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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

강남 성매매 특구를 가다

성매매 관련 업소 264곳 조사하고, 현장 취재로 확인한 서울 강남 성매매 보고서…
빚에 허덕이는 업소 여성들에 기생하는 포주와 상권, 치맛바람도 이긴 생업의 논리 판쳐

제887호
등록 : 2011-11-22 10:13 수정 : 2012-01-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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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말할 수밖에 없는 비밀

이 기사를 써야 하나.

망설였다. 기자의 손에는 ‘2010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말 작성한 700여 쪽짜리 보고서였다. 우리나라 45개 지역에 산재한 성매매 밀집 지역과 3만5천 곳으로 추정되는 성매매 알선 업체에 대한 현장조사 자료 등을 눌러담았다. 아직 언론에는 공개되지 않은 귀한 보고서였다. 단독 자료를 마다할 기자는 없다. 그래도 부담스러웠다. 감당하기 버거운 보고서였다. <한겨레21> 내부 기획회의 때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자칫 성매매 가이드성 기사가 될 수 있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선정성에 묻힐 수 있다”…. 타당한 말이었다. “공개하지 말라”는 조언도 취재 과정에서 들었다.


그럼에도, <한겨레21>은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성매매는 거대한 공백지대다. “멀쩡한 사람들도 성매매 문제로 가면 생각이 블랙홀에 빠져요.” 취재 과정에서 들은 한 현장 활동가의 말이었다. 오랫동안 성매매 여성을 ‘외화벌이 역군’으로 이용했던 국가는 이 문제를 떳떳이 다룰 만한 정당성이 없었다. 자신 있게 성매매 문제를 다루기에 대한민국 정부는 지나치게 부도덕했거나, 무기력했다. 성매매로 떠밀린 여성들도 스스로를 변호하고 나서기에 힘이 모자랐다. 다수의 남성은 성매매의 공범자이거나 방관자였다. 많은 여성에게 성매매는 낯선 이야기였다. 국가 정책에서 성매매는 종종 사각지대에 빠졌다. 그사이 성매매는 계속됐다. 전국 45개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35곳은 1960년대 이전에 형성된 곳이었다. 거의 두 세대가 지나도록 성매매 집결지는 밤마다 불을 밝혔다. 각종 신·변종 성매매 업소는 골목과 학교 앞까지 파고들었다.

<한겨레21>이 여성가족부 보고서를 입수한 것은 차라리 우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깊은 콤플렉스를 한번 조명하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정부는 묵인하고, 남자는 알고도 침묵하고, 여자는 잘 모르는 성매매 문제의 실상과 뿌리를 힘닿는 데까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만 선정성의 덫에 빠지지 않으려고 <한겨레21>은 중요한 미덕 하나를 포기했다. ‘노동 OTL’ ‘생명 OTL’ 등을 통해서 쌓아올린, 매체 특유의 잠입 취재 기법은 쓰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른 결과였다. 따라서 성매매 현장에 대한 르포 기사는 없다. 대신, 엄연한 불법행위인 성매매 행위가 대도시 대로변부터 시골 읍내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버젓이 이뤄지는 이유에 대해 더 깊고 책임감 있는 답을 찾으려 한다. ‘성매매 없는 사회’를 꿈꿀 희망의 실마리를 발견하고 싶다. 기획은 앞으로 3~4차례 연재된다.

‘성매매 업소 안내서’로 이용할 생각이라면 실망할 것이다. 공개된 지도는 길잡이 삼아 찾아갈 만큼 친절하지 않다. 서울 강남 업소의 ‘찐한’ 체험기라고 생각했다면 그 기대 또한 배신할 것이다. 업소의 업주, 종사자 등이 쏟아낸 지청구와 하소연이 넘쳐날 것이다. 다만 그 말들을 열쇠로 ‘경제 1번지’ ‘(사)교육 1번지’를 넘어 ‘정치 1번지’까지 넘보는 그곳, 테헤란로, 경복아파트 사거리, 교보생명 사거리, 대치동 등 무심코 ‘좋은 데’라는 말로 불러온 강남의 ‘비열한 거리’(역삼동, 삼성동, 논현동, 대치동)로 들어가봤다.

