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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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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하되 간섭 않는다 맨유 키운 126년 철칙

구단주 마음 따라 연고지 옮기고 수틀리면 팀 매각도…
한국 프로스포츠계에 맨유와 퍼거슨 이야기는 사치일까
등록 2013-07-30 15:16 수정 2020-05-03 04: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그 자체로 황금알이며 또한 그것을 낳는 거위다. 그런데 최근 불안한 소식이 들려온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26년 만에 은퇴한 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맨유의 주가가 꾸준히 하락세(<cnn>)라는 얘기다. 영국 경영컨설팅 회사 A.T.커니의 이매뉴얼 험버트 스포츠 담당 전문가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를 잃었던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7억9천만파운드로 맨유를 거머쥔 맬컴 글레이저 구단주는 그때까지의 자신을 만들어준 미국 미식축구리그(NFL)의 탬파베이 부캐니어스 대신 맨유에 온 정성을 쏟았다. 그래서 탬파베이 팬들로부터 원성도 들었다. 하지만 맨유가 중국에만 무려 1억8천만여 명의 팬을 거느린, 세계적으로 최고 인기 구단이 된 데는 글레이저의 공격적 경영이 한몫했다.
그러나 약 36억달러(약 4조662억원)의 재산을 지닌 그였지만 결코 팬과 선수, 무엇보다 퍼거슨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글레이저가 맨유를 인수할 때 현지에서는 ‘영혼이 매각되는 느낌’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지원을 하되 절대 불간섭한다’는 맹약을 바탕으로 퍼거슨으로 하여금 팀을 8년 더 이끌도록 했다. 그가 선수를 선택하면 글레이저는 돈을 풀었다. 그렇게 하여 맨유라는 황금알은 그것을 낳는 거위까지 되었다.
그랬는데, 퍼거슨이라는 거목의 공백이 예상외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새 시즌의 팀 성적에 따라 맨유의 시장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맨유 주식 310만 주(전체 주식의 7.85%)를 인수해 주요 주주로 등장했으니 글레이저의 속내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억만장자 구단주도 퍼거슨과 팬은 안 건드렸다
하지만 126년 역사(1878년 창단)를 지닌 맨유는 구단주의 경영 스타일 변화 혹은 구단주의 변화 같은 폭풍에도 불구하고 잠시 멀미를 할 뿐, 결코 좌초될 팀이 아니다. 126년 동안 맨유의 감독은 악을 쓰고 선수들은 공을 차고 팬들은 환호성을 질러왔다. 설령 구단주가 바뀐다 해도 말이다. 그래서 맨유의 실질적 소유주는 지역의 팬들이 된다.
우리 스포츠로 눈을 돌려보자. 최근 축구계의 관심은 성남 일화다.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가 축구를 워낙 좋아해서 꽤 오랫동안 상당한 지원을 했고 그래서 오랫동안 강호로 군림하며 우승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들이 잠시 머물렀던 서울(동대문운동장)이나 천안 그리고 현 연고지인 성남에서 그 팀이 맨유처럼, 아니 야구의 롯데나 축구의 울산과 같은 지역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래도 ‘노골적으로’ 포교 수단으로 활용하지는 않아서 열혈 팬도 적지 않았지만, 문선명 사망 이후 상황은 어수선하다. 최근에는 성남시가 시민구단 창단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성남 일화 축구단이 이 시민구단으로 이행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이 와중에, 구단 관계자는 ‘낭설’이라고 일축했지만 성남 일화가 현 연고지 말고 경기도 지역의 최소 3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구단화 협상을 진행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약체 팀을 정상에 올려놔도 구단 맘에 들지 않으면 감독이 경질되고(SK 와이번스 전 김성근 감독) 구단주의 심경이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연고지 이전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취약한 형편이니 맨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푸념일 수밖에 없다.
‘러시앤캐시’의 프로배구단 창단이 반갑지 않은 이유
이런 이야기를 그래도 하는 까닭이 있다. 러시앤캐시 때문이다. 러시앤캐시? 그렇다. 바로 그 ‘대부업체’ 러시앤캐시가 프로배구 제7구단을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프로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제도권 금융과 사채업만 존재하던 때에 소비자금융업을 만들어 선도해온 대표적인 소비자금융그룹’이라고 써놓았다. 일반적인 이미지나 뉴스를 통해 듣던 내용과는 거리가 먼 설명이다. 그러니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러시앤캐시는 프로스포츠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연고지로는 경기도 안산시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프로배구가 스타 기근과 연고지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때에 누구라도 팀을 창단해 참여한다면 그 효과가 적지 않다. 최소 20명 이상의 배구인이 새로운 코트와 구단에서 활약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들 말로는 소비자금융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끈질긴 ‘대부업체’로 통하는 러시앤캐시인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창단을 막을 만한 법적 근거도 없다. 물론 프로배구계는 환영 일색이다.
나의 걱정은, 그들이 맨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를테면 프로야구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만 한 열정과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점이다. 해당 종목에 대한 구단주의 오랜 꿈, 구단 전체 이미지와의 결합, 연고 도시와의 다양한 관계망 형성, 해당 종목 발전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책 등을 갖고 있으냐 하는 문제 말이다. 그래야만 돈을 풀고 전문가를 중용하고 그들을 건드리지 않게 된다.
광고 효과나 이미지 개선 효과가 없으면 사흘이 멀다 하고 감독을 경질하고 여차하면 연고지를 옮기고 수틀리면 팀을 매각하거나 폐쇄해버리는 악행을 우리는 너무 많이 지켜봤다. 그렇다면 러시앤캐시는? 계산에 철저한 러시앤캐시라면?

정윤수 스포츠평론가</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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