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백해무익한 풍천리 양수댐, 새 정부가 철회해야

등록 2025-10-02 18:47 수정 2025-10-09 17:14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총무(오른쪽)가 2025년 9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의 강원도민과의 만남(타운홀 미팅)에서 의견을 전달한 뒤 우상호 정무수석과 사진을 찍었다. 이창후 제공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총무(오른쪽)가 2025년 9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의 강원도민과의 만남(타운홀 미팅)에서 의견을 전달한 뒤 우상호 정무수석과 사진을 찍었다. 이창후 제공


“대통령님, 풍천리(강원도 홍천군 화촌면)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양수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서 비극이 시작됐습니다. 7년이 넘도록 마을 사람들은 군청 앞 집회를 이어오고 노숙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 풍천리는 100년 넘게 가꿔온 11만 그루의 명품 잣나무 숲으로 우거진 동네입니다. (…) 양수댐이 건설된다면 명품 잣나무 숲은 수몰되고 주민들 삶의 터전은 파괴되고 이 많은 생명이 비참하게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동물이 떠난 곳에는 사람도 살 수 없는 법입니다. 무엇을 더 달라는 것도, 보상을 더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제발 있는 그대로 놔둬라, 살던 그대로 살게 해달라는 겁니다.”

2025년 9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의 강원도민과의 만남(타운홀 미팅)에서 이창후 풍천리양수발전소 반대대책위원회 총무가 준비했던 발언이다. 사전심사까지 통과했지만 현장에서 끝내 지명받지 못했다. 2025년 3월14일 한겨레21과 만나 양수발전소 공사로 풍천리와 마을공동체, 숲이 파괴되는 문제를 고발(제1556호 참고)했던 이 총무에게 6개월여 만인 9월23일 안부 전화를 걸었다. 저녁 늦게 잣 수확 작업을 마친 뒤였다.

 

—새 정부 들어서도 매주 홍천군청 앞에서 양수발전소 및 송전탑 백지화 결의대회를 이어가고 계십니다. 벌써 667차(9월19일)더라고요.

“집회뿐만이 아니죠. 국무조정실, 국정기획위원회, 대통령실 등에 찾아가서 만나고 의견을 드리기도 했어요. 이 사업이 국가 발전에 꼭 필요하다면 주민들이 수용할 수도 있다. 공개 토론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한 거였어요. 8월 초에 대통령실 관계자가 구두로 ‘(풍천리 양수발전소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어요. 그땐 잔치 분위기였죠. 그런데 8월2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홍천양수발전소 건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해버렸어요. 화가 나고 억장이 무너집니다. 타운홀 미팅이 끝나고 나서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한 번 더 전달하긴 했는데, 회신은 없습니다.”

—양수발전소는 이재명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 기조와도 안 맞는 것 같습니다.

“7년간 공부도 참 많이 했습니다. 양수발전과 원자력발전은 세트예요. 산꼭대기에 거대한 댐을 두 개 만들어서 밤에 남는 전기로 물을 끌어올렸다가 낮에 낙차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게 양수발전이죠. 원자력발전은 밤에 전력 수요가 줄어도 발전량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남는 전기를 쓸 곳이 필요해서 양수‘발전’을 하는 겁니다. 정작 쓰는 전기가 더 많으니 ‘발전’도 아닌 셈이죠. 사실 재생에너지 전환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기술이 개발되면 양수발전은 필요 없게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해선 건설에 15년 걸리는 원자력발전소보다는 재생에너지를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고, ESS 기술 개발도 주요 대선 공약이었잖아요. 양수발전소도 15~20년이 걸립니다. 2000년 이후 전국 양수발전소 16기 가동률은 1년에 15일(하루 평균 발전 시간 2시간54분)이어서 수천억원의 적자가 발생(2014~2019년 적자 규모는 7736억원)하고 있잖아요. 이런 사업 때문에 숲과 마을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언론과 한겨레21에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 하는 얘기를 검증하지 않는 언론이 많은 것 같아요. 저 산꼭대기에 크기만 놓고 보면 소양강댐보다 큰 댐을 짓는다는 건데 이게 정말 효율적인지,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양수댐이 들어서면 송전탑이 만들어집니다. 송전선로가 어디를 지나는지, 한수원은 용역을 해놓고도 공개하지 않아요. 더 많은 사람이 연대해서 분쟁이 늘어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죠. 국책사업이라면 더욱 충분한 시간을 두고 투명하게 공개해서 주민 의견을 폭넓게 들어야 하지만, 사업을 빨리 하는 것만 중요시하잖아요. 이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언론이 따져야 하지 않을까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