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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 10명 중 4명은 지난해 성매매 했다

‘2010 성매수 실태 조사 보고서’에 바탕하면, 1명이 1년 평균 2.6번에 31만3천원 지출…대학원 이상 학력자가 고졸 이하보다 1.74배 경험 많고, 성구매 하는 친구가 있으면 3.7배 더 높아져
등록 2011-11-30 08:02 수정 2020-05-02 19:26


1년 동안 가장 많은 성 구매 비율을 보이는 30대 대졸 직장 남성을 인터뷰했다. ㄱ씨는 30대 후반이며 금융계열 대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대학원을 다니다 현재의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맞벌이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서울 강남에서 전세를 사는, 스스로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남성이다.

»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 퇴폐업소 및 유흥가 밀집지역. 한겨레21 박승화

»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인근 퇴폐업소 및 유흥가 밀집지역. 한겨레21 박승화

“지난해 한국 남자 10명 중 4명(37.9%)이 성매매를 했다.”(2010 성매수 실태조사 보고서)

믿을 놈 없다. 평생 동안 1회 이상 성매매를 했다고 답한 사람은 절반(49%)이었다. 지난 호(제 887호 표지이야기 ‘성매매 말할 수 밖에 없는 비밀’) 에 이은 두 번째 기획은 ‘한국 남자의 성’이다. 은 지난주 ‘2010 성매매 실태 보고서’에 이어 ‘2010 성매수 실태 조사 보고서’를 입수했다. 한국 남성의 성구매를 대규모 조사로 분석해 체계화한 결과물로는 최초 보고서다.(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국 1천 명 대상) 보고서는 묵인돼온 거대한 불법의 실체를 수치로 드러낸다. 수천만 명에 달하는 노골적인 범법자 앞에 성매매특별법은 위태롭다. 성과 관련된 기존의 통념은 노골적이다. 은 지난 1회와 마찬가지로 ‘성매수 실태조사’를 기초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용어는 보고서를 따랐다.

친구따라 강남가는 성구매 논리

“대학 들어가서 동문회 한 다음 남자들끼리 몰려가기도 하고, 친구 군대 가기 전에 가보자고 해서 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직장 다니면서는 접대하고 접대받고.”(ㄱ씨·30대)

‘성매수 실태조사’에서 지난해 성매매를 경험한 대한민국 남성이 10명 중 4명이라는 말은 당신이 아는 남성 친구 3명 중 1명은 최소한 지난해 성매매를 했다고 폭로한다. 그 성매매를 한 남성이 지난 1년 동안 경험한 횟수는 평균 2.6번이며, 개인별로 1년 동안 성매매로 지출한 비용은 평균 31만3천원이라고 보고서는 말한다. 그 개인별 지출을 모두 합하면 1조2907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성매매 업소 당사자 등 공급자 측면에서 추산된 6조6267억원과 차이를 보인다. 딱 그 차이만큼, 조사에 응한 한국남성의 양심에 기댄 통계라 할 수 있겠다.

은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은 성 구매 비율을 보이는 30대 대졸 직장 남성을 인터뷰했다. ㄱ씨는 30대 후반이며 금융계열 대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대학원을 다니다 현재의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맞벌이로 아들 하나를 키우고 서울 강남에서 전세를 사는, 스스로 평범한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남성이다. 영업을 위해, 또는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그는 겸업형(룸살롱 등 유흥주점), 전업형(성매매 집결지), 변종형(안마시술소·마사지업소 등)을 모두 이용한다. 보고서의 기준으로 보면 적극적 집단이다. 보고서는 적극적인 집단을 14%, 일부 업소만 제한해 이용하는 소극적 집단을 51%, 온라인·해외 구매 집단을 35%로 분류했다.

“연말에 주로 가요. 인센티브가 나오면 여유(돈)가 있으니까 마음에 맞는 동료나 후배랑 가죠. 그것도 돈이 있어야 가는 것이죠.”

