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이 오듯, 4월에는 프로야구가 시작된다. 어떤 종목보다 긴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게 프로야구다. 그래서 야구는 ‘인생을 닮은 경기’라고도 한다. 6개월의 정규시즌을 거쳐 10월에는 ‘가을 야구’인 포스트시즌이 열린다. 2011년 프로야구에 다섯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1. 가을잔치 새 손님은?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은 8개 구단 중 딱 절반, 4개다. 확률로는 낮다고 볼 수 없는 50%다. 메이저리그에선 26.7%(30개 구단 가운데 8개)다. 2007년 이후 4시즌 동안 SK는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두산도 그랬다. 삼성은 세 번 가을잔치 무대를 밟았고, 롯데는 지난해 구단 사상 최초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나머지 팀들은? 기아는 2009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한화는 2007년 3위를 차지한 게 전부다. 넥센은 창단 이후 3년 동안 하위권이었고, LG의 마지막 가을 야구는 2002년의 일이다.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에서 프로야구를 ‘닫힌 계’로 해석했다. 진화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계의 안정성이 강화된다. 최근 수년간 포스트시즌 진출 팀에 거의 변화가 없는 건 한국 야구의 수준이 고도화됐다는 의미로 읽힌다.
올해 변화를 줄 수 있는 팀이 있다면 기아와 LG다. 조범현 감독이 “팀 타율 꼴찌도 각오한다”고 말하듯, 기아는 타격에 문제가 있는 팀이다. 그러나 최고 오른손 투수 윤석민과 왼손 양현종, 메이저리거 출신 로페즈와 서재응이 버티는 마운드는 어떤 팀보다 단단하다. LG는 시속 160km를 던지는 리즈와 왼손 투수 주키치가 10승씩을 해준다면 해볼 만하다. 거포는 없지만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타자는 많다.
최근 프로야구에는 왼손 에이스가 대세다. 한화 류현진과 SK 김광현은 최고를 다투는 투수다. 기아에는 지난해 16승 투수 양현종이 있고, 올해 삼성의 제1선발은 차우찬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첫째 왼손 투수, 둘째는 모두 24살 이하 투수라는 점이다. 투수는 부상이 잦은 직업. 롱런하는 에이스는 아직 한국 야구에는 드물다.
2000년대 중반에는 오른손 에이스 3명이 지배했다. 롯데의 손민한, 삼성의 배영수, 두산의 박명환이다. 손민한은 어깨 부상으로 한 시즌 반을 쉬었고, 배영수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뒤 예전 구위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명환은 2007년 LG 이적 뒤 고작 14승만 따냈다. 올해는 어떨까. 손민한의 어깨 상태는 2007년 이후 가장 좋다. 배영수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시속 150km 가까운 직구를 던졌다. 박명환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아프지 않다”고 말한다.
3. 루키 감독의 첫 시즌은?롯데는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고,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4전 전패했다. 롯데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을 전격 포기했다. 삼성은 선동렬 감독을 경질했다. 5년 계약 첫해를 치른 감독을 4년치 연봉을 포기하면서까지 내쳤다. 삼성그룹 고위층에서 내려온 결정이었다.
두 팀의 대안은 ‘초보 감독’이다. 양승호 롯데 감독은 LG에서 잠깐 감독대행을 맡은 게 전부다.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중일 감독을 후임으로 앉혔다. 일단은 전임자에 대한 안티 테제로 출발한다. 롯데는 경기가 끝나면 코치들이 각각 담당 선수들과 짧은 미팅을 한다. 전임 감독 시절에는 금기 사항이었다. 류 감독은 “최형우에게 40홈런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선 전 감독은 2005년 취임 뒤 입버릇처럼 “타격은 믿을 게 못 된다”고 했다.
삼성은 우승 전력으로 꼽히는 팀이며, 롯데는 약점이던 투수력이 보강됐다. 하지만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무리하게 팀을 운영해 연패에 빠지면 지도력을 의심받기 쉬운 게 초보 감독의 숙명이다. 김성근 SK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재야에는 김인식, 선동렬, 김재박 등 쟁쟁한 명장들이 일선 복귀를 노리고 있다.
4. 이대호와 이종범의 시즌 마지막 경기는?이대호는 지난해 프로야구 MVP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정교함·장타력·힘·유연성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이대호는 현재 최고의 타자다. 이대호는 지난 1월 연봉 조정 신청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아직 앙금이 남아 있다. 이대호는 “롯데가 나를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고 스타에 걸맞은 대우를 원한다는 말. 그렇지 않을 경우엔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종범은 프로야구사 전체로 볼 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스타다. 1993년 신인왕을 다퉜던 양준혁은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했다. 타율이 2할4푼2리로 떨어진 2006년 이후 매년 오프시즌의 단골 화제는 ‘이종범의 은퇴’였다. 이종범은 41살인 올해도 현역 선수로 뛴다. 이종범은 38~39살에도 2할7푼대 이상 타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부진에는 갈비뼈 부상이 컸다. 하지만 올해 타율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면 어느 해보다 큰 은퇴 압력에 시달릴 것이다.
5. 10구단 논의는 언제 시작되나?지난 3월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온라인게임회사 엔씨소프트를 제9구단으로 정식 인정했다. 9구단 승인은 10구단 창단 준비로 이어진다. KBO 자체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야구장 좌석 점유율(55.2%)을 적용할 때 9구단 체제에서 입장 관중은 629만 명이다. 지난해 593만 명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10구단일 경우는 807만 명으로 늘어난다. 홀수 팀 리그에선 반드시 어느 한 팀이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날이 있다. 따라서 팀당 경기 수는 오히려 줄어든다.
10구단 창단 논의는 언제 개시될까. KBO는 ‘되도록 빠른 시일’을 원한다. 그래서 엔씨소프트의 1군 진입 시점도 2014년에서 2013년으로 앞당겨주길 희망한다. 프로야구단 운영은 타 종목에 비해 비용이 높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참여에는 통합창원시의 파격적인 지원 의사가 큰 역할을 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입장에서 야구단 유치는 구장 건설로 인한 지역 재개발과 주민 지지도 상승이라는 효과가 있다. 시 재정에야 문제가 생기겠지만 매력적인 카드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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