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무슨 색이 유행할까? 미모사꽃을 주목해야겠다. 미국 팬톤컬러연구소는 미모사꽃의 노란색을 내년의 색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금융위기가 빚은 지구촌의 암울한 분위기를 노란 꽃색의 힘으로 밝게 바꿔보자는 것이 연구소의 바람이다. 색은 묵묵하지만 우리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생활에서도 색은 무척 중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 우리 감각기관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색이다. 식품의 색을 보고 우리는 신선도를 판단한다. 신선한 식품은 당연히 색깔이 선명하다. 그러나 가공했거나 변질된 식품은 색이 바래거나 변한다. 식품의 ‘물이 좋다’는 표현은 색깔이 선명하다는 뜻 아닌가. 선명한 색은 식품의 ‘품질보증서’인 셈이다.
식품의 색은 영양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시금치, 쑥, 녹차엽 등의 진녹색. 이 색깔의 정체는 클로로필이라는 천연 성분이다. 클로로필이 있는 곳에는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등이 풍부하다고 보면 된다. 클로로필은 대개 이들 영양분과 복합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클로로필 자체가 매력적인 항산화제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호박 같은 녹황색 채소류에는 카로티노이드 계통의 성분이 가득하다. 베타카로틴이나 크산토필이라는 색소 성분이 그들이다. 이 물질들은 몸속에서 비타민A의 생합성에 관여한다. 토마토나 수박의 붉은색을 보며 리코펜을 떠올렸다면 전문가라고 자부해도 좋다. 자타가 인정하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천연색소 성분의 여왕쯤 되는 것이 안토시아닌이라는 물질이다. 적색, 자색, 청색, 경우에 따라서는 흑색에 이르기까지 이 성분은 다양하게 현란한 색상을 내뿜는다. 이 색소 성분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우리 몸에는 보배로운 물질이다. 우리 몸은 이런 색소 성분의 중요성을 본능적·경험적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문제의 발단이다. 식품의 선명한 색이 그토록 좋은 것이라면, 가짜로라도 그 색을 만들어 넣으면 되지 않을까. 식품첨가물의 큰 축을 이루는 식용색소의 역사가 그래서 시작됐다. 두각을 나타낸 식용색소는 단연 ‘타르 색소’다. 석유나 석탄의 콜타르를 주원료로 합성한다. 합성착색료의 대표 격인 놈이다. 아니, 콜타르로 만든 색소를 식품에 넣는다고?
내막을 알게 된 소비자가 외면하기 시작하자 이번엔 다른 방법이 동원된다. 색소에 ‘천연’이라는 글자를 붙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료가 천연 물질이어야 할 터다. 그러나 천연 물질만으로는 색상이 잘 안 나온다. 쉽게 변색되기도 한다. 그래서 색상보정제, 안정제 등이 첨가된다. 당연히 화학물질이다. 이를테면 캐러멜 색소에 강산, 강알칼리 또는 아황산, 암모늄 화합물이 사용되는 식이다.
천연색소로 불리는 이들 첨가물은 애초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 어떤 소재에서 특정 물질을 인위적으로 추출해낸다는 사실이 그것. 파프리카 추출 색소를 ‘파프리카 열매의 가루’라고 생각하는가? 큰 오해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물질이다.
합성착색료건 천연색소건 둘 다 인공색소다. 이런 색소가 들어 있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은 우리 몸을 기만하는 행위다. 음식에 색깔을 내는 제대로 된 방법은 자연 소재를 그대로 갈아넣는 것이다. 색이 예쁘지 않으면 어떤가. 우리 몸은 그런 음식을 더 좋아하는 것을.
문득 ‘모시송편’이 생각난다. 호남 지역의 떡집들이 주로 빚는 송편이다. 송편에 모시 잎을 직접 넣어 만든다. 모시의 부드러운 초록색이 식감을 자극하거니와 촉촉한 느낌을 오래 유지해줘 일품이다. 그런 자연의 송편과 인공색소가 들어간 가짜 송편을 어찌 비교하랴.
새해엔 호박과 좀더 친해져야겠다. 호박도 단호박이나 청둥호박이 돼야겠지. 내년의 상징색이 노란색이라고 하니 말이다. 참, 모시송편도 다시 한번 주문해볼까. 지난 추석 때 즐겼던 송편의 그 색과 맛을 연말에 음미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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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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