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인생의 시작
운동을 좋아한다. 실력은 신통치 않다. 특히 구기 종목에 약하다. 그런 내가 야구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는 단순했다. 출판사 사장인 후배가 “형, 야구 할래요?” 하고 물었다. 거침없이 답했다. “그래!” 2009년 겨울, 거부할 수 없었던, 가장 강렬한 유혹이었다.
하필이면 그해 가을 한국시리즈에서 타이거즈가 12년 만에 우승하면서 가슴에 불을 질렀다. 나와 비슷한 연배인 이종범의 활약에 감동했다. 여느 해보다 ‘일시적으로’ 덜 바빴기에 일곱 경기를 다 몰입해서 봤다. 세 번은 야구장에 갔다. 1982년 프로야구가 생긴 이후 이번 한국시리즈 직전까지 야구장이란 곳에 가본 횟수보다 많았다. ‘이런 재미를 왜 몰랐을까’ 후회했다. 그해 야구 열풍은, 관객으로는 성에 차지 않던 회사의 여자 후배 몇몇이 옥상에서 캐치볼을 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다는 친구들을 부러워만 했지 직접 해볼 엄두를 내지는 못했다. 이미 활동 중인 팀이 영입에 관심을 보일 만한 매력이 내겐 전혀 없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하다가 크게 다친 이후 글러브를 껴본 적이 없다. 나와 비슷한 체형의 야구선수는 거의 없는데다 난 나이도 많다. 그렇다고 새로 팀을 만들 능력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야구보다는 술을 좋아한다.
그런 차에 영입 제의라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면서도, 난 꼰대처럼 한마디를 걸쳤다. 박민규의 을 들먹이면서, 승리 지상주의에 빠지지 말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즐기는 야구를 하자고. 이제는 우리 팀 감독이 된 그 후배는 “내가 하고 싶은 야구가 그런 야구”라고 맞장구를 쳤다.
둘이 의기투합했다고 금방 팀이 만들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달 뒤 송년회를 겸해 결성식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송년회에는 10여 명이 왔다. 낯익은 영화배우 겸 탤런트, 모델과 리포터, 인터넷업체 대표, 회사원, 기자 등 직업이 다양했다. 주로 언론·출판·문화계에 종사하는 사람 20여 명이 한 팀을 만들었다.
팀 이름은 ‘비비언스’(BBans). 베이스볼에서 비(B) 두개를 따왔다. 굳이 옮기자면 ‘야구 하는 사람들’이다. 짧게 읽으면 “빤스” 아니냐, 제대로 읽어도 여성 속옷 이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가 잘하면 그 업체에서 후원할지도 모른다는 억지스런 반론이 오간 끝에 원안대로 통과됐다.
유니폼을 쫙 빼입은 내 모습에 거짓말을 못하는 아이들은 “아빠, 감독 같아” 한다. 하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한 순간에, 아직도 시작하고 거기에 몰입할 수 있다는 데서 위안을 삼는다. 내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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