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취해 집에 쓰러져 있었다. 일어설 힘도 없는 상태에서 구출돼 병원에 입원한 게 2001년이다. 마쓰우라 요시아키(59)는 오키나와 다르크(DARC·약물중독재활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다르크는 중독자가 회복하면 스태프가 되어 다른 중독자의 회복을 돕는다. 그 역시 2002년부터 3년간 오키나와 다르크의 스태프로 일한 뒤 사회에 복귀했다. 2008년부터는 미카와 다르크 센터장을 맡았다.
2023년 5월22일 미카와 다르크의 오카자키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마쓰우라 센터장은 다르크를 이렇게 소개했다. “다르크는 약물을 못하게 하는 곳이 아니다. 중독자의 삶의 태도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자립하도록 돕는 곳이다. 중독은 공부를 시켜서, 혹은 ‘끊어라, 중단해라’ 강조한다고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평생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이해도 필요하다. ‘약물을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오늘 하루를 마쳤구나’ 느끼면서 하루하루 거듭나는 곳이 다르크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픈 중독자가 똑같은 아픔을 가진 동료들과 고통을 나누고 극복해가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이 운영 목표다.”
그는 2004년 한국의 상황을 보기 위해 방한했다. 별다른 재활프로그램 없이 격리만 한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한국은 부모의 고향이 있는 나라기도 하다. “아버지가 경남 양산, 어머니가 김해 출신이다. 고통받는 동포 중독자들을 돕고 싶었다. 또 다른 중독자를 돕는 건 내가 약물을 계속 끊고 회복하는 데 좋다. 도울 수 있다는 것도 큰일이다.” 한국을 오가길 약 80회. 2012년 한국에 처음으로 다르크가 설립됐다.
일본에선 95개 다르크에서 2천여 명이 회복 중이다. 카와다르크 이용자 데라(별명·42)씨는 15살부터 마약을 했고, 30살 때와 38살 때 수감됐다. “19살 때 약물 문제로 집에서 쫓겨났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상황에서 헤매다가 처음 다르크를 찾았어요. 다르크는 일본에선 유명합니다. 그땐 일자리 찾는 게 급해서 금방 다르크를 나왔어요. 35살 때 다시 다르크에 왔는데, 그때도 결과적으로 약물을 그만둘 순 없었지만 아마 다르크가 없었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지 몰라요. 40살이 돼서 출소해서 보호기관에 머물면서 일을 했는데, 일하던 회사에서 ‘중독자에게는 기숙사를 줄 수 없다’고 하면서 다시 약물에 손을 댔어요. 다르크에 다시 연락했죠. ‘잘할 자신은 없는데 받아줄 수 있느냐’고요. 세 번째 다르크에 참여해, 제대로 한번 약을 끊고 자립해보자는 생각으로 2년째 NA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고 있어요.”
8년 전부터 미카와다르크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다카하시(49)씨는 “마츠우라 센터장을 비롯해 회복한 선배들이 활기차게 사는 모델을 보면서 나와 중독자들이 회복이 뭔지 실감합니다. 인생의 가치가 정형화된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것이라고 여기게 됐습니다. 여기 온 중독자들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으로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나 역시 중독자이기 때문에 회복에 큰 도움을 받는다고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마쓰우라는 한국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독은 마음의 병이다.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불법인지 따지기보다 본질적으로 왜 이들이 어려운 삶을 살게 됐는지, 왜 이렇게 큰 상처를 안게 됐는지 생각해야 한다. 인간관계와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그들을 감옥에 집어넣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일본도 약물을 죄악시하고 절대악으로 몰아붙여 강압적으로 ‘안 된다, 안 된다’고 외쳐왔지만, 약물중독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오카자키(일본)=글·사진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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