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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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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성큼 ‘완성’ 향하는 북한의 핵무력

‘화성 14형’ 발사로 본 북한의 핵무기 사용 능력 분석

기술적 핵실험은 마무리, 운반수단 개발도 막바지
등록 2017-08-08 14:51 수정 2020-05-03 04:28
7월29일 낮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밤 발사된 ‘화성 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7월29일 낮 <조선중앙TV>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전날 밤 발사된 ‘화성 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7월에만 두 차례 새로운 탄도미사일 ‘화성 14형’을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7월4일 첫 발사에서 최고고도 2802km에 933km를 비행했다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성공을 발표했다. 북한의 이 주장에 한국과 미국 당국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적잖은 의문과 반론을 제기했다. 정상 발사시 예상되는 비행거리가 6천km 이상, 최대 8천km로 미 본토에 도달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아직 ICBM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무섭도록 빠른 탄도미사일 개발 속도

첫 발사 뒤 24일 만인 7월28일. 북한은 자정이 가까운 야심한 밤에 기습적으로 두 번째 발사를 시도했다. 이날 역시 비행거리는 1천km에도 못 미쳤지만 최대 3700km 이상 공중으로 치솟았다. 첫 번째 발사 때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북한은 발사 뒤 “확실한 사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사를 목도한 전세계가 경악했다. 실제 정상적으로 발사했다면 족히 1만km는 날아갔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미국 본토인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ICBM이 분명했다. 비로소 한·미 당국 모두 이것이 ICBM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달갑지 않은 결론이지만 북한의 ICBM 완성이 목전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쪽에선 화성 14형이 ICBM급 사거리를 가졌으나 ICBM은 아니라는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 재진입 기술, 종말유도 기술 등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미사일을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대륙간 등으로 구분하는 기준은 오직 사거리다. 사거리상 북한의 화성 14형은 ICBM급이 아니라 그냥 ICBM이다. 단지 ICBM으로 얼마나 실제 능력을 가졌는지는 논의할 여지가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고도화 수준이 상상 이상이다. 북한이 이처럼 탄도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것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이 결국 한 몸통이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구성하는 3대 요소는 핵분열물질, 기폭장치, 운반수단이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핵분열물질은 천연에 존재하는 우라늄(U-235)과 인공원소인 플루토늄(Pu-239)이다. 플루토늄은 우라늄으로 만든 핵연료를 원자로에 넣어 반응시켜 얻을 수 있다. 핵분열물질의 양은 곧 핵무기 수다. 북한이 얼마만큼 핵분열물질을 가졌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엔 북한이 플루토늄 50여kg을 보유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 4~6kg이 필요하다면 약 10개의 핵탄두, 즉 핵무기 10개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이는 플루토늄만이고 우라늄을 포함하지 않았을 때의 양이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우라늄을 가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기폭장치는 핵물질의 결합과 압축을 통해 폭발에 이르게 하는, 핵무기의 핵심 장치다. 기폭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핵폭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는 것이 바로 핵실험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5차례 핵실험을 했다. 1~3차 실험은 기본적인 핵분열 방식으로 핵폭발을 확인하고 폭발력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4차 핵실험에선 위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형화·경량화를 위해 증폭 핵분열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를 ‘수소탄 실험 성공’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후 북한은 5차 핵실험에서 다양한 탄도미사일에 결합 가능한 소형화·경량화·규격화된 핵탄두를 시험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종류에 따라 따로따로 핵탄두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핵탄두를 여러 미사일에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핵실험에 성공했더라도 운반수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운반수단에는 전폭기, 지대지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등이 있다. 그러나 공중 전력이 절대 열세인 북한이 전폭기를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이 탄도미사일과 SLBM 개발에 매달리는 이유다.

북한에 남은 과제는 규격화한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다양한 사거리대의 미사일 라인업을 완성하는 것이다. 핵분열물질의 양이 부족해 제작 가능한 핵탄두 수가 제한된 북한 나름의 핵무력 다종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꼭 미국 본토가 아니라 서울에서 워싱턴까지 어디든 핵으로 공격 가능하다고 위협할 수 있다.

