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는 없고 최선은 있다“아내가 떠나서 술을 마셨는지, 술을 마셔서 아내가 떠났는지 기억나지 않아.” 라스베이거스에서 모든 삶을 탕진하기로 맘먹은 알코올중독자 벤이 밤거리의 여자 세라에게 말한다. 마음을 나눌 사람이 필요했던 벤과 세라는 서로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들의 애잔하고 아픈 사랑 뒤...2012-01-13 12:19
글을 읽고 쓴다는 신세계를 선물하다우리는 어느 봄날 바다로 산책을 나갔다. 봄빛이 아련한 그 바닷속에는 새 바다풀이 돋아나고 있었다. 할머니는 바닷빛을 한없이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문득 나를 바라보았다. “니 그, 바다 때깔, 보나, 니가 글을 쓸 줄 알게 되몬 그 때깔 이바구 먼저 써다고.”(허수경,...2012-01-06 13:28
작업실의 만화가가 들여다본 세상 주인이 빚을 졌다. 주인은 어느 깜깜한 밤, 집을 버리고 떠났다. 반려묘와 반려견이던 야옹이와 흰둥이도 버리고 떠났다. 빈집에 덩그러니 남아 있으니 빚쟁이들이 몰려왔다. 검은 수염을 기른 빚쟁이는 “너희가 주인 대신 채무이행을 하라”고 노발대발 소리쳤다. 그렇게 야옹...2011-12-15 20:05
아픈 노동자들의 변호사로 살다인터뷰 날, 테드는 귀여운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한국에 와서 받은 옷이라고 했다. 티셔츠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1%에 맞선 99% 저항하라.’ 이 저항성 짙은 문구가 담긴 옷이 귀엽게 보인 것은 그의 체형 때문이었다. 그는 살집이 두둑하고 부풀어 오른 배...2011-12-08 15:01
“나는 참으로 복 많은 사람” 단란한 가정이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절반은 그러할 듯 평범한 가정. 옷가게를 하신 부모님은 사이가 좋으셨고, 그 밑에서 자란 딸 셋과 아들 하나는 모두 밝고 얌전했다. 누구나 당연히 생각하듯, 그중 셋째로 태어난 강선영(32)씨는 자신들에게 특별한...2011-12-01 11:20
고통받는 이들과 노래로 연대하다 1980년대가 민중주의의 폭발기였다면, 그 가운데에는 민중문예운동이 있었다. 민중의 이름을 내건 문학·미술·음악 등이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고, 시대의 아픔과 함께했다. 그 시절 민중문화와 대중문화는 사이좋게 공존했다. 하지만 동유럽의 실존사회주의가 몰락한 1990년대...2011-11-24 11:18
인권 문제가 없는 곳 없어 175cm. 신부는 실내화를 신었다. 자신보다 살짝 키가 작은 신랑을 위해서였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동안 무릎을 살짝 굽히는 기마 자세까지 했다. 다리가 아파 무릎을 펼 때마다 하객들은 키가 커졌다가 다시 줄어드는 신부를 봤다. 김희진(37)씨는 키가 크다. 잘 웃는...2011-11-17 16:10
원치 않는 것을 하지 않는 용기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이다. 이즈음이면 카운트다운을 해가며 수능과 수험생에 관한 내용을 신문과 방송에서 연일 보도한다. 남은 며칠 동안 시험을 좀더 잘 보기 위한 방법은 물론 수험생의 건강관리, 먹어야 할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 좋은 간식과 음료, 감기...2011-11-11 10:57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오박민규의 단편소설 ‘갑을고시원 체류기’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뒤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화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2011-11-04 16:13
가난한 이들의 주치의가 되다 나는 병원 가는 것을 싫어한다. 아파도 참는다. 기침을 하거나, 양치질을 하다가 이가 아파오면 건강 걱정보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온다. 내가 병원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진료실에서 의사를 마주하는 순간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의사들은 딱딱하고 무심했...2011-10-28 13:41
생명 살리는 일이 계속 될 수 있기를전라북도 전주와 김제의 경계를 지키는 덕진구 도덕동 고잔마을. 행정동은 덕진구 조촌동이다. 본래 곡창지대로 유명한 김제에 속해 있다가 1994년 전주로 편입됐다. 이곳은 도심 외곽인 동시에 만경강 하천대지가 만나는 지리적 요건답게 관내 구역의 일부는 우뚝 늘어선 아파트...2011-10-20 11:09
고난을 건너온 너른 마음자리10월의 캠퍼스는 화사했다. 촌스러운 정치적 구호가 내걸렸던 자리에는 대기업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인턴십·채용 광고가 즐비했다. 이어폰을 꽂은 트렌디한 젊은이들이 분주히 백양로를 오갔다. 그 가운데 섬처럼 청소노동자들의 천막이 있었다. 지난 10월4일 오후, 그 천막이 ...2011-10-13 17:34
우리 인생에 나중은 없어 2011년을 사는 대한민국의 40대 남자들은 모이면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사회의 중추로서 복잡하게 돌아가는 정치·사회·경제에 대해 갑론을박하려나 싶지만 의외로 그건 아니다. 함께 자리한 이들과 의견이 달라 분위기 경색을 조장하는 주범이 되기 십상이고, 특히 상사의...2011-10-07 14:49
나는 고양이맘이로소이다9월21일 오후 4시, 익숙한 발소리가 들린다.엄마다. 엄마가 왔다.내가 먼저 달려가야지. 쏜살같이 달려가야지.“겁순이, 왔니? 아유, 예쁜 우리 겁순이.”1등으로 엄마 곁에 도착하니, 엄마는 익숙한 손짓으로 내가 기분 좋아하는 부분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준다. 엄마는 언...2011-09-29 18:05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내가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공대식(31)씨는 일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나는 그 ‘다행이다’를 이용해 대식씨와 같은 이들을 저임금으로 부리거나 보조금을 받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업장의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보조금을 올려...2011-09-23 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