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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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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배송, 시한폭탄

쿠팡 심야-주간 14일 택배노동 일기
등록 2025-12-04 21:16 수정 2025-12-11 07:24


 

그것은 단거리경주를 밤새워 하는 일이었다.

밤새워 일하는 직업은 많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4시간에 30분씩 주어져야 하는 휴게시간 없이 이어서 노동하거나, 주 6~7일 연속으로 하는 노동은 드물다. 밤새 쉬지 않고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일도 많지 않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직업 중 하나가 택배 심야배송, 심야분류 작업이다. 이들의 심야노동에는 쉼이 없다. 더 빠르게, 더 많은 물품을 배달하려는 쿠팡의 배송 압박 시스템이 이들을 밤새워 달리게 한다.

심야에 배송을 원하는 기사들이 있다. 가장 큰 유인은 보상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건강에 대한 대가로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쉬지 않고 밤새워 뛰어다니는 노동에 견줘 건강청구서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배송기사도, 소비자도 자세히 모른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몸이 보내는 신호를 들어보기 위해 장비를 차고 그 시스템 안으로 직접 들어갔다. 밤새워 일하는 것이 낮에 일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몸이 보내는 여러 신호를 듣고 기록했다.

2025년 11월 초 취재를 시작한 이후로만 쿠팡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3명 숨졌다. 한겨레21이 심야배송을 처음 체험하기 하루 전날 제주도에서 심야배송을 하던 오승용씨가 차 사고로 숨졌고, 11월21일과 26일 쿠팡 물류센터에서 밤새워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쓰러져 숨졌다. 2025년 사망한 쿠팡 노동자만 8명(배송기사 4명·물류센터 4명)에 이른다.

심야에 일하던 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엔 늘 따라오는 멘트가 있다. “지병이 있었다.” 밤새워 일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쿠팡은 심야노동이 건강과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하고, 배송기사들과 소비자 뒤에 숨어 오늘도 택배 물품을 기사들에게 마구 밀어내고 있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새벽배송 금지’ 혹은 그걸 말하는 태도를 놓고 공허한 논쟁이 반복됐다.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집계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2020년 이후 숨진 쿠팡 노동자는 29명이다. 한 회사에서 이렇게 많은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한 건 사고가 아니라 재난이다. 한겨레21 취재에 도움을 준 전문가들은 심야배송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결과가 최소 5년, 길면 20년 뒤에 날아올 것이라고 했다. 시한폭탄은 이미 터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이건 예고가 아니다. 지금 당장의 일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 1592호 표지이야기 ‘쿠팡 심야-주간 14일 택배노동 일기’ 보기

최초도 아닌데… 기자가 ‘굳이’ 심야배송에 뛰어든 이유는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84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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