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쭉한 모양의 백색 불투명 결정. 몸에 들어가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킴. 알레르기와 비만의 원인일 수 있고, 암과도 관련이 있음. 성장기 아이들은 특히 주의할 것. 임산부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음.’
이 물질에 대해 여기저기 보고돼 있는 내용들을 써보면 대략 이렇다. 일단 무시무시한 물질이란 생각이 든다. 되도록 가까이하면 안 될.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물질이다. 우리 주변에도 흔하다. 그것도 주로 주방에서 볼 수 있다. 음식에도 직접 들어간다. 식품첨가물이기 때문이다. 무엇일까. 인공조미료의 제왕 MSG다. 가공식품에 표시할 때는 보통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 쓴다.
MSG는 자연물질이잖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물론 이와 같은 유해성에 대해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실 때문이다. “MSG는 자연식품에도 들어 있지 않느냐”는 것. 그렇다. 이 물질은 된장이나 버섯, 다시마, 멸치 등의 자연식품에 반드시 들어 있다. 이 식품들이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그래서다. 그러나 이 생각에는 대단히 중요한 한 가지 오류가 숨어 있다.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MSG와 인공조미료의 MSG는 천지 차이입니다. 자연식품에서는 MSG 성분이 유리된 형태로 존재하는 일이 없습니다. 항상 다른 아미노산이나 당류 등과 결합된 형태, 즉 ‘복합체’ 형태로 존재하지요. 이런 MSG 성분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대사 과정을 거쳐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됩니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SG 성분은 모두 유리된 형태를 띠지요. 이렇게 유리된 MSG 성분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평소보다 혈액 내 농도가 20~40배나 높아지죠. 이 고농도의 MSG 성분은 지체 없이 뇌세포를 공격합니다.”
미국 신경외과 의사인 미시시피대학 러셀 블레이록 교수의 설명이다. 파킨슨병으로 부친을 여읜 뒤 20년 넘게 신경전달물질을 연구해온 그는 저서 (Excitotoxins)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SG가 어떻게 신경계를 해치는지 마치 법의관이 주검을 부검하듯 상세히 파헤치고 있다. 또 MSG가 남용된 정크푸드를 오랜 기간 먹고 파멸의 문턱에까지 갔던 미국의 주부 저널리스트 데비 앵글리시는 금력으로 무장한 식품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에 이 인공 물질의 발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앵글리시에 따르면, 일부 학자들의 무책임성·비윤리성도 지탄받아야 할 공범이다.
지난 10월16일은 사실 특별한 날이다. 국제소비자기구(IOCU)가 정한 ‘인공조미료 안 먹는 날’이어서다. 지구촌을 강타한 ‘멜라민 쓰나미’가 아직도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탓이었는지 이 의미 있는 날이 올해는 퇴색한 듯하다. 아쉽다. 하지만 멜라민 파동이 식탁의 또 다른 인공 물질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터다.
MSG, 그것은 과연 맛을 만드는 사람들이 반드시 품고 가야 할 전가의 보도와 같은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자연의 섭리는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 천연 식품만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요즘 인공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한 요식업소 체인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엌에서 MSG를 추방한 가정은 벌써 그 노하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변화의 바람이 하루빨리 가공식품에도 접목돼야 한다.
공장에서 만드는 MSG는 자연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을 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불경한 행동이다. 오늘날 창궐하는 각종 생활습관병, 비만, 아토피, 희귀병, 정신질환 등이 그 벌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다시마의 MSG 성분과 인공조미료의 MSG를 혼동하는가. 의사의 칼과 강도의 칼을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공조미료 안 먹는 날’이 단 하루가 아닌, 365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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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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