그가 말하는 성 구매 경험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돈만은 아니다. ㄱ씨는 영업사원이어서 접대를 하는 쪽이다. 접대를 할 때 상대방의 성매매 비용을 미리 지불한다. 그때 ㄱ씨는 성매매를 하지 않는다. ‘접대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일과 성매매 행위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성 구매를 자제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구분은 모호하다. 그가 성 구매를 할 때는 인센티브를 받은 뒤 회사 동료와 함께다. 회식을 일의 연장이라고 보면, 그때의 성 구매도 직장 생활의 연장이다. 중요한 것은 성매매 행위가 연대감을 주느냐다. 이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의 성매매에 대한 자기 논리화의 뿌리이기도 하다.

“특히 친구 군대 보낼 때 ‘다 같이 한번 가자’ 뭐 그런 식으로 첫 경험을 하게 되죠. 그때 안 간다고 빠지면 안 되는 분위기로 몰고. 아마 한국 남자들 대부분 마찬가지 아닐까 싶은데….”

» 해가 저물면 서울 종로·강남 등 유흥주점이 몰린 지하철역 부근에는 변종 성매매를 홍보하는 명함 크기의 전단이 깔린다. 2010년 한 해 동안 성매매를 한 남성 가운데 7.4%가 변종형 성 구매를 했다. 한겨레21 박승화

» 해가 저물면 서울 종로·강남 등 유흥주점이 몰린 지하철역 부근에는 변종 성매매를 홍보하는 명함 크기의 전단이 깔린다. 2010년 한 해 동안 성매매를 한 남성 가운데 7.4%가 변종형 성 구매를 했다. 한겨레21 박승화

안마시술소 경험이 가장 높아

보고서는 성 구매를 하는 친한 친구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3.7배나 더 구매한다고 분석했다. 그 친구에는 직장 동료도 포함된다. ㄱ씨도 마찬가지다. 연구는 그 관계의 내부를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성 구매 남성 심층면접’을 통해 “면접 대상 남성들의 경험에서 두드러진 행태적 특성은 대부분 남성들이 혼자보다는 다른 남성들과 모임을 갖는 과정과 경로를 통해 성매매를 하러 간다는 것”이라고 밝힌다. “혼자서는 성 구매를 해본 적이 전혀 없거나 한 번뿐이라고 말하며 개인적인 출입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진술이 심층면접 대상자 18명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보고서는 “성 구매 행위가 남성들 간의 집단성과 동성사회성을 발현하고 확인시켜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동성사회성은 남성(혹은 여성)이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느끼는 비성애적 매력이라고 풀이된다. 남성성이 발현되는 집단 안에서 한국 남자의 이성은 작동을 멈춘다.

“돈을 지불하니까요. 그리고 저쪽에서도 그걸 원하고.”

ㄱ씨가 주로 간다고 밝힌 곳은 안마시술소다. 유흥주점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고 안마시술소를 찾을 때도 있다. 안마시술소는 존스쿨 대상자(성 구매자 재범방지 교육을 받는 성매매특별법 위반자)가 가장 많은 경험을 하는 곳(61%)이며, 교육 수준별로 대학원 이상 응답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ㄱ씨가 가는 곳이 유사성행위 업소라고 하지만, 유사냐 아니냐는 학술적 구분일 뿐 현실에서는 구분이 분명치 않다. 유사성행위가 이뤄진다고 알려진 곳도 현실에서는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ㄱ씨는 이용 업소의 종류나 이용 형태의 적극성만이 아니라 횟수에서도 평균치를 훌쩍 넘어선다. 1년을 따지자면 7~8회 정도다. 이런 경향성은 보고서에서도 나타나는데, 대학원 이상 학력자들이 교육 수준에서 고졸 이하인 응답자들에 비해 1.74배 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ㄱ씨는 경기가 좋아 인센티브를 많이 받을 때는 그 이상도 갔다고 말한다. 연말에는 평균 한 주에 한 번꼴로 간다. 벌써 ㄱ씨 업계의 연말 시즌은 시작됐다. 12월이면 접대도 늘고 자신이 안마를 받으러 가는 횟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터뷰는 수위를 조절해야 할 정도로 거침없었다. 그만큼 성 구매는 일상화돼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심층 인터뷰에서도 마찬가지였다(특집2 “꼭 해야만 합니까” 참조). ㄱ씨는 자신의 성 구매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논리를 세우고 있기도 했다.

