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슘은 미네랄의 꽃이다. 우리 몸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미네랄이기 때문이다. 보통 성인 한 사람의 몸에는 칼슘이 1kg 정도나 들어 있다. 비타민처럼 좀스럽게 섭취하는 성분치고는 꽤 많은 양이다. 칼슘은 어느 부위에 주로 모여 있을까. 짐작이 가겠지만, 뼈다. 1kg의 약 99%가 골조직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모든 미네랄이 그러하듯, 칼슘도 적정량의 섭취가 무척 중요하다. 너무 많아도 탈이고 적어도 탈이다. 많이 섭취하면 결석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대인에겐 대개 모자라는 경우가 문제다. 우선 떠오르는 것이 골다공증. 아울러 심장과 근육, 신경조직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래서 칼슘은 필요한 만큼 먹고 제대로 대사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찍이 이 문제에 눈을 뜬 사람이 있다. 미국의 내분비학자인 풀러 알브라이트다. 그는 체내 칼슘 농도가 또 다른 미네랄인 인의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미네랄 분석 기술이 아직 조악했던 1940년대의 일이니 획기적인 발견이라 할 만하다. 그 뒤로 여러 연구가 이어졌다. 종합해보면 ‘인의 과잉 섭취가 칼슘 배출을 촉진해 칼슘결핍증에 빠지게 한다’는 이론이 주류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이론이 의미하는 바가 심상치 않다는 것. 함부로 삼켜서는 안 되는, 생선의 가시 같은 경고가 들어 있어서다. 인이란 무엇인가. 식품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미네랄의 하나다. 현대인이 각별히 좋아하는 육류나 곡류에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이 우선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정작 다른 데에 있다. 바로 식품첨가물이다. 고약하게도 첨가물은 이런 자리에도 빠지지 않는다. ‘인산염’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
일전에 한 TV 프로그램이 시중의 단무지 제조 과정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 방송을 시청한 이라면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터다. 소금에 절인 듯 쭈글쭈글한 무가 첨가물통을 거치자 신기하게도 탱탱한 무로 변신한 그 광경 말이다. 그때 통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이었던가. 폴리인산나트륨이라는 화학물질로 인산염을 대표하는 첨가물이다. 인산염이란 인의 산화물에 알칼리성 이온이 결합한 화합물이다. 우리 몸속에 들어가면 분해돼 인을 만들어낸다.
유감스럽게도 인산염에는 폴리인산나트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식품첨가물로 허가돼 있는 인산염은 30가지 가까이 된다. 인산염은 단무지 같은 절임식품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햄·소시지·돈가스·치킨 따위의 육가공품, 각종 어묵류, 맛살, 음료류 등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웬만한 가공식품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것이 인산염이다. 이 물질들은 식품에 탄력을 주는 일 외에도, 결착력을 높이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며, 맛을 좋게 하는 등 역할이 눈부시다.
“현대인은 인을 너무 많이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 첨가물인 인산염 탓이에요. 체내에 인이 많아지면 칼슘 대사가 비정상적으로 이뤄집니다. 동맥경화나 골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지요. 나트륨처럼 인의 함량도 식품성분표에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건강개선센터(CRHD) 애시위니 세걸 박사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의 함량을 표시하기는커녕 식품에 인산염을 사용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산도조절제’라는 편리한 대체 용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용어만 써넣으면 인산염은 어떤 것이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른바 ‘용도명 표시 규정’의 맹점이다.
그래서다. 일단 ‘인산’이라는 글자가 붙은 첨가물은 되도록 피하자. 산도조절제라는 첨가물도 경계하는 것이 좋겠다. 튀김식품을 좋아하시는가. 유난히 바삭하다면 인산염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단무지 같은 절임식품은 탱탱한 제품일수록 의심해야 한다. ‘무첨가’ 전통 단무지는 물렁하면서 쫄깃한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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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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