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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매매는 미성년자 성폭행”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1월5일 발행한 ‘가출 청소년 성매매 유입과정 연구’ 보고서의 일부 대목이다. 보고서 속 심층면접에서 10대 가출 청소년은 각자 성매매에까지 미친 사연을 풀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은 아이들에게 불친절했다. 청소년 개인은 개별의 불만과 슬픔을 안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몸을 팔았다. 각자가 성매매에까지 내몰린 이유를 모아 집단으로 묶으면 원인은 거대하게, 복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테면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 수준과 10대 딸의 가출·성매매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졌다. 집이 가난할수록, 부모의 학력이 낮을수록 어린 딸들은 집을 자주 나왔다. 가족 해체도 아이들을 집 밖으로 밀어내는 원인이었다. 일단 집을 나오면, 경제력이 없는 아이들은 성매매로 자주 미끄러져 내렸다. 이렇게 청소년 성매매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사회 전체의 구조적 모순에까지 가닿는다. 그나마 실천에 이르기에 가까운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 밤거리의 유흥산업도 가출한 여자아이들을 종종 잡아끈다. 청소년을 고용한 성매매 알선업자가 구속되는 일도 잊을 만하면 나오는 뉴스 가운데 하나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정혜원 박사는 가출 전부터 성학대의 대상이 되고 결국 성매매로 유입된, 이른바 ‘성학대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박사는 “가출 및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은 성관계와 성폭행, 성매매를 개념적으로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과거의 성폭행 경험을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렇게 적절한 회복 과정이 없다면 그들은 앞으로도 반복해서 성폭행 혹은 성매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박사는 청소년 성매매에 대한 일반적 인식 전환도 주문했다. 그는 “청소년 성매매를 청소년이 저지르는 성범죄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지만 청소년 성매매는 그 대가가 오갔더라도 마땅히 미성년자 성폭행으로 봐야 한다. 성매매 청소년은 피해자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사례는 ‘과감한’ 전범이다. ‘아동 성매매·포르노·매매 근절’(ECPAT) 등 시민단체가 벌이는 ‘전국청소년캠페인’에서는 “17살 청소년과의 섹스에 얼마를 지불하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성매매 청소년을 위한 지원시설인 ‘새날을 여는 청소년 쉼터’의 김선옥 원장은 학교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집을 나와 성매매에 나서는 아이들은 집에서 학대당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다. 사실상 가족에게 보호받기 어려운 친구들이다. 그나마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이를 모니터하고 상담해줘서 가출과 성매매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의 보호 대신할 사회적 울타리를
우리나라는 전국 14곳에 성매매 청소년을 위한 쉼터가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27억원을 지원했다. 성매매 청소년을 위한 대안교육 위탁기관은 2010년 처음 문을 연 뒤 2곳이 운영되고 있다. 10대의 가출 및 성매매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한 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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