» 2010년 1년 동안 성매매 1회 이상 남성 비율

» 2010년 1년 동안 성매매 1회 이상 남성 비율

노래방이 성매매 중간단계

물론 외부적인 요인도 있다.

“룸살롱이나 안마에 한번 다녀와봐요. 얼마나 문자나 전화가 오는지, ‘그래, 이참에 한번 갈까?’ 하는 생각이 안 들 수 없다니까요.”

ㄱ씨의 말은 남성 자신의 욕구에 더해지는 공급자의 수요 창출 노력이 갖는 효과를 보여준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농담처럼 “전세계에서 한국처럼 불법행위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마케팅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결혼 여부는 영향이 있을까. ㄱ씨는 “행복의 크기를 따져보면 보통 가족 이상”이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ㄱ씨가 적극적으로 성매매 행위를 계속하듯 성 구매와 혼인 상태는 관련이 없다. 보고서는 전업형인 성매매 집결지, 겸업형인 유흥주점, 변종 성매매, 해외 성매매 등 모든 성매매 유형에서 혼인 상태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성 구매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분석했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최근 1년간 성매매 업소 및 경로를 이용한 응답 가운데 가장 많은 수가 노래방(552건)이었다. 이는 성 구매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거쳐가는 중간 단계가 노래방임을 의미한다. 일탈은 노래방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노래방은 시작일 뿐이다. 업소별 사회 연결망 분석을 보면 노래방에서 시작된 일탈이 대부분의 업소로 촘촘하게 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숙박업소, 나이트클럽, 성매매 집결지, 대딸방, 룸살롱, 안마시술소, 심지어 해외까지 구조화된다. 이는 이 가운데 한 업소에서 성 구매를 시작한 남성이 결국 다른 업소에서도 성 구매를 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평생에 걸쳐 유형별 성매매 업소를 전전하는 대한민국 남성의 수는 반에 다다른다.

최근 1년간 성교 행위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업소 유형별 방문 비율에서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가 57%으로 가장 높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라져가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성매매 집결지가 얼마나 많은 남성들로 붐비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다. 1년 동안 19살 이상 남성의 절반에 가까운 수, 그리고 그 절반이 넘는 수가 전국의 집결지에서 성매매를 한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성교 행위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업소 유형별 방문 비율에서 전업형 성매매 집결지가 57%으로 가장 높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라져가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성매매 집결지가 얼마나 많은 남성들로 붐비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다.

미국 15~18%, 네덜란드 16%

다른 나라의 남성은 어떨까. ‘성매수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국에서의 최근 조사(2006 일반사회여론조사(General Social Survey))는 2006년에 진행됐다. 미국 남성은 최근 1년 동안 4%의 성매수 경험이 있고, 평생 동안의 성매수 경험은 15~18%로 조사됐다. 우리와 비교할 때 10분의 1 규모다. 일부 연구는 집단 표본에 대한 추적조사를 해보니 60%가 넘는 수가 일생 동안 성매수를 경험한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우리의 조사 결과와 방법적 차원에서 비교할 수 있는 것은 2006년의 자료다. 심지어 합법적으로 성매매가 가능한 오스트레일리아(16%)나 네덜란드(16%)도 수치가 우리의 절반을 밑돈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7%에 불과했다. 전세계적으로 우리와 비교가 가능한 곳은 짐바브웨 정도로 53%다.

성 앞에만 서면 이성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남성에게 적절한 처방전은 없을까. 보고서는 청소년기 교육만이 양성평등 인식을 길러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징벌적 차원을 넘어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멀고도 어려운 얘기다. 당장 연말이 다가온다. 셀 수 없이 많은 ‘확신범’이 1조2907억원을 들고 비열한 밤거리를 누빌 것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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