업소 뒷문으로 출근하는 여성들

“돈이 필요했다. 친구의 소개였다. 술 시중만 들면 된다고 했다. 한 달에 500만원은 쉽게 벌 수 있다고 했다. 마담을 만났다. 당장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60만원짜리 논현동 오피스텔을 소개했다. 500만원은 사채업자로부터 빌렸다. 빌릴 때 차용증은 600만원을 썼다. 20%는 선이자였고, 600만원의 돈을 하루 6만원씩 100일 동안 갚는 식이었다. 하루 버는 돈이 50만원 정도니 금세 갚을 거라는 말에 선뜻 동의했다.”

서울 강남의 한 거리. 역삼동·삼성동·논현동·대치동 등에 들어선 성매매 가능 추정 업소는 1천 개를 훌쩍 넘어선다.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밝힌 업소만 해도 140곳이다.

<한겨레 21>은 ㄱ씨의 3년 전 첫 출근길을 그대로 따라갔다. 최근 한 여성단체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 ㄱ씨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저녁 7시, ㄱ씨가 일한 한 유흥주점 앞에 섰다. 강남의 빅5, 한국에서 가장 큰 업소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곳이다. 룸이 50개 넘게 있다. 업계 관행상 룸 1곳에 3명을 기준으로 최소 150명, 연말 등 대목일 때는 200명 정도가 일하는 곳이다. ㄱ씨가 출근했다는 시각, 업소 앞은 한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업소 여성들은 정문으로 출근하지 못한다. 대부분 지하 주차장이나 뒷문을 이용한다. 그 시각, 업소 뒤편으로 3천cc 이상의 중형차가 속속 들어왔다. 이른바 ‘나라시’ 택시다. 차에서 내린 운동복·청바지 차림의 업소 여성들이 바쁜 걸음으로 뒷문에 들어선다. 그 시각을 전후로 업소의 뒤편 상권은 활력을 찾는다. 포장마차는 2천원에 3개씩 하는 호떡을 1만원어치씩 봉지에 담기 바쁘고, 누가 이용하는지 내심 궁금했던 명품 옷 대여점도 운동복 차림의 여성이 손님이 돼 거래를 한다. 미처 집 앞에서 채비를 하지 못한 여성들은 건물 뒤편에 있는 미용실과 네일숍 등을 찾는다. 미용사의 손놀림은 찾아온 여성마다 찍어내듯 유사했다. 긴 머리카락을 말아 올리거나 부풀렸다. 그 사이로 김밥 아줌마가 오간다. 딱 밤 9시까지다. 9시가 되면 여성들이 출입하는 건물 뒤편 입구에 불이 꺼지고, 업소 안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 시각, 업소 앞은 술이 거나한 남성들로 붐볐다. 길 건너 대치동의 사설학원도 학생들로 북적인다.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2010년 성매매 실태 보고서’(비공개·2010년 12월)를 토대로 <한겨레21>이 추가로 파악한 서울 강남 지역 역삼·삼성·논현·대치 4개 지역의 성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업소는 총 1445곳이다. 이 가운데 1112곳이 영업 중인 사실을 확인했고, 전화·방문 등의 방법으로 성매매 여부를 조사했다.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 응답은 264곳에서 들었다. 단속을 우려해 응답 자체를 회피하는 경우가 700곳이 넘었다. 이 가운데 성매매를 한다고 직접 응답한 업소는 140곳(47.5%)이다. 특히 접객원을 둘 수 있도록 법이 허가하는 1종 유흥주점은 69.5%(응답 59곳 가운데 41곳)가 성매매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밤 11시가 넘자 ‘2차’를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남녀가 업소를 나서서 인근 호텔로 들어섰다. 3년 전 ㄱ씨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일을 시작한 다음날, 마담이 2차를 권유했다. 2차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이다. “남친한테 하는 것처럼 하라”고 했다. 못한다고 버텼다. 마담은 욕설을 하며 빚 목록을 꺼냈다. 방 보증금이 600만원이 있었다. 오피스텔에 있는 가전제품이 200만원어치였다. ‘홀복’이라며 건네준 옷도 50만원 빚이었다. 기타 생활 비용으로 들어간 돈까지 그 자리에서 따진 것만 1천만원을 넘어섰다. 거듭 욕설이 쏟아졌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돈은 마담을 보증인으로 세운 사채업자에게서 나왔다. 빚을 떠안고 거리로 나서느냐, 2차를 가느냐를 결정하는 데 긴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았다. 결국 2차를 나가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2차를 나가지 못하면 일수 빚을 갚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돈은 금세 60만원이 되고, 600만원이 됐다.

