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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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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유럽에서도 숙명의 맞수



공격수는 한국이 우세, 미드필더·수비수는 용호상박…

차범근과 오쿠데라의 유럽 진출사 다시 쓰는 양국 선수들
등록 2010-12-01 11:17 수정 2020-05-03 04:26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관계는 단순한 라이벌 이상이다. 세계 축구 무대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강호이자 2002년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동반자, 승부에서는 숙명의 맞수다. 한-일 축구의 경쟁은 아시아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 축구의 전시장인 유럽 무대에서도 양국 축구는 늘 맞수 관계를 유지해왔다.
함부르크 123년 축구사상 최연소 득점 손흥민

지난 10월30일 FC쾰른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축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며 데뷔골을 터뜨렸다.연합 AP

지난 10월30일 FC쾰른과의 경기에서 손흥민은 독일 함부르크 축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우며 데뷔골을 터뜨렸다.연합 AP

아직도 많은 독일인들이 한국 하면 차범근을 떠올릴 정도로 차범근의 족적은 독일 무대에서 전설처럼 남아 있다. 그런데 차범근에 앞서 유럽에 아시아 축구를 알린 것은 일본의 미드필더 오쿠데라 야스히코였다. 1977~78년 FC쾰른 유니폼을 입으며 일본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 1부 리그에서 뛰게 된 오쿠데라는 당시 유럽 최고 리그로 각광받던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데뷔 시즌에는 소속팀이 리가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유럽 리그 챔피언의 영예를 누렸092다. 오쿠데라는 분데스리가에서 쾰른과 베를린, 브레멘 등 3개 팀을 거치며 10년간 리그 259경기(25경기는 2부)에 출전해 26골을 터뜨리는 등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오쿠데라의 성공은 그보다 1년여 늦게 독일에 당도한 차범근의 화려한 성과에 가려진다. 1979~80 시즌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에 본격적으로 데뷔한 차범근은 10번의 시즌 동안 리그에서만 308경기 98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이 기간에 차범근은 프랑크푸르트(1980년)와 바이엘 레버쿠젠(1988년) 소속으로 각각 유럽 대회(UEFA컵) 정상에 올랐다.

한-일 유럽 리거들의 2010~2011 시즌 성적표 (11월27일 현재)

한-일 유럽 리거들의 2010~2011 시즌 성적표 (11월27일 현재)

오쿠데라와 차범근의 10년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요즘도 한국과 일본의 축구 스타들은 유럽에서 자국 축구의 우수성을 알리며 라이벌전을 펼친다. 공격수로는 한국이 우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며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듬뿍 얻었다. 리그에서는 8경기 출전에 2골을 터뜨렸고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매 경기 꼬박꼬박 출전해 팀 공격을 돕는다. 지난 11월6일에 벌어진 울버햄턴과의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는 박지성의 위력을 느낄 수 있는 시합이었다. 박지성은 전반과 후반 종료 직전에 각각 골을 터뜨리며 소속팀의 2-1 승리를 견인했다.

박지성보다 11살 어린 손흥민(함부르크)은 리그 데뷔와 함께 파란을 일으켰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학원 축구를 경험하지 않고 K리그 선수 출신인 아버지(손웅정 FC춘천 감독)에게 기술을 배운 손흥민은 일찌감치 독일로 건너가 공격수 수업을 받았다. 2009년 청소년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리며 처음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소속팀 함부르크의 프리시즌 경기에서는 9경기 9골을 기록해 순식간에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유망주로 떠올랐다. 올해 10월30일, 18살 3개월 나이에 치른 리가 데뷔전에서는 독일 함부르크 축구단 123년 역사상 최연소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FC쾰른을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11월20일은 하노버 원정 경기에 다시 선발 출전해 1경기 2골을 기록해 유망주 이상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 1부 리그 AS모나코 소속의 박주영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시즌 리그 8골을 터뜨린 데 이어 올 시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팀 마르세유전에서 시즌 첫 골을 신고했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직전에 펼쳐진 보르도(11월2일)와 낭시(11월7일)전에서 3골을 몰아쳤다.

반면 일본 공격수들의 올 시즌 활약은 아직 미미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야노 기쇼와 이탈리아 카타니아의 모리모토 다카유키 모두 아직 1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미드필드의 ‘쌍용’, 이청용과 기성용

미드필드에서도 한국의 ‘쌍용’이 각각의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채 순항하고 있다. 볼턴에서 뛰는 이청용은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만년 중위권으로 평가받던 소속팀을 리그 5위까지 끌어올렸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의 주전 미드필더 스콧 브라운이 다친 공백을 틈타 주전 자리를 되찾은 기성용도 지난 11월6일 소속팀의 9-0 승리를 돕는 등 상승세다.

일본 미드필더들 역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여름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독일로 건너간 1989년생 가가와 신지는 입단과 함께 독일 분데스리가 1위 팀 도르트문트의 핵심 선수로 자리잡았다. 시즌 개막 3개월 만에 분데스리가와 유로파리그에서 각각 6골과 2골을 터뜨렸다. 독일 언론에서 매주 가가와에게 최고 평점을 주고 있을 정도로 활약이 좋다. 지난여름 월드컵에서 일본 축구를 진두지휘한 러시아 리그의 혼다 게이스케 역시 준수한 활약으로 빅리그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수비수 부문에서도 양국은 엇비슷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셀틱에서 오른쪽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차두리는 특유의 힘과 스피드를 앞세워 소속팀의 호성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선수 중에는 독일의 살케04에서 뛰는 우치다와 이탈리아 체세나 소속의 나가토모가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유럽 진출 한-일 수비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측면 수비수라는 점이다. 중앙 수비수들의 유럽 진출은 아직 미미하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여러 포지션에서 맹활약 하는 한-일 양국의 축구 스타들은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앞당기고 위상을 드높이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서형욱 문화방송 축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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