‘운반수단’에 집착하는 이유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에 6차 핵실험이 예측돼왔다. 5차 핵실험 이후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하는 미국의 연구기관 등이 발표한 징후와 이를 받아 국내에서 내놓은 예측만 보면 6차가 아니라 이미 8~9차 실험까지 했어야 할 상황이다. 한때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혹은 엄청난 규모의 핵실험을 한다고 했다. 정말 북한은 6차 핵실험을 할 것인가.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예측한 이들은 ‘핵개발은 핵실험을 최소 6번은 해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놨다. 실제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실험을 6번 했고, 하루에 3번 핵실험을 몰아서 한 날도 있다. 여러 핵실험 데이터를 확보해 핵보유를 증명해 보이려 한 것이다. 이른바 다중시험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10년 동안 5번의 실험을 단계적으로 해왔다. 4차 실험을 두고 북한은 수소탄 실험이라 주장했고, 이제 모든 것을 이룬 듯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축제 분위기를 조성했다. 얼마 뒤 5차 핵실험은 핵무기연구소의 성명 발표만으로 조용히 지나갔다. 이 세상에 수소탄 실험보다 더 큰 핵실험은 없다. 그런 수소탄 실험까지 하고 또다시 다중 핵실험을 한다면 지금까지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핵실험은 모두 결점투성이고 완성되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력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핵실험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미국이 느끼는 위협이 더 커지지 않는다. 지금 북한에 필요한 것은 6차 핵실험이 아니라 운반수단인 미사일 개발이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의 완성이 곧 북한 핵무력의 완성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다면 기술적 필요보다 정치적 의도에서일 것이다.

북한은 지난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을 통해 핵탄두를 탑재할 사거리대별 탄도미사일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이 미사일을 차례차례 하나씩 발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개량된 스커드ER는 해상 항공모함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지난 2월 처음 발사한 SLBM을 지상 발사형으로 개량한 고체연료 ‘북극성 2형’은 김정은이 직접 대량생산 및 작전배치를 지시했다.

재진입 기술은 완성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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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화성 12형과 화성 14형의 시험발사다. 북한은 기존에 알려진 KN-08이나 KN-14와는 완전히 다른 ICBM을 만들어왔다. 기존 엔진 여러 개를 묶어 1단 추진체를 구성하던 방식을 버리고 강력한 엔진 하나만으로 1단 추진체를 만들어 신뢰성을 높였다. 북한은 3월18일 이 엔진을 실험한 뒤 ‘3·18 혁명’이라 부르며 국방공업건설사의 기적으로 치켜세웠다. 그래서 화성 12형을 ‘주체탄’이라 강조한 게 아닐까 한다.

북한은 화성 12형이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목표로 한 중장거리 미사일이라 하고, 화성 14형에 대해서만 미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ICBM이라고 주장한다. 사거리 5500km 이상을 ICBM으로 보는 우리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이 정의하는 ICBM은 실제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사거리 8천km(워싱턴주)~9천km(캘리포니아주)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뜻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화성 12형이 최초 발사에서 보여준 성능은 최대고도 2111.5km에 비행거리 787km였다. 이는 정상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5천km에 미치지 못한다. 알래스카와 하와이에 닿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화성 12형을 2단으로 개량한 화성 14형은 두 차례 발사를 통해 최대 사거리가 1만km 이상임을 증명했다. 북한은 ICBM이 가져야 하는 추진체 기술과 단분리 기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이 해결할 기술적 문제가 남았다. 일부에서 언급하는 목표 지점에 정확히 탄두를 떨어뜨리는 정밀유도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북한이 생각하는 핵무기는 미국의 정확한 지점에 명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 자체에 떨어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 유도기술 습득엔 큰 문제가 없다.

반면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한 것만으로 이 기술을 확득했다고 볼 수 없다. 우주에 나갔던 조종사가 지구로 돌아올 때 사용하는 귀환선이 지구에 착륙했다고 성공이 아니다. 그 안에 조종사가 살아 있어야 한다. 핵탄두는 충격으로 폭발하지 않는다. 내부에 기폭장치가 고장 나지 않고 정상 작동해야 핵폭발이 일어난다.

북한은 두 차례의 화성 14형 발사를 통해 재진입 기술이 있음을 강조한다. “재돌입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의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 온도는 25∼45℃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종장치는 정상 동작했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해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설명한다. 내부의 정교한 핵기폭장치가 정상 작동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무수단’과 ‘화성 12·14형’의 고각 발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문제 역시 해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빗줄기 우려

‘8월 위기설’이 심상치 않다. 화성 14형 발사 이후 김정은은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보따리’를 계속 보내겠다고 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로 인해, 대화의 목소리는 사라지고 제재와 사드 4기 임시 배치 얘기가 들려온다. 곧이어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과 함께 북한도 하계 훈련에 돌입한다.

그로 인해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더 고도화된 전술적 운용 능력을 키워나갈 명분과 기회를 얻게 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여전히 준비가 안 돼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미사일 라인업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다. 아직 개발 중인 SLBM 북극성 1형과 화성 12·14형은 몇 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확실한 대미 억지력을 갖는 신뢰성 있는 무기로 만들어갈 것이다. 또 이미 실전 배치된 스커드ER와 북극성 2형, 신형 대함·대공 미사일, 대구경방사포도 등을 갖고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전술훈련을 할 가능성이 높다. 장마가 끝나도 8월은 북한의 미사일 빗줄기 속에 지내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맞닥뜨린 엄중한 현실을 회피하기보다 직시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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