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시장에도 ‘파레토의 법칙’이 있다. 20%의 기간에 80%의 판매가 이루어진다.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그 기간이다. 크리스마스에다 연말연시, 밸런타인데이가 연이어 기다리고 있어서다. 바야흐로 초콜릿의 계절이다.
과자의 꽃, 초콜릿은 신비의 식품이다. 쌉싸래한 듯 달콤한 이국의 맛. 입에 넣기가 무섭게 온몸으로 녹아드는 매끄러움, 부드러움. 이 미각적 탐미성은 초콜릿의 한 성분에 의해 더욱 고양된다.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그것.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원료다. 그뿐인가. 초콜릿은 천연 항산화제의 보고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성분이 ‘폴리페놀’. 노화를 막고 질병을 억제하는 물질로 유명하다.
그러나 초콜릿 마을엔 늘 찬가만 울리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품에 대해 들어보셨는지? ‘고칼로리 식품의 대명사. 다이어트를 원하는 이라면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식품. 탐닉하면 저혈당증을 일으킬 수 있고 당뇨병과도 관련이 있음.’ 꽤나 혐오스럽게 묘사되는 이 식품 역시 초콜릿이다. 결국 초콜릿은 두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식품까지 두 얼굴이라니….
초콜릿에 돋보기를 들이대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초콜릿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코코아 성분’과 ‘비코코아 성분’이다. 코코아 성분에는 코코아파우더, 코코아버터, 코코아매스 같은 원료가 해당된다. 비코코아 성분은 설탕, 인공경화유, 분유, 첨가물 등이다. 그렇다면 벌써 짐작이 갈 것이다. 초콜릿의 ‘좋은 얼굴’은 코코아 성분이 만든다. 여러 유익한 자연물질들의 하모니가 빚은 결과다. 반면 ‘나쁜 얼굴’은 비코코아 성분에 의해 만들어진다. 한눈에 해로운 물질들임을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다. 초콜릿이라고 해서 다 같은 초콜릿이 아니다. 종류도 많거니와 등급이 천차만별이다. 쉽게 생각해서 코코아 성분이 많을수록 좋은 초콜릿이라고 보면 된다. 반대로 코코아 성분이 적을수록 나쁜 초콜릿이다. 항산화제 연구가인 미국의 스티브 워런 박사는 “되도록 코코아 성분이 70% 이상 들어 있는 초콜릿을 먹으라”고 권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소비되는 초콜릿이 이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 과자 소비의 구조적인 특성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초콜릿은 대체로 정통 초콜릿이 아니다. 주로 복합제품이다. 초콜릿을 비스킷에 묻혀먹는다든가 파이나 캔디, 빵 등에 발라먹는 식이다. 이런 초콜릿은 좋은 초콜릿이 아니다. 당연히 설탕이나 인공경화유, 첨가물 함량이 높다. 어린이나 젊은 층이 선물로 주고받는 ‘캐릭터 초콜릿’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근래 들어 초콜릿 시장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검은색으로 상징되는 ‘다크 초콜릿’ 제품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런 초콜릿의 특징은 ‘쓴맛’이다. 코코아 성분이 많이 들어 있으니 당연히 쓸 수밖에. 그만큼 몸에는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럼 다크 초콜릿은 마음 놓고 먹어도 될까? 아직은 아니다. 유화제나 향료와 같은 첨가물이 여전히 눈엣가시처럼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첨가물이 완전히 배제됐을 때, 또 칼로리 덩어리인 설탕도 ‘비정제 설탕’으로 바뀌었을 때 비로소 초콜릿은 웰빙식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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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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