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문시장에서 판매부수 1·2위를 달리는 과 의 ‘야구 전쟁’이 법정에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발단은 3월15일 의 1면 기사다. 이날 은 “요미우리 자이언츠 구단이 1997~2004년 신인 6명에게 계약금 36억엔을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는 신인 최고 계약금을 성과급을 포함해 1억5천만엔으로 한다는 합의를 하고 있었다. 다음날 과 구단 쪽은 “계약금 규정은 ‘상한액’이 아닌 ‘최고표준액’이므로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쪽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은 3월19일 지면에서 “사과 요구에 응답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고, 요미우리 쪽은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이 와중에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 아키야마 고타로 사장 등의 실명이 상대 지면에 거론됐고, 요미우리 구단은 ‘실수’로 담당 기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
절대적인 요미우리의 영향력
일본 프로야구의 신인 계약에서 이른바 ‘뒷돈’이 존재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 폭로한 6명 가운데 다카하시 요시노부(1997년 입단·6억5천만엔)는 한국의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도 오래전부터 “실제 계약금이 10억엔일 것”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1998년 입단한 우에하라 고지는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 계약 일보 전까지 갔지만 결국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변심’ 이유에 대해 여러 말이 오갔지만 의 보도로 요미우리가 6억2천만엔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의혹’ 차원에서 머물렀던 뒷돈 거래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이유는, 이 요미우리 구단의 내부 자료와 증언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은 자신과 갈등을 일으킨 끝에 지난해 11월에 물러난 기요타케 히데토시 전 구단 사장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박승민 서울 특파원은 “일본에선 신문과 방송 사이에 대립이 간혹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동종 업계인 신문사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두 신문사의 대립에는 일본 최대 스포츠인 야구를 둘러싼 오랜 악연이 기저에 깔려 있다. 은 프로야구 최고 인기 구단인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느리고 있다. 은 프로야구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갑자원대회) 주최사다.
일본 최초의 야구경기는 메이지 시대인 1873년 열렸다. 이후 대학을 중심으로 야구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고, 야구라는 외래 스포츠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거졌다. 1879년 창간한 은 처음에는 반(反)야구 태도였다. 1911년에는 ‘야구폐해론’이라는 특집 기사를 냈다. 반면 라이벌 은 “야구는 정신력을 키워주는 운동”이라며 ‘야구옹호론’을 주창했다. 찬반 논란 속에 야구 인기는 더 높아졌고, 논쟁을 주도한 두 신문의 판매부수는 크게 확장됐다. 은 1915년 갑자원대회를 창설하며 태도를 바꿨다. 갑자원대회는 곧 일본 최대의 단일 종목 대회가 됐다. 이에 자극받은 은 프로야구로 눈을 돌렸다. 각계의 반대를 딛고 1934년 일본 최초의 프로야구단 대일본도쿄야구구락부(현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창단했다. 전후 부흥기와 196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의 사세도 함께 확장됐다. 자이언츠가 21번째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한 1977년, 은 을 제치고 판매부수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나 한국프로야구는 특정 구단의 독주는 리그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 아래 시스템을 짰다. ‘균형 잡힌 경쟁’(Competitive Balance)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금과옥조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는 요미우리의 인기와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일본 프로야구 TV 중계는 1955년부터 시작됐다. 그 뒤 오랫동안 전체 프로야구 중계의 절반은 요미우리 경기가 차지했다. 요미우리의 인기가 다른 구단을 먹여살리는 구도다. 요미우리 구단이 “리그를 탈퇴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면 프로야구 전체가 꼼짝하지 못한다. 이번에 불거진 신인 계약금 과다 지급 문제의 근본 원인도 결국 요미우리 중심의 프로야구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는 2007년까지 선수가 구단을 지명할 수 있는 독특한 드래프트 제도를 채택했다. 선수 처지에선 ‘직업 선택의 자유’가 확대되지만, 재력이 강한 구단이 우수 선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프리에이전트(FA)제도도 우수 선수를 보유하고 싶은 요미우리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채택됐다.
비판적 견해의
은 프로야구단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요미우리 중심의 프로야구 체제에 늘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2004년 요미우리를 비롯한 프로구단이 아마추어 선수에게 규정을 위배한 금액을 지급한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은 사설을 통해 “완전 드래프트 제도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7년에는 “프로야구에 허수아비는 필요 없다”는 사설로 커미셔너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부수에선 일본뿐 아니라 세계 1·2위인 두 거대 신문사의 2012년 ‘야구 전쟁’에는 야구와 함께했던 성장의 역사, 프로야구와 학생야구의 맹주라는 자존심, 일본 프로야구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견해 차이가 녹아 있는 셈이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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