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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전교조를 싫어하죠?

등록 2008-12-02 14:04 수정 2020-05-03 04:25

네이버 지식인에 ‘전교조’를 써넣으면 뜨는 중학교 3학년의 질문. “전교조가 무슨 일들을 하기에 사람들이 그렇게 싫어하죠?” 정말 좋은 질문.

애초부터 잘못된 게임의 법칙

왜 전교조를 싫어하죠?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왜 전교조를 싫어하죠?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전교조를 그렇게 싫어하는 ‘사람들’이 살판이 났다. 학교별 조합원 수를 공개하게 법령을 만든다고 난리더니, ‘반국가 불법행위 고발센터’를 만들고 ‘이적단체’로 고발하겠다고 나선다. “교육감 후보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며 수사를 의뢰하자, 검찰은 즉시 수사로 화답한다. 한나라당은 교원노조 교섭권을 더 제한하는 법률로 확인사살을 하겠다고 하고, 교육‘기술과학’부 형님은 6년 전 체결한 단체협약이 “이미 상실되었다”고 통보해 쐐기를 박아주시며, 교육청 아우들은 단체협약 해지로 사무실을 비우라, 마무리 한 방을 날린다. 그동안 ‘우군’을 자처했던 사람들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교원평가 여론전에서 밀려 “교사만 평가를 안 받을 수 있냐”는 핀잔이고, 학교 현장에서 인심을 잃는 조합원도 많은 듯하며, 조합원이 줄기 시작한 지 몇 년이다.

천성이 삐딱한 나도 당연히, 전교조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다. 해직된 선생님이 계셨고 그 선생님을 따라 세미나를 하던 친구는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지만, 그저 그랬다.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지만, 합법화 이후 수십 명의 전임자로 자리를 잡는 듯 보이면서 ‘어둠’은 갔다고 생각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학교 현장에서의 돌출 행동에는 가자미눈을 떴다. 집회로 체포된 조합원들을 접견하면서는 왜 이렇게 기술적이지 못할까 흉도 보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변호사 보수는 왜 저리 아끼나, 사심 가득 원망도 했다. 공식 집계 조합원만 7만4천 명이 넘는 가장 큰 노동자 집단 중 하나. 더 이상 구해야 하는 ‘라이언 일병’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난리, 이건 정말 아니다 싶다. 교섭단 구성을 지나치게 제한해 제대로 된 교섭을 할 수 없게 한 ‘교원노조법’은 애초부터 잘못된 게임의 법칙이었다. 헌법의 ‘노동기본권’도 무시해 ‘집단성’을 특성으로 하는 노동조합 활동은 몽땅 ‘금지된 집단행동’이라며 처벌·징계하려는 법 적용도 문제다. 아무 때나 들이대는 이중 잣대는 가장 심각하다. 근로 조건 문제를 들고 나가면 “밥그릇이나 챙긴다”고 하고, 교육정책을 말하면 “정책은 교섭 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교사의 일터가 바로 ‘교육’의 현장이고, 해야 하는 ‘일’이 다름 아니라 자주적으로 ‘교육’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헌법에 보장돼 있다는 것은 안전에도 없다.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는 사람이 서울시교육감으로 있는 판이니,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인정조차 없는 셈이다. 반칙도 이런 반칙이 없다. 전교조는 결코 절대적이거나 유일한 교원노조가 아니며 흠이 없는 조직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싸워 ‘척결’할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처음으로 열렬히 지지하고 싶어지다

엊그제 선생님 몇 분이 사무실을 찾았다. 자기 아이들을 일렬로 줄 세우기 싫다는 부모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가게 했다고 중징계를 하겠단다. 미리 의견을 묻는 담임교사의 편지, 그리고 그 답장에는 엄마·아빠들의 깨알 같은 응원 메시지가 가득했다. 평소 아이들을 대하는 진정성을 이해한 학부모가 많고, 그래서 선생님을 믿고 그 일제고사의 부당성에 동의해 시험을 거부한 학생들이 많은 반 선생님들이 주로 징계 대상이 된 모양이었다. 아이들을 일렬로 세우고 학교를 서열화하는 시험을 거부하고 부모가 책임지고 체험학습을 하겠다는 것, 공교육의 권한이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행사될 때 권한을 위탁한 교사와 학부모가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라도 그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전교조가 이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선생님들이 자신의 대표자로 전교조를 선택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전교조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냐”던 그 사람들이 다시 등장해 대놓고 전교조의 존재 자체를 흔들려는 이 시점에, 나는 처음으로 전교조를 열렬히 지키고 싶어졌다.

김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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