1㏄당 0.04베크렐)의 최고 500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판단이었다.

예고된 재앙은 혼란을 가져왔다. 지진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이었지만, 일본의 결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설명이 불충분했다” 뒤늦은 사과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정보 공유 없이 방사능 오염수 방출 결정을 내렸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일방적인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국제해양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핵발전소 사고 후유증이 동아시아의 총체적 위기로 이어지는 듯했다. 일본 정부의 사전 설명이 부족했다는 국제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자, 에다노 유키오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저농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을 바다로 보낸 것에 대해 어업 관계자나 주변 국가에 설명이 불충분했다”며 주변국에 공식 사과했다.

‘방사능 괴담’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우리 정부는 사고 발생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본격적인 사태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 일본 정부에 해양 오염과 수산물 피해 가능성 등 방사능 오염수 실태에 관한 정보를 요청했다. 또 방사능 오염수 사고 지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를 일본 현지로 파견했다.

그러나 방사능 관련 정보의 요청 방식은 2년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해 5월 ‘인접국가 방사능 누출사고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일본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 또다시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유출 두 달이 지나서야 관련 자료를 일본 쪽에 요청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 출석한 이은철 원안위 위원장은 후쿠시마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유출과 관련한 정보를 원활히 받지 못하는 점을 시인했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뒤 원안위가 일본에 파견한 직원은 1명뿐이며, 이 인력이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현지의 신문 보도를 요약해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그는 “일본과 정보 교류를 원활히 못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현재 도쿄전력 홈페이지와 파견 직원의 자료를 종합해 일본 내부 상황을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 방사성물질 이틀 뒤 인천 상륙

이처럼 핵발전소 사고가 일사불란한 대응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외교적 문제로 비화된 가장 큰 원인은, 각국 정부가 공유하는 마땅한 위기 대응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과 일본, 중국은 2008년부터 핵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최고규제자회의’(TRM·Top Regulator Meeting)를 운영해온 바 있다. 세 나라의 핵발전 규제기관이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협의하는 기구였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정기적 만남만 있었을 뿐 별다른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앞서 우리나라와 일본은 1995년까지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한 비상통신망 훈련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순간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셈이다.


실제 후쿠시마 사고 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일본에 파견한 직원은 1명뿐이며, 이 인력이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된 고급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현지의 신문 보도를 요약해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해 10월 일본·중국 정부와 핵발전 사고 정보를 공유하는 ‘원자력 사건정보교환체계’(IEF)를 구축했다. 합의문에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시 24시간 이내에 한국과 중국 2개국에 전화·전자우편을 통해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사고를 신속하게 알리기 위해 각국이 자국어를 그대로 사용해 정보를 전달하면 수신국에서 번역하고, 통신 수단은 비상 전용 전자우편을 기본으로 하되 전화와 문자메시지도 사용하도록 했다.

최근 급격한 속도로 핵발전소 건설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처럼 동아시아에서 핵발전소 사고 관련 정보에 좀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실제 서울~부산 거리와 비슷한 약 400km 거리에 있는 중국 산둥성 하이양·스다오완 핵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도 ‘핫스팟’이라고 부르는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대가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변국이 적절한 사고 대응을 하려면 방사성물질의 방출·피폭 현황, 그리고 핵발전소의 방호 조치 현황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실제로 중국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방사성물질이 대기를 타고 2~3일 안에 우리나라에 도착한다는 예측도 있다. KINS가 2011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공개한 ‘동아시아 장거리 대기확산 모델의 연구개발 선행연구’ 측정 자료를 보면 그렇다. 이 보고서는 2006년 3월1일 새벽부터 중국 중서부 인촨에서 방사성 요오드131이 12시간 동안 방출됐을 경우 나타나는 모습을 대기확산 모델에 적용했다. 대기확산 실험 결과에 따르면, 편서풍을 타고 동서로 넓게 퍼지면서 한반도로 근접한 요오드131은 이틀 뒤인 3월3일 오후 한반도 서해안에 상륙했다. 그리고 3월4일 낮 12시부터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전역이 방사성물질에 덮였다. 6일 뒤에는 중국~한국~일본에 걸쳐 방사성물질이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톰’을 만들자?

사실상 같은 위험 권역에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핵발전 안전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아예 각국 정부가 좀더 강력한 참여를 보장하도록,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본떠 아시아원자력공동체인 이른바 ‘아시아톰’(Asiatom)을 만들자는 논의도 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경험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 그 과제가 남아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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