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쭉한 모양의 백색 불투명 결정. 몸에 들어가면 신경세포를 손상시킴. 알레르기와 비만의 원인일 수 있고, 암과도 관련이 있음. 성장기 아이들은 특히 주의할 것. 임산부도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음.’
이 물질에 대해 여기저기 보고돼 있는 내용들을 써보면 대략 이렇다. 일단 무시무시한 물질이란 생각이 든다. 되도록 가까이하면 안 될.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물질이다. 우리 주변에도 흔하다. 그것도 주로 주방에서 볼 수 있다. 음식에도 직접 들어간다. 식품첨가물이기 때문이다. 무엇일까. 인공조미료의 제왕 MSG다. 가공식품에 표시할 때는 보통 ‘글루타민산나트륨’이라고 쓴다.
물론 이와 같은 유해성에 대해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더러는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실 때문이다. “MSG는 자연식품에도 들어 있지 않느냐”는 것. 그렇다. 이 물질은 된장이나 버섯, 다시마, 멸치 등의 자연식품에 반드시 들어 있다. 이 식품들이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그래서다. 그러나 이 생각에는 대단히 중요한 한 가지 오류가 숨어 있다.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MSG와 인공조미료의 MSG는 천지 차이입니다. 자연식품에서는 MSG 성분이 유리된 형태로 존재하는 일이 없습니다. 항상 다른 아미노산이나 당류 등과 결합된 형태, 즉 ‘복합체’ 형태로 존재하지요. 이런 MSG 성분은 우리 몸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대사 과정을 거쳐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됩니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SG 성분은 모두 유리된 형태를 띠지요. 이렇게 유리된 MSG 성분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곧바로 혈액으로 흡수됩니다. 평소보다 혈액 내 농도가 20~40배나 높아지죠. 이 고농도의 MSG 성분은 지체 없이 뇌세포를 공격합니다.”
미국 신경외과 의사인 미시시피대학 러셀 블레이록 교수의 설명이다. 파킨슨병으로 부친을 여읜 뒤 20년 넘게 신경전달물질을 연구해온 그는 저서 (Excitotoxins)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MSG가 어떻게 신경계를 해치는지 마치 법의관이 주검을 부검하듯 상세히 파헤치고 있다. 또 MSG가 남용된 정크푸드를 오랜 기간 먹고 파멸의 문턱에까지 갔던 미국의 주부 저널리스트 데비 앵글리시는 금력으로 무장한 식품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에 이 인공 물질의 발톱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앵글리시에 따르면, 일부 학자들의 무책임성·비윤리성도 지탄받아야 할 공범이다.
지난 10월16일은 사실 특별한 날이다. 국제소비자기구(IOCU)가 정한 ‘인공조미료 안 먹는 날’이어서다. 지구촌을 강타한 ‘멜라민 쓰나미’가 아직도 완전히 물러가지 않은 탓이었는지 이 의미 있는 날이 올해는 퇴색한 듯하다. 아쉽다. 하지만 멜라민 파동이 식탁의 또 다른 인공 물질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터다.
MSG, 그것은 과연 맛을 만드는 사람들이 반드시 품고 가야 할 전가의 보도와 같은 존재일까. 그렇지 않다. 자연의 섭리는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 천연 식품만으로도 얼마든지 훌륭한 맛을 낼 수 있다. 요즘 인공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는 한 요식업소 체인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엌에서 MSG를 추방한 가정은 벌써 그 노하우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변화의 바람이 하루빨리 가공식품에도 접목돼야 한다.
공장에서 만드는 MSG는 자연의 작품이 아니다. 그것을 먹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불경한 행동이다. 오늘날 창궐하는 각종 생활습관병, 비만, 아토피, 희귀병, 정신질환 등이 그 벌인지도 모른다. 아직도 다시마의 MSG 성분과 인공조미료의 MSG를 혼동하는가. 의사의 칼과 강도의 칼을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공조미료 안 먹는 날’이 단 하루가 아닌, 365일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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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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