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공정위 심판대 오르는 쿠팡 프레시백 회수 ‘100원짜리 노동’

택배노동자에게 해체·정리·적재까지 강요… 택배노조·시민사회 “거래상 지위 남용” 공정위 신고
등록 2026-06-25 21:58 수정 2026-06-29 08:08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2026년 6월17일 서울 강남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CLS와 춘천 지역 영업대리점인 하하물류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제공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2026년 6월17일 서울 강남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CLS와 춘천 지역 영업대리점인 하하물류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제공


 

쿠팡이 친환경 경영을 홍보하며 도입한 ‘프레시백’(로켓프레시용 보랭백). 매일 저녁이나 새벽, 소비자의 현관 앞에 신선식품을 대령하기 위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쿠팡CLS) 퀵플렉서(쿠팡 배송 노동자)는 단돈 100~200원에 프레시백을 회수하고, 청소하고, 해체해서 적재한다. 배송 노동자들은 이를 ‘공짜 노동’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프레시백 회수·반납 업무는 물건 하나를 배송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데, 왜 정상적인 수수료를 주지 않느냐”며 “또 해체·정리·적재 등 추가 노동까지 강요하는 것은 음식 배달원에게 그릇을 회수하고 씻어서 그릇장에 넣어두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반발한다. 이렇게 끊임없는 논란을 불렀던 프레시백 추가 노동 문제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는 2026년 6월17일 서울 강남구 쿠팡CLS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CLS와 강원도 춘천 지역 영업대리점인 주식회사 하하물류를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쿠팡CLS는 배송 노동자인 퀵플렉스에게 단돈 100원에 프레시백 수거·해체·정리·적재 업무까지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쿠팡CLS는 배송 노동자인 퀵플렉스에게 단돈 100원에 프레시백 수거·해체·정리·적재 업무까지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단돈 100원에 얹힌 ‘독소 노동’

 

쿠팡은 3월18일 춘천 지역에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신규 도입했다. 로켓프레시는 쿠팡의 신선식품 위주의 배송 서비스로, 냉장·냉동 상태를 유지하는 보랭 포장과 익일 새벽(또는 당일) 배송을 내세운다. 춘천 지역 쿠팡 대리점 세 곳 중 하나인 하하물류는 로켓프레시 도입 하루 전 배송 노동자들에게 프레시백 수거, 해체, 정리, 적재 업무를 하라고 통보했다. 세척의 편의를 위해 프레시백을 반듯하게 펴고(해체), 내부의 아이스팩 및 이물질을 제거(정리)한 뒤, 이동 설비인 롤테이너에 쌓아두라(적재)는 요구다. 이 업무의 대가로 프레시백 단건 회수는 200원, 배송하며 수거하는 경우엔 100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부 배송 노동자는 반발했다. 2026년 1월 작성한 계약서와 부속합의서에는 ‘수거 후 반납’만 하게 돼 있음에도 추가 업무를 강요했다는 것이다.

하하물류에서 일하는 19명 중 택배노조에 소속된 10명은 계약서에 없는 추가 노동을 거부하고 수거·반납 업무만 진행했다. 그러자 하하물류 쪽은 3월26일부터 배송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대화방에 ‘노조에 계약서를 보여주는 것은 비밀유지 위반이다’ ‘해당 업무를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취지의 위협적인 공지를 했다. 3월29일에는 단톡방에 추가 노동을 거부한 노동자들의 실명을 공개하고, ‘별도로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의 인력 비용을 배송 수수료에서 공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계속된 압박에도 이들이 추가 노동을 거부하자 하하물류 쪽은 4월8일 택배노조 강원지부 쿠팡 춘천지회 하하물류 분회장인 김상원씨에게 ‘4월9일자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고, 4월14일에는 나머지 노조원들에게도 계약 해지 예고를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김상원 분회장은 “로켓프레시가 도입된 후 야간 배송기사가 투입되면서 수입이 100만원 이상 줄어들고, 프레시백 회수·반납까지 하느라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며 추가로 공짜 노동까지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니 해고하는 것은 보복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중구 한 쿠팡 차고지에 택배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서울 중구 한 쿠팡 차고지에 택배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한겨레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계약 밖 노동’ 거부의 대가

