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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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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는 깨끗한 지도를!



울울창창 ‘민선 4기 지방자치 전국 불법·비리 지도’…

비리 단체장·의원 배출하고도 또 공천에 나서는 정당들, 국민이 알아서 찍어내야
등록 2010-05-14 17:19 수정 2020-05-03 04:26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말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모든 권력은 서울시민으로부터, 종로구민의 모든 권력은 종로구민으로부터 나온다. ‘서울’과 ‘종로’의 자리에, 자신이 살고 있는 시·도(광역지방자치단체), 시·군·구(기초지방자치단체)를 넣어도 이 명제는 성립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성립해야 한다.

시장·군수·구청장 절반, 감옥에 있거나 재판 받아

오는 6월2일은 시민이 이 권력을 행사하는 날이다. ‘지방 대통령’인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정당투표로 선출되는 비례대표 포함), ‘마을 대통령’인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정당투표로 선출되는 비례대표 의원 포함), ‘교육 대통령’인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선출한다. 대통령 선거 때는 한 번에 끝낸 투표를 이번에는 여러 번 한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투표까지 모두 여덟 장의 투표 용지를 받아 여덟 번 찍는다. 선거 홍보물을 모으면 두툼한 책 한 권 분량이다. 읽기도, 찍기도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민이 동네를, 나라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인 하승수 변호사는 “제대로 된 기초의원 한 명만 있어도 동네 주민 삶의 질이 달라진다”며 “중앙정치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뿌리가 동네 정치에 있는 만큼 시민이 지방선거에 관심을 갖고 보육과 교육, 복지를 위해 일할 사람을 잘 골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은 우선 잘 뽑았는지부터 살펴봤다. 4년 전에 선출된 민선 4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을까? 4년 동안 얼마의 예산으로 어떤 일을 했을까?
시장·군수·구청장의 절반 가량은 감옥에 있거나 재판을 받고 있었다. 5월7일 현재 전국의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000명이 선거법을 위반하거나 공무원 인사와 각종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광역·기초 의원 000명도 마찬가지 이유로 ‘비리 진흙탕’에 빠져 의원직을 잃었다. 이향래 충북 보은군수의 경우처럼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있어, 이 명단은 6·2 지방선거 이전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광역단체장은 모두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김범일 대구시장을 제외한 15개 시·도지사는 한 해 수억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옛 판공비)를 공무원·유권자 등에게 부적절하게 사용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사전선거운동)으로 고발당했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검찰이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고,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난 2월4일 열린 1심 재판에서 벌금 90만원 형을 받았다.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제공한 금품이 많지 않고 이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투명한 집행을 약속한 점을 고려했다”면서 10만원을 깎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이 100만원 이상이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은 이런 현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민선 4기 전국 불법·비리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지방정부의 불법·비리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경쟁력 있는 선진 지방자치 구현’을 목표로 내걸고 있는 행정안전부는 지방 정부·의회의 현황을 꿰뚫고 실시간으로 보강된 자료를 확보하고 있어야 함에도, 기자의 자료 요청에 “우리 부는 그런 자료를 만들지도, 갖고 있지도 않다”(홍보담당관실 정종훈 서기관)고 답했다.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참여연대·좋은예산센터의 자료를 모아 지도를 만들었다. 선관위의 ‘재·보궐선거 확정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16개 광역단체와 230개 기초단체를 하나씩 훑었다. 정보가 없는 정부보다는 건강한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의 정보가 지도 제작에 큰 힘이 됐다.
불법·비리 사례가 지도를 빼곡히 채운 지역일수록 특정 정당이 지방정부와 의회를 독점해 견제세력이 없거나, 이를 감시할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가 적은 곳이다. 견제와 감시의 사각지대에서 부정부패와 불법비리가 싹튼다는 상식이 확인된다.
자격 미달자들이 선거에 나와 당선되고 부정·비리를 저질러 구속되고 재선거가 열리면 또 비슷한 이들이 공천을 받아 당선되고 다시 비리를 저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 합리적인 보수 인사로 평가받는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3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이 임기 중에 비리를 저질러 구속되거나 기소된 선거구에는 그 소속 정당이 이번에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과 비리 인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공천한 인물이 임기 중에 불법과 비리를 저지를 경우 우리 당은 다음 선거 때 그 선거구에 공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실천한다면, 4년 뒤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까.

민선 4기 광역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민선 4기 광역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여나 정치혐오증은 품지 마시길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다. 지역 건설업자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받고 위조된 여권으로 해외로 도피하려던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가 붙잡히자,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의 정병국 사무총장은 “당진군수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당진군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월23일이다. 그런데 열흘 남짓 만에 ’예의’가 없어졌다. 한나라당은 5월6일 다른 후보를 공천하겠다며 무공천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을 주장해온 민주당도 자신들이 사실상 여당인 호남 지역의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이 없다.

정치권이 자정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민이, 유권자가 하는 수밖에 없다. 자칫 정치혐오증을 부추길 수 있는 우려가 있음에도, 이 지면을 펼쳐 ‘민선 4기 전국 불법·비리 지도’를 그린 이유다.

서울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인천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인천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남권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남권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충청권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충청권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남권·강원도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호남권·강원도 기초자치단체별 비리·예산낭비 논란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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