» 서울 강남의 논현동·대치동은 업소로 출퇴근하는 여성들을 위한 미용실 등 편의시설과 함께 베드타운이 형성돼 있다. 밤 8시가 되면 유흥업소 뒤편에 위치한 미용실은 유흥업소에 출근한 여성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빚더미에 앉는 성형수술

룸에 들어가는 것은 하루 두세 번 정도였다. 그만큼의 성매매를 해야 했다. 한 번에 보통 테이블비로 받는 팁이 10만원, 성매매 비용이 20만원이다. 그렇다고 30만원이 손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중 10% 정도를 마담이 가져간다. 일주일이면 평균 200만~300만원, 한 달은 1천만원 정도, 1년이면 1억원 이상 수입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도 600만원을 갚지 못했다. 빚 600만원은 1년 뒤 1억원으로 불어났다. 빚이 불어나는 방법은 다양했다. 30분당 1만원인 지각비, 손님에게 떼인 술값 등 벌금, 단속으로 하루 영업을 못하게 됐을 때 물어야 하는 일수 이자, 머리비, 화장비, (나라시) 택시비, 홀복 대여비…. 하루에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20만원을 훌쩍 넘었다. 가장 큰 몫은 성형이었다. 2년이 지나, 빚을 상당 부분 갚았을 즈음이다. 마담의 권유로 가슴 성형을 했다. 예뻐지고 싶어 선택한 것은 아니다. 마담의 권유는 집요했다. 수술비가 없었다. 수술비 2천만원은 사채였다. 실제 비용은 1천만원 정도였다. 나머지 돈은 마담에게 갔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빚이 부담스러웠지만 성형은 피할 수 없었다. 마담의 제안을 거절했다가 지금까지의 빚을 줄이기 위한 노력까지 헛수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이 차려지고 거기에 앉을 수 있는 것은 본인의 결정이 우선하지 않았다. 일단 마담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불황이 깊어질수록 마담의 권력이 절대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빚이 있는 여성이라면 2차가 선택이 될 수 없다. 남성의 요구에, 마담이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 쇠창살이 없어진 지금, 돈이 여성들을 옥죈다. 그나마 ㄱ씨는 성형을 한 번 해 빚이 더 늘지 않았다. 여러 차례 제안받는 경우도 있다. 성형외과도 마담이 추천한 곳이었다.

현재 강남의 상권은 얼어붙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는 물론이고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ㄱ씨가 일한 업소는 이날도 “2차가 가능하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근처의 한 업주는 “(역삼동) 근처 업소는 손님이 알고 찾는다. (성매매를) 안 하면 망한다”고 말할 정도다. ㄱ씨가 일한 업소만이 아니다. 강남의 유흥업소들은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지경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성매매가 강제냐 자율이냐, 강요냐 자발이냐의 경계를 찾기는 힘들다.

