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오아시스처럼온종일 한 가지에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고3도 아닌 것이 수험생처럼 죽어라고 공부를 했다. 날마다 새벽 5시에 맞춰놓은 자명종 소리에 반사적으로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기를 게 눈 감추듯 끝내면, 책만 가득 들어 있는 가방을 메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렸다. 학원 강의가...2010-09-09 10:55
내 마음의 블랙박스 고통은 살아 존재하는 자가 짊어져야 하는 필연적인 숙명이다. 고통은, 아픔 그 자체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고통의 신비를 알기까지는.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플 때, 어린아이들은 가슴 깊숙한 곳으로 고통을 감춰버린다. 아...2010-08-26 22:19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드디어 운명의 날이 왔다. 우리는 시험장에 나설 아이들 한명 한명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간절한 기도를 바친 뒤, 뭉툭한 찹쌀떡을 포크로 찍어 아이들 입에 넣어주었다. 날이 밝으면 대망의 검정고시 시험일.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본격적인 고시 수업이 시작되기 ...2010-08-12 22:33
수녀님 우리 빼고 먹지 마세요! 이상한 분위기가 저녁까지 수녀원을 맴돌았다. 아침 미사를 다녀온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냉소적이면서 어딘지 힘이 들어가 있었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수녀들을 화성에서 온 사람 대하듯 했다. 의구심과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딱 물어보기도 뭐하고, ...2010-07-29 22:46
꾀순이 애랑아, 샤넬을 닮으렴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열두 살에 언니와 함께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오바진 고아원에 맡겨졌다. 깡마르고 고집 세며 자유분방한 검은 머리 소녀는 고아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엄격한 규칙적인 생활은 더더구나 싫었다. 훗날 샤넬은 이렇게 말한다. “...2010-07-15 15:58
베트남 소녀 희재의 7전8기 현대는 다문화 시대임을 우리 센터에서도 실감한다. ‘니엔티마이투’는 희재의 베트남 이름이다. 희재는 아기 때 친아버지를 잃고 엄마·오빠와 어렵게 생활하다가, 국제결혼으로 재혼을 하게 된 엄마를 따라 이 땅을 처음 밟았다. 희재는 지금 대학생이다. 희재는 2004년, ...2010-07-01 23:10
“이곳이 좋아요, 판사님”법원 동관을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758호실로 올라간다. 재판받은 아동을 넘겨받기 위해 인수증을 쓴 다음 재판기록 카드를 가지고 다시 지하실로 내려간다. 좁은 복도 오른쪽 창살 너머에는 아이들이 훔친 오토바이를 비롯한 물건들이 수북하다. 물건마저도 먼지를 뒤집어쓴 채...2010-06-18 16:08
울타리 없다고 넘보지 말라 인터넷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이 뉴욕에 계신 어머니 곁에서 휴식을 마치고 고국에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여름밤, 그날도 나는 오늘처럼 인터넷을 통해 그가 감금·폭행·갈취를 3년 동안이나 당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가슴 언저리가 미어지듯 아...2010-06-04 17:01
흔들리며 피어나리 효이가 담배를 피우다 발각됐다. 간이 부은 행동이다. 이 말끔하고 청정한 집에서 담배 연기를 겁없이 뿜어대다니…. 가족회의 결과, 효이는 한 달 동안 주방 설거지, 주방 도우미, 식탁 닦기에 한 달 동안 매일 감정일기 쓰기와 묵주 기도를 30분씩 바치라는 벌칙이 내려...2010-05-19 15:31
외로워라, 저 똥 냄새 햇살이 사무실 유리창을 통해 강하게 내리꽂히는 주일 오후다. 서랍 정리를 하는데, 이상하게 내 코는 무슨 냄새를 좇고 있다. 코린 된장 냄새 같기도 하고, 금방 띄운 달착지근한 메주 냄새, 아니 쉰밥 냄새 같기도 하다. 아이들도 수녀들도 어디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2010-05-06 22:32
은희야, 다시는 오지 마“야, 드디어 해방이다. 해방.”아침 식사가 시작되기 전이다. 평상시에도 목소리가 큰 은희(가명)가 갑자기 만세를 부르며 소리를 지른다. 아이들 중 몇 명이 은희에게 몰려와 한마디씩 한다.“잘됐다, 그럼 오늘로 끝난 거야. 축하해 은희야, 좋겠다.”아이들은 은희의 함성...2010-04-22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