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단독으로 입수한 ‘2011 성매매 피해 여성의 정신건강 실태 및 지원방안’(한국여성인권진흥원 펴냄)을 보면, 현재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상처를 조금 더 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조사 대상은 전국 성매매 피해자 지원시설 입소자 405명이다.
절반 이상 아동학대 당해
이들은 병적으로 ‘불안’하고 ‘우울’하다. 사람을 만나는 데 심각하게 ‘예민’하고 ‘적대적’이다. 피해 여성 스스로 “전문가의 상담 및 진료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열 중 여섯이 치료를 원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들의 70% 이상이 학습화된 무기력 증상을 보인다. ‘해도 안 된다’는 의식이 주입돼 한 인간을 지배하는 경우다. 이들의 정신적 곤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약물복용의 경험이다. 절반이 넘는 수가 수면제(55%)와 신경안정제(59%)를 복용했다. 마약류나 환각제, 각성제 등을 복용한 경우도 21.5%에 달했다. 흡연율은 70%로, 일반 여성과 비교해볼 때 20배 이상 높다.
정신적 문제의 근원은 아동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이들이 215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 가운데 성적학대 경험 비율이 10%에 이른다. ‘2010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의 일반적인 아동학대 경험자 비율(4.7%)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등 가운데 둘 이상의 학대를 받은 것을 의미하는 중복학대의 경험률도 절반(54%)을 넘어 일반 경험자 비율(42%)보다 12% 높다. 일반적인 아동학대는 정서적 학대(35%)가 가장 많지만, 성매매 피해 여성 조사에서는 신체적 학대(41%)가 가장 많다는 사실도 특징적이다.
성폭력을 경험한 입소자가 159명이다. 성매매 종사 기간 중 폭력피해를 당한 경험은 80.45%에 이른다. 장애인으로 등록된 입소자가 36명(11.5%)에 이른다는 사실은 특별한 주목을 요한다. 특히 신체적 장애는 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적장애 등 정신장애다. 보고서에서는 장애 특성에 따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에게 삶은 어떤 의미일까.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상황이 수치로 드러난다. 자살 충동은 10명 중 8명에 가까운 수가 경험했다(77%). 그리고 그에 못지않은 수(71%)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숫자는 이들의 삶이 사실상 죽음과 맞닿아 있음을 방증한다. 보고서는 “본 조사 응답자의 자살 시도 수치는 매우 심각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성매매를 한다는 비율이 64%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속보] 공수처 “대통령실·관저 압수수색 진행 중”
권성동 “문형배, 이재명 모친상 조문”…헌재 “명백히 거짓”
‘윤석열 생일파티’ 간호장교도 동원…김성훈 “당연한 행사”
“윤 탄핵 인용하면 헌법재판관들 단죄” 조선일보 게재 광고 섬뜩
명태균 변호사 “다리 피고름 차도 ‘특혜’ 투서…윤석열 병원행에 분개”
“경호처, 김건희에 S20 비화폰 지급”…김성훈 “확인해 줄 수 없다”
윤석열, 군·경호처도 검사처럼 무한 복종할 줄 알았나
‘서부지법 난동’ 58명 중 56명 구속…“도주 우려”
윤석열, 계엄 영상 보더니 “군인들 스스로 나가지 않는가” 궤변
헌재, 최상목에 “마은혁 헌법재판관만 임명 안 한 근거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