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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6일, 다시 희망버스

등록 2012-06-06 13:40 수정 2020-05-03 04:26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참 우울한 세상입니다. 20여 년 수많은 이들의 죽음과 헌신과 희생을 먹고 자란 통합진보당은 막가파, 추문 집단이 돼버리고, 100일을 훌쩍 넘겨 언론노조 파업이 진행 중이지만 사회적 연대는 잘 형성되지 않고, 제주 강정의 아비규환은 잘 드러나지 않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희생자 22명의 서울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는 벌써 몇 번째 짓밟히고, 1600일을 넘긴 재능교육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1900일을 넘긴 콜트·콜텍 기타 만드는 노동자들은 전기도 끊긴 인천 부평공장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1년 가까이 점거농성 중인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얼마 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 텐트를 친 코오롱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서울 송파에서 벌써 몇 년째 싸우고 있다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얼마 전 서울 동대문역 앞에서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피해버렸던 전북 전주의 전북버스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울산의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이 가까스로 정리해고 철회를 받아내던 그즈음 다시 해고당한 부산의 풍산금속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충남 아산의 유성기업은 어떻게 지내는지. 지난 3월 다시 93명이 해고당한 K2 노동자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지. 23명이 전원 해고당한 경기도 양평군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2010년 김여진씨와 ‘날라리’들의 헌신적인 연대에 힘입어 교섭 타결이 되었지만, 올해 다시 싸우고 있다는 서울 홍익대 청소·경비 용역 노동자들은 또 어떻게 되는지.

이 시대의 사랑 떠올리며 함께 걷자

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 암울한 시대를 견디는지. 6월 말 총파업을 앞두고 있는 화물연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어떤 심경일지. 노동자들만 그러한가. 4대강은 이제 그 붉은 눈물을 다 흘리고 맑아졌는가. 5명이 국가폭력으로 생죽음을 당할 때,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오히려 구속된 철거민들은 오늘도 밖을 그리워하며 잠 못 들지 않을까. 이제 갓 푸르를 나이에 군국주의에 대항해 병역을 거부하고 갇힌 청년들의 여린 가슴은 어떠할까. 이런 어둠은, 이런 아픔은, 이런 서러움은, 이런 분노를 누가 걷어줄까.

그 모든 이들의 삶을 다시 기억하며, 6월16일(토)에 다시 모여보자고, 다시 만나보자고 제안한다. 지난해 희망의 버스를 함께 탔던 우리가 다시 만나보자고,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모여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그런 아픔을, 고통을 걷어내보자고, 이 시대의 암울을, 어둠을, 불의를 걷어내보자고 제안한다. 우리 시대의 과제들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 시대의 사랑을 떠올려보며 함께 걸어보자고 제안한다. 존엄하고, 아름답고, 밝은 이들의 행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쌍용차 정리해고노동자 복직과 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희망행진 걷자’다. 언론노조의 희망캠핑장이 선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시작해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앞까지 모든 어둔 빛깔을 걷어내며 걸어보자는 것이다. 저녁 7시부터 다음날인 6월17일(일) 오전 10시까지는 ‘희망버스 사법탄압 불복종, 돌려차기’다. 그간 검찰은 지난해의 희망버스 승객 130여 명에게 벌금폭탄을 날렸다. 이에 저항해 모두가 법정 투쟁에 나서고 있다. 법률 비용만 근 3억원이 있어야 한다. 이에 굴하지 않고 법정 투쟁에 나선 희망버스 기소자들을 응원하고, 함께 지키며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자리다. 어떠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연대가 끝내 승리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다. 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넘어 모든 자본을 사회화하라는 꿈을 키워봤으면 좋겠다.

이름 없는 벗들에 대한 나의 예의

아직 재판 중인데, 다시 희망버스를 타자고 한다. 다시 구속돼도 좋다. 힘겹겠지만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끌려가도 좋다. 다시 짐을 싸들고 나왔다. 다른 세상을 향해 다시 걸어야 한다. 그것이 그간 나를 지켜주고, 내 삶의 대부분을 실상은 대신 살아준 이름 없는 벗들에 대한 나의 예의다.

송경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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