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16일 도쿄 신일본제철 빌딩에서 만난 오카자키 데루오 환경부장은 환경기술이 지구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의 수익으로도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신일본제철이 중국 제철소 환경개선일본 최대 철강회사인 신일본제철은 일본철강연맹과 함께 지난해 말 중국의 제철소 3곳을 찾아 환경개선을 위한 현장 진단을 해주었다. 앞서 신일본제철은 2003년 중국 베이징의 현지 기업과 함께 에너지 절감 설비를 만드는 합작회사를 세웠다. 주 고객은 중국 제철업계다. 전세계적로부터 ‘환경오염국’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로서도 신일본제철의 고도의 친환경 기술이 절실하다.
신일본제철은 중국에서 진행하는 환경기술 이전 프로젝트만도 5개에 이른다. 타이에서도 에너지 절감 기술을 공급할 예정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일본 산업의 에너지 효율 경쟁력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환경산업은 ‘돈’으로 이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간의 화해 무드로도 확대·발전하고 있다. 환경기술은 ‘가깝고도 먼 나라’인 중국과 일본을 현실적인 이해관계로 다가서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수준 높은 친환경 기술을 통해 실리를 취하면서도 국가 간의 관계도 개선하고 있는 셈이다.
스즈키 다쓰지로 도쿄대 공공정책대학원 객원교수는 “현재 일본은 이산화탄소를 분리 회수해 땅속이나 해양에 저장하는 기술과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자동차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가정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기술 역시 유럽의 환경 기업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발맞춰 일본 은행들도 ‘환경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은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목재 부스러기로 재생 목재를 만드는 기업에 300억엔의 자금을 제공했다. 이 은행은 2005년 ‘환경대출’ 금액이 500억엔에서 2006년 1천억엔을 넘어섰다. 또 미즈호은행은 환경기술을 가진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가정에 대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있다.
일본에선 내년 봄부터 주스·과자와 같은 생활에 밀접한 소비제품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표시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지구온난화가 생활과 밀접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되고, 기업은 이산화탄소 절감 노력을 통해 제품 차별화를 할 수 있게 된다. 환경 문제가 기업의 마케팅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활용되는 것이다.
산업계가 정부보다 먼저 ‘절감’ 계획일본 정부와 기업은 환경 문제에 대해 윈윈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이산화탄소 절감에 관해 큰 그림을 제시하면, 기업들이 먼저 나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며 호응하고 있다. 기타구치 히사쓰수쿠 신일본제철 매니저는 “정부가 환경 규제에 관해 구체적인 지침을 내리기 전에 산업계가 앞장서 이산화탄소 절감 계획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규제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더 무거운 규제를 피해나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 정부 역시 국제사회에서 이산화탄소 절감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어 이른바 ‘꿩 먹고 알 먹는 식’의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김경수 주일대사관 상무관은 “환경 투자는 이제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환경시장이라는 장터를 마련해주고 기업들은 기술을 판다. 일본의 환경기술 전략이다.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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