 

택배노조가 김상원 분회장의 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고 법원에 부당계약 해지 가처분을 신청하자 하하물류 쪽은 돌연 “4월26일부터 복귀하라”고 통보했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제11조는 ‘계약 해지 땐 60일 이상의 유예기간을 두고 계약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으면 그 계약을 해지한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2회 이상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김단영 참여연대 실행위원(변호사)은 “하하물류의 처사는 부당한 업무를 거부하고 노조활동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에 대한 보복 행위”라며 “택배기사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계약에 없는 일을 떠넘기고 거부하면 보복하는 것이 정당화된다면 거대 플랫폼 앞에 노동자의 권리가 침탈당하는 현실을 앞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하물류의 부당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전 예고한 대로 추가 노동을 거부한 배송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청구’라는 명목으로 4월 정산 수수료에서 10만~20만원을 공제했다. 노조원인 김동민씨는 “하하물류는 1시간당 2만원, 1일 2시간 4만원을 주고 알바생을 고용하고 있다. 해체·정리·적재가 그 정도 금액이 소요되는 작업이라면, 왜 배송 기사들에겐 공짜로 하라고 강요하는지 자가당착 아니냐”고 꼬집었다.

‘계약서에 없는 공짜 노동 강요’라는 노조와 배송기사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하하물류는 이후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꼼수’까지 폈다. 하하물류 쪽은 5월에 ‘2026년 6월3일자로 시행 예정인 생활물류법 제32조가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했으므로, 계약 갱신이 필요하다’며 허위 공지를 했다. 새 계약서에 딸린 부속합의서에는 기존의 수거·회수뿐 아니라 해체·정리·적재까지 모두 포함해서 수행하게 돼 있다. 또 ‘비밀유지를 위반하면 1억원, 업무를 거부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1천만원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조항도 끼워 넣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장은 “생활물류법 제32조가 시행돼도 기간이 남은 기존 계약서는 유효한데도 하하물류는 추가 노동을 시키고 손해배상을 압박하기 위한 조항을 끼워 넣기 위해 배송 노동자를 기만했다”고 말했다.

쿠팡CLS의 춘천 지역 위탁 대리점인 하하물류가 김상원 하하물류 분회장에게 보낸 최종 내용증명.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쿠팡CLS의 춘천 지역 위탁 대리점인 하하물류가 김상원 하하물류 분회장에게 보낸 최종 내용증명. 전국택배노동조합 제공


하하물류는 김상원 분회장에게 계약 위반 사실과 계약 해지 가능성을 명시하며 2026년 6월30일까지 시정하라는 최종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김 분회장은 “생활물류법 제11조에 위배되지 않도록 60일 유예기간, 2회 서면 통지라는 조건을 충족한 뒤 해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종 조항’ 뒤 쿠팡

 

법률단체들은 프레시백 추가 노동 강요가 단순히 지역 대리점의 문제가 아닌, 쿠팡CLS의 업무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짚는다. 조일영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쿠팡CLS는 하하물류와의 계약서에 ‘회사가 정하는 업무처리 규정 및 지침을 준수하라’는 포괄적 복종 조항을 심어주고 하하물류를 통해 업무를 사실상 지시했다”며 “이는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와 별개로 프레시백 추가 노동에 대한 책임이 쿠팡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쿠팡CLS 관계자는 “프레시백을 회수해서 반납하는 업무는 CLS와 위탁배송업체 간에 체결된 위탁업무에 포함돼 있으며, 프레시백 세척은 별도 전문 설비와 전담 인력이 진행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