빚을 지고 있는 여성 수를 가늠해봤다. 전수조사는 불가능했고, 한 업소의 예로 추정할 뿐이었다. <한겨레21>은 테헤란로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한 유흥업소의 협조로 업소 여성 28명을 들여다봤다. 이 가운데 빚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이 업소는 여성이 한 달 수입 1500만원을 보장받는 곳이다. 그런데 ‘텐프로’로 불리는 이곳에서 많게는 억대의 빚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는 성매매를 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그 원칙도 허물어지고 있었다. 돈 때문이다.

힘센 이익단체가 된 강남 유흥업협회

‘성매매 실태 보고서’의 성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업소의 규모를 보면, ㄱ씨가 몸담은 유흥주점업 또한 일부다. 단란주점(94%)이나 이용업(87.5%), 노래방(81.8%), 마사지업(73.9%) 등이 이미 이른바 ‘도우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접객원 자체를 둘 수 없도록 돼 있는 규정은 무용지물이다. 성매매 가능 여부는 마사지 업소 10곳을 기준으로 7곳, 단란주점 절반이 성매매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노래방도 58곳 가운데 9곳이 성매매를 인정했다. 여기에 반영되지 못한 업종도 있다. 이른바 ‘오피스텔 성매매’ 등 신·변종업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강남역·역삼역 등 주변에는 발에 차일 정도로 수만장에 달하는 오피스텔 성매매 광고 전단이 깔린다. 경찰은 업소를 최소 수백 곳에서 많게는 수천 곳까지 추정할 뿐 구체적인 수와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 실태 보고서’는 강남 4개 지역을 중심으로 성매매 관련 업소 및 종사자의 생활권이 보통 대규모 성매매 집결지로 불리는 지역처럼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성매매 집결지는 인근 대규모 유흥주점, 집결지 내 성매매 업소, 여성들의 베드타운 기능을 하는 숙소, 여성만을 위한 이·미용 시설, 24시간 음식점, 사채 등을 포함한 금융업체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강남에 적용해보면, 역삼동에는 대규모 유흥주점이 몰려 있고, 대치동에는 전업 성매매 업소가 신·변종 형태로 파고들고 있으며, 대치동과 논현동은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베드타운이 자리잡은 것으로 대응된다. 특히 논현동과 대치동은 이·미용 시설, 24시간 음식점, 제2금융권 등 여성을 주고객으로 한 상권이 형성돼 있다.

여성의 몸을 거래하는 거대한 불법이 토착화하고 묵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겨레21>이 만난 한 업주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강남을 누가 먹여 살리는지 잘 따져보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업주들은 경찰·세무·소방 등 관할 관청을 직접 관리해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업소에서는 담당 경찰서 지구대, 여성·청소년계 등에 팀별로 40만원 정도의 촌지를 정기적으로 납부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2~3년 사이 경찰과 업주의 유착이 문제가 돼 직접적 로비는 없어졌다. 한 업주는 “여전히 경찰 쪽에는 핫라인을 복수로 깔고 있다”며 “단속이 뜨면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업주는 이어 “촌지를 줄 때가 오히려 더 쉬웠다”며 “돈 수십만원 정도는 하루 매출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촌지 관행이 사라지면서 1천여 개의 강남 지역 유흥업협회 회원 업소들은 이익단체로 힘을 키웠다. 내부에서는 최근 특소세 인하가 협회의 로비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자부할 정도로 성과를 자신한다. 이뿐만 아니다. 지역민의 상당수가 업주 편이라는 것도 든든하다. 협회 회원 업소의 한 업주는 “업소 하나가 성업하면 그 지역의 상권이 일어선다”며 “미용실·피부관리실·음식점 등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제2금융권, 심지어 점집까지 지역경제가 업소를 중심으로 먹고산다”고 말했다.

