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름지기 종교라면 종교로서의 가치가 수반돼야 합니다. 만일 이슬람이 정말 여성을 비하하거나 가짜뉴스에 나오는 그런 교리를 가르친다면 이슬람이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요? 지구촌 이슬람 인구가 17억~18억 명이라고 하는데, 테러리즘이 사회문제가 되는 유럽에서도 꾸준히 이슬람 신자가 느는 걸 보면 이슬람에 대한 억측 이면에 다른 종교적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유럽에선 이슬람 신자 늘어이주화 이맘은 최근 인터넷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포되는 ‘코란(쿠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교리’를 언급하면서 “가짜뉴스가 이슬람인 양 보이고 이슬람이 매도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팩트체크 보도 등으로 거짓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우리는 신앙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비롯해 한국 사회에 반무슬림 정서가 확산된 적이 이미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고비를 잘 넘겨온 ‘경험’에서 비롯된 여유로 느껴졌다.
“저희는 쿠란을 가장 성실하고 충실하게 따른 선지자 무함마드의 길을 따르는 걸 이슬람이라 하고,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무슬림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는 이슬람과 무슬림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슬람은 신 앞에 누구나 평등하며, 오직 신앙심으로만 우열을 나눌 수 있다고 가르치기 때문에 여성 억압이나 폭력이 이슬람 교리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하는 여성 할례나 조혼 역시 이슬람 문화라기보다 일부 지역에 남아 있는 오래된 관행일 뿐 교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대해서는 “일부 과격한 사람들을 무슬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학자도 그 사람들의 행위가 이슬람적이라고는 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한국에서 반무슬림 분위기가 크게 고조됐던 ‘사건’으로 2001년 9·11 테러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2004년 김선일씨 피살, 2007년 분당샘물교회 사건 등을 꼽았다. 9·11 테러 때는 한국이슬람교중앙회 안으로 돌이 날아오고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경찰병력이 한 달간 경비를 설 정도로 일촉즉발의 위기가 있었다. 그렇다고 대형 사건으로 꼭 부작용만 빚어졌던 것은 아니고 ‘명암’이 뚜렷했다. “대형 사건으로 이슬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양산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슬람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잘 아시겠지만, 옛날에는 언론에서도 이슬람을 ‘알라신교’ ‘마호메트교’라고 쓸 정도로 한국 사회가 이슬람을 잘 몰랐어요. 지금은 다들 이슬람으로 알고 계시잖아요. 대형 사건 이후 오히려 이슬람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는 노력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이슬람을 제대로 알게 되는 분도 많았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요청이 많아 역사·사회·세계사·지리 교사들을 모셔다 이슬람 바로알기 프로그램도 진행했고요.”
무슬림 정착 역사 한국 겨우 63년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무슬림들이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이슬람 전체가 매도되는 분위기”라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올림픽 등 국제행사 때 할랄식품(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을 제공하고 임시예배소를 설치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아주 일반적인 준비 과정인데, 한국에서는 평창겨울올림픽 때 할랄식품과 예배소 문제로 “무슬림이 몰매를 맞을” 정도로 여전히 낯선 종교다. 이주화 이맘은 “같은 아시아 지역이라도 중국엔 무슬림 소수민족이 있고, 대만은 이슬람 역사가 1천 년 이상 되고, 일본만 해도 이슬람 역사가 110~120년으로 한국의 두 배”이기 때문에 한국보다는 이슬람에 대한 이해가 깊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한국전쟁 때 터키군이 참전하며 이슬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이슬람으로 개종한 한국 원로 1세대가 1955년 한국이슬람협회를 설립한 것을 ‘한국 이슬람 원년’으로 삼는데, 그때를 기준으로 해도 이슬람 역사는 63년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는 이슬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이질감을 줄여보려 ‘종교 간 대화’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벌써 10여 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개신교 불교 원불교 유교 천도교 천주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알파(이슬람)’에 참여하고 있다. 이주화 이맘은 “‘이슬람 다가가다’라는 주제로 사례 발표도 많이 하고 최근 라마단 ‘단식 깨기’(IFTAR·이프타르) 행사 때 7대 종단 관계자 60~70명을 모셔 이슬람 체험 행사도 했다”고 소개했다. 라마단 기간 내내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하는데, 무슬림이 아니더라도 서울 이태원 주민이나 방문객들이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이슬람을 경험한다.
이주화 이맘은 “무슬림이라고 특별히 다르게 볼 것이 없고, 이미 우리 사회에 와 있는 이웃 종교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에서는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 인구를 약 15만 명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3만~4만 명으로 추산한다. 그는 “이슬람은 교세로 보나 수로 보나 한국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30만 명이 안 돼서 ‘기타 종교’로 잡힌 이슬람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어 “한국이 이전에 다른 외래 종교들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이해해주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를 종교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걸 경계했다. 대신 “제주도 예멘 난민 중에는 무슬림도 있고 비무슬림도 있다. 종교적 차원이 아니라 인도적 차원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난민 범죄 우려가 나왔지만 사실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오히려 지갑을 찾아줬다는 훈훈한 보도도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예멘 난민, 종교 문제 아니다끝으로 그는 “난민도 포괄적으로는 이주민”이라며 “한국 정부가 2000년대 중반 영국에서 벌어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공격을 타산지석 삼아 현명한 이주민 정책을 펼쳐달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영국 학회와 정책 입안자들이 지하철 테러 공격을 ‘이주민 정책의 실패’ 사례로 얘기합니다. 사회 저변에 난민 등 이주민 수는 늘어나는데, 이들이 활동할 진로는 차단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재능이 많은 이주민조차 영국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보니 불만이 표출된 겁니다. 한국 정부도 자국민을 우선하되, 난민과 이주민 인권도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글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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