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수수밭 노동자들의 고단한 하루… 검게 그을린 줄기를 내리치면 온몸이 잿가루와 흙먼지
▣ 마투그로수(브라질)=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1부 불타는 아마존 /차로 몇 시간째 달리고 있지만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다. 그 흔한 산도 없다. 오직 빽빽하게 대지를 메운 녹색의 사탕수수만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브라질 마투그로수 주 변경 마을인 바하두부그리스. 상파울루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3시간가량 이동한 뒤 쿠이아바에서 다시 차로 3시간 달려 도착한 곳이다. 수확을 앞두고 며칠 전 놓은 불에 사탕수수 잎은 다 타버리고 검게 그을린 앙상한 사탕수수 줄기만 서 있다.
원래 그곳은 빽빽한 밀림이었다. 10여년 전부터 사람들은 밀림을 없애고 그곳에 사탕수수를 심었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하는 브라질의 에탄올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경제논리가 밀림을 걷어낸 것이다.
작업은 아침 6시에 시작해서 오후 2시까지다. 작업을 시작한 뒤 조금만 지나면 내리쬐는 열대의 열기가 한치의 망설임도 허락하지 않는다. 검은 안경과 귀와 목까지 덮은 모자, 카넬레이라(가죽이나 금속 등으로 만든 정강이 보호대), 파컹(큰 칼)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사탕수수 가지를 내리친다. 힘든 작업을 잊기 위해 뭔가 흥에 겨운 노래나 실없는 잡담도 할 법한데, 곧 있으면 들이닥칠 뜨거운 열기보다 빨리 작업을 마치기 위해서인지 별다른 말들 없이 그저 사탕수수 가지만 내리친다.
낮 12시를 넘어서자 뜨거운 태양이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기세로 달려든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늘 한 점 없다. 살인적인 땡볕을 고스란히 받는다. 사탕수수 검댕이와 열기를 토해내는 대지의 흙먼지가 콧속으로 밀려든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쉬기가 힘들다. 잘라놓은 사탕수수 더미 위에 무작정 앉는다. 농장주가 아침에 준 5ℓ짜리 개인 물통에서 물을 따라 마신다. 미지근하지만 다시 시야가 밝아진다. 이내 파컹을 다시 들고 줄기를 내리친다.
끝없어 보이던 작업도 오후 2시가 되자 마무리된다. 땀에 전 윗도리를 벗어 꼭 쥐어짜니 검은 물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얼굴과 몸뚱이가 잿가루와 흙먼지로 뒤범벅이다. 타고 온 버스의 뒷자리에 실린 물탱크 꼭지에서 삐질거리며 나오는 물에 급한 대로 씻는다. 아직 불을 놓지 않은 사탕수수밭이 내놓는 손바닥만한 그늘에 몸을 숨긴다.
이렇게 땀 흘린 대가는 한 달에 800헤알(약 50만원) 정도. 그나마 비가 오는 4개월 동안엔 일이 없다. 풍족한 돈은 아니지만, 브라질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600헤알 정도이니 별다른 기술 없이 브라질 농촌에서 버는 돈치고는 나쁘지 않다.
사탕수수 하나를 잘라 껍질을 벗기고 속살을 베어무니 단물이 흘러나온다. 오늘 받을 일당과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달짝지근한 진액과 가족 생각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고단한 하루 노동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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