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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기획연재] 한 대의 자동차라도 더 줄여라

등록 2008-09-05 00:00 수정 2020-05-03 04:25

스웨덴 지자체 식튜나 코뮨의 노력… 친환경 차동차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과 카풀 확대

▣ 식튜나(스웨덴)=글 · 사진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3부 세계의 에너지 절감 현장 /

“골칫덩이는 자동차군.”

2007년 11월, 스웨덴의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인 식튜나 코뮨의 ‘2008년 환경 관련 정책회의’에서 새어나온 한숨이었다. 식튜나 코뮨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2.6tCO₂(이산화탄소톤)에서 2.8tCO₂으로 0.2tCO₂ 증가했다. 스웨덴 전체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인 5.3tCO₂에 견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2008년 스웨덴 국립교통분석연구소(SIKA)의 분석 결과, 2010년까지 스웨덴에서 자동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990년 대비 10%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경, 산업, 발전 등 다른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는 추세와 거꾸로 가는 것이다.

연료소비 효율적인 운전법 교육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약 40km 떨어져 있는 식튜나 코뮨은 스웨덴의 290개 코뮨 중 71개 코뮨이 가입한 ‘스웨덴 친환경코뮨연합’(SEKom·Sveriges Ekokommuner)의 일원이다. 독일 등에서도 1990년대 후반에야 시작한 열병합발전을 식튜나 코뮨은 이미 1989년에 시작했다. 인근의 잡목을 이용해 물을 데운 뒤 온수로 난방을 하는 방식으로, 코뮨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렇게 ‘에코코뮨’으로 자리매김한 식튜나 코뮨의 친환경 행보에 제동을 거는 존재로 자동차가 떠오른 것이다.

“결국 지난해 말 회의에서 2008~2010년 3년간 코뮨의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또 어쩔 수 없이 운행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는 운영계획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7월25일 오전, 식튜나 코뮨에서 행정과 재무를 총괄하는 그레게르 스벤손 재무국장이 유리병에 담은 물을 따르며 말했다.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멜라렌 호수를 끼고 있는 식튜나 코뮨은 주변의 풍부한 침엽수림, 발트해로 이어지는 깨끗한 물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다. 물이 워낙 깨끗해 수돗물을 식수로 이용한다. 스벤손 재무국장은 “페트병 대신 이런 유리병을 사용해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우리 코뮨 정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이 건물 안에서는 페트병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쓰레기통이라도 뒤져보라는 태세였다. 페트병 하나까지 꼼꼼히 신경쓰는 식튜나 코뮨에서 ‘골칫덩이’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시행할까.

카풀 제도가 그 첫 단추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등 스웨덴 대도시에서 시행되는 카풀 제도는 관공서 차량을 낮에는 관공서에서 이용하고, 저녁과 주말에는 개인들에게 대여하는 방식이다. 스웨덴 국립교통분석연구소에 따르면, 카풀 차량 1대가 8~12대의 개인 차량을 대체한다고 한다. 개인마다 차량을 소유할 때보다 차량 이용 자체가 억제돼 전체 교통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튜나 코뮨에서는 9월부터 관내 가장 큰 마을인 메슈타 지역에서 친환경 차량 5대로 ‘카풀 차량’을 운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적어도 40~60대의 차량을 대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친환경 차량의 보급을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차량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신개념’ 환경정책인 셈이다. 스벤손 국장은 “카풀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면 열병합발전이 식튜나에서 시작돼 스웨덴 전역으로 퍼졌던 것처럼, 대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 코뮨에서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뮨이 운영하는 운전학교에서는 올해부터 연료소비를 효율적으로 하는 운전법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타이어의 공기압을 적정하게 유지해 연료 소비량을 2% 가량 줄일 수 있고 △엔진을 조정하면 연비를 4% 가량 올릴 수 있으며 △공기 필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연비를 10% 가량 끌어올릴 수 있고 △자동차 지붕에 설치한 짐받이를 사용하지 않을 때 분리하면 공기저항을 줄여 불필요한 연료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도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세제 혜택을 통해 사람들이 친환경 자동차를 사게끔 유도한다. 스톡홀름, 예테보리, 말뫼 지역 등을 포함한 30여 개 코뮨에서는 공공장소 등에서 주차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출퇴근 시간에 징수하는 혼잡통행료도 2007년 8월부터 5년간 면제된다. 친환경 차량에 대해서 차량당 1만크로나(약 16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여기에 자동차세도 30% 가까이 감면된다. 정부의 이런 유인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08년 1억크로나의 예산을 마련했다가, 예상보다 친환경 차량의 판매량이 높아짐에 따라 1억4천만크로나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했다.

친환경 차량 늘리는 택시회사들

스벤손 국장은 헤어지면서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말했다. “문제를 인식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 식튜나 코뮨에서 당면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식튜나 코뮨은 그때그때 인식하는 환경 문제에 대처해 작은 시도들을 매번 해나가고 있었다. 1989년 지역난방을 열병합발전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거리의 가로등을 하나하나 에너지 절약 램프로 바꿔나갔고, 에너지자문센터를 통해 ‘10가지 에너지 절약 지침’을 항상 교육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식튜나에서 스톡홀름으로 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향하던 길. 전철역 앞에는 노란 택시 3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꽃무늬가 가득 그려져 있었다. 에탄올 85%와 가솔린 15%로 이루어진 에탄올 연료를 쓰는 친환경택시(Miljotaxi)였다. 현재 스웨덴 정부는 주정부, 코뮨 등의 모든 택시회사들에 친환경택시를 늘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노란 택시들이 속해 있는 회사인 ‘탁시 020’은 회사 소속 택시의 20%가 친환경택시다. 탁시 020은 친환경택시를 통해 2006년부터 1년6개월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를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회사인 ‘탁시 스톡홀름’도 탁시 020의 시도에 힘입어 친환경택시 보유량을 16%로 끌어올렸다.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택시 운전사는 “친환경 차량이라고 택시비가 비싸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은 회사에 부담이 되지만, 앞으로 계속 석유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라며 “지금 회사에서는 2010년까지 보유 차량의 80%를 친환경 차량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일러줬다.

이처럼 스웨덴에서는 친환경 차량을 늘리고 차량 이용을 억제하고 운행 중 연료 소모를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개별 택시회사에서부터 각 코뮨,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녹색성장의 요란한 구호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걸음을 내디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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