»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를 따라 늘어선 성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업소. 왼쪽 끝에는 대검찰청이, 오른쪽 끝에는 강남경찰서가 위치한다. ‘성매매 실태 보고서’ 자료에 <한겨레21>이 대치4동을 조사한 것을 덧붙여 완성했다.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이 앞서 단속 항의해

실제로 2007년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 있을 때마다 먼저 항의한 것은 업소가 아니었다. 경찰 단속에서 지역 민원은 양날의 칼이다. 대대적인 단속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단속을 막는 장애물이 된다. 장안동이 전자라면, 강남은 현재로서는 후자에 가깝다. 업소 단속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경찰 관계자는 “입구에 경찰이 배치되면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만, 당장 다음날 인근 상인들이랑 여성들이 항의하러 찾아온다”며 “그렇게 며칠 시달리고 나면 단속 의지가 꺾이고 성과도 떨어진다”고 했다. 단속으로 한 업소가 며칠 동안 영업을 못하고 지역 상인들의 수입이 급감해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면 곧바로 경찰로, 국회로 지역 주민들의 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업소의 등장이 주거지·교육시설 등의 200m 거리 제한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강남에서의 역학관계를 보여준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 진선여중·고, 도성초, 대명중, 휘문중·고 등의 주변에 성매매 관련 업소가 버젓이 영업 중이다. 한 업주는 최근 개업한 한 대형 유흥주점의 사례를 상징적인 일로 꼽는다. 주거지역과 인접해 허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 지하 3개 층에서 164개 룸을 갖추고 성업 중이다. 여기서 일하는 여성만 500명이 넘는다. 한 업주는 “대치동·역삼동·삼성동 등 8학군 학교들 옆에 업소들이 버젓이 영업할 수 있는 건 그런 지지가 있어서 아니겠느냐”며 “치맛바람도 먹고사는 문제보다 앞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업주도 “예전에는 파도에 휘청했지만 이제는 배가 커져서 웬만한 파도에는 끄떡 안 한다”며 “유흥업소가 벌어들이는 수조원으로 먹고사는 지역에서 강남 경찰서 하나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의 유흥업소가 벌어들이는 경제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렵다. 강남 업소들은 전국 최고가를 자랑하기도 하고, 신·변종 업소는 저가를 무기로 삼기도 한다. 다만 전국 수치를 기준으로 강남 유흥산업의 경제규모가 매해 수천억∼수조원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경찰 관계자를 만났다. “걸려도 벌금 500만원이면 끝이다. 작은 업소도 하루 500만원은 쉽게 번다. 게다가 단속 뒤 재판 결과가 나오고 행정처분까지 가려면 한 달이 넘는다. 단속 걸린 다음날부터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요즘은 업소를 쪼개서 운영한다. 영업정지를 당해도 영업장의 일부만 운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단속을 피하는 형태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개발 역사를 따라 잡은 터

이런 현실은 형량을 높이자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한 경찰 관계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에서는 성매매 단속이 되면 3년 정도의 징역형과 10억원 정도의 벌금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도 그에 준하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볼멘소리는 계속된다. “선진국은 야간에 할 일이 없다. 야간에 취객이 적다. 우리처럼 취객 때문에 시달리지 않으니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긴다.”

일부 경찰은 근절을 자신하기도 했다. 다만 “성매매특별법 단속에 여성·청소년계 경찰 5명이 움직여서는 절대 막을 수 없다”며 “룸 50개 이상 업소에 5명이 지켜서 뭘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다. 과거 여성·청소년계의 경험이 있는 다른 관계자는 “‘나영이 사건’ 때는 아동 성폭력 범죄에 인력이 쏠리고, ‘도가니 사건’이 터지자 또 그리로 인력이 쏠렸다”며 “좋은 관행은 아니지만 그때 소기의 성과를 얻은 것을 보면 결단이 있으면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강남 개발과 함께 들어선 유흥업소는 신사동에서 역삼동, 삼성동, 대치동으로 개발 역사를 따라 터를 잡았다. 현재의 불황에 유흥업소들은 업계의 위기를 말한다. 정작 위기에 신음하는 건, 여성들이다.

글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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