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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말 듣고 ‘1조’ 기부한 존 도어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5-09 01:14 수정 2022-05-09 11:46
AP 연합뉴스

AP 연합뉴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벤처투자자인 존 도어(사진)와 그의 아내가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스쿨(미국 대학의 ‘스쿨’은 학과와 단과대의 중간 성격) 설립 자금으로 11억달러(약 1조4천억원)를 기부했다고 2022년 5월4일 밝혔다. 이는 미국 대학 기부 사상 2018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모교인 존스홉킨스대학에 18억달러를 기부한 것 다음으로 많은 금액이다. 도어는 한 인터뷰에서 “기후(위기 대응)와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컴퓨터공학’이 돼가고,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원하는 것”이라고 기부 취지를 설명했다. 스탠퍼드대학은 새로 설립될 ‘스탠퍼드대 도어 지속가능성 스쿨’에서 행성과학, 에너지기술, 식량안보 등과 함께 기후위기 정책, 기술적 해결책 등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존 도어는 2006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만든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가족과 함께 본 뒤 기후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10대 후반이던 도어의 딸은 다큐 시청 직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에게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빠가 고쳐놓는 게 좋겠다”고 했고, 도어는 2007년 앨 고어를 자신의 벤처투자회사 이사로 받아들였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미국 거부들의 거액 기부는 이미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20년 100억달러(약 12조7천억원) 규모의 ‘베이조스 지구 기금’을 설립해 2021년부터 콩고분지와 안데스산맥, 태평양 열대지역 등을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블룸버그도 2019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위해 5억달러를 내놨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자신과 아내 이름의 재단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

한국의 재벌과 대기업이 기후위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기여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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