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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바뀐 여자축구연맹 수장 “WK리그 프로화, 임기 내 기초 닦겠다”

사업가 출신 양명석 회장… “선수들 연봉 20% 이상 올릴 것”
등록 2025-08-22 09:38 수정 2025-08-26 05:43
2025년 8월1일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창녕(경남)=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5년 8월1일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창녕(경남)=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5년 2월6일, 결선투표 끝에 한국여자축구연맹의 새로운 회장이 결정됐다. 양명석 신임 회장이다. 여자축구연맹 수장이 바뀐 건 16년 만이다. 당선을 기뻐하기엔 새로운 회장 앞에 닥친 과제가 산더미다. 단기적으로는 창녕WFC의 지원금 중단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중기적으로는 선수들의 처우와 유소녀 육성 문제를, 장기적으로는 더블유케이(WK)리그의 프로화를 고민해야 한다.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는 2025년 8월2일, 양 회장을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만났다. 그는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4년 임기 내에 WK리그의 프로화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기반을 닦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다만 연봉상한(5천만원)과 드래프트 지명에 따른 연봉(1순위 3천만원) 액수는 임기 내 20% 이상 올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탈의실 없는 경기장, 동결된 연봉 상한선

―창녕선수권대회에 지난해에는 없던 탈의실이 생겼다.

“임원이 되기 전에 여자축구 현장에 자연인으로서 10년 정도 있었다. 여자 선수들이 경기 전에 화장실에 뛰어가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꼭 개선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2025년 4월 춘계대회부터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탈의실을) 설치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정착시키려고 한다.”

―선수권대회 일반부 경기 일정을 보면 9일 동안 5경기를 치른다. 무리한 일정 아닌가.

“아마추어 대회는 지금 남자도 대부분 퐁당퐁당(하루 걸러 하루 경기하는)이다. 대회 기간을 늘리면 결국 돈이다. 대학교팀을 기준으로 결승까지 가면 한 2천만원 든다. 학교에서도 예산이 풍족하면 괜찮은데, 대부분 예산에서 많이 허덕이고 있다. 연맹이 예산을 다 지원해줄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WK리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연봉 3천만원을 받는다. 2009년 리그 출범 이후 변하지 않았다. 연봉 상한선도 그대로다. 바꿀 여지가 있나.

“각 구단주들과도 협의하고 이사회를 통해 규정을 변경해야 하지만, 개인적 소견은 연봉 상한선을 현재 5천만원에서 상당액 올려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팀별 1~2명 정도는 상한선을 아예 폐지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릴 계획인가.

“20% 이상은 올려야 한다. 드래프트 지명에 따른 연봉도 1순위 3천만원, 2순위 2700만원, 3순위 2400만원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도 20% 이상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부분은 강한 의지가 있다.”

―강한 의지를 갖게 된 배경은.

“최근 대학교에 다니는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신청하지 않고 국외로 나가는 사례가 확 늘었다. 물론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으면 박수 치며 보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WK리그에 와서 경험하다가 검증받고 국외로 가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W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지금보다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문선수 등록률 갈수록 곤두박질

―현행 드래프트 제도가 바뀔 여지도 있나.

“지금은 대학교 입학 후 2시즌이 경과해야 드래프트 참가 자격이 부여된다. 이는 대학교 입학 학생에 해당하는 것이고, 고등학교 졸업자도 드래프트를 신청하고 있는데 관행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는 뽑지 않고 있다. 기본적으로 잘하는 선수들은 빨리 WK리그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대학교 입학 후 2시즌이 지나야 드래프트를 신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없앨 계획이다.”

―창녕WFC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천 대교가 해체될 당시 7개팀으로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연맹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창녕군의 도움을 받아 만든 팀이다. 7개팀이 되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내려오게 되는데, 그럼 WK리그 구단들도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문체부와 협의하고 있는데, 문체부에선 2025년까지만 지원해준다는 입장이다. 이 정도 팀이 운영되려면 최소 20억원의 예산이 필요해서 다른 지자체를 계속 섭외하는 중이다.”

―여자축구 전문선수 등록률이 빠르게 줄고 있다. 2016년 1915명에서 2025년 1462명으로 10년 사이 23%가 줄었는데.

“제일 시급한 게 학교팀이 합숙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합숙이 금지돼 있어 축구를 하기 위해 1시간30분~2시간씩 이동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학교팀을) 클럽화하면 합숙도 가능하고 학교 규제도 받지 않지만, 회비를 학생들에게 부담시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연맹은 우선 (클럽팀으로 전환하려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많은 지원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원할 예산 여력이 되나.

“결국은 스폰서십을 맺어야 한다. 지자체에서 유치금을 받아 금액의 일부를 팀에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2025년 하반기 추계대회부터 해보려고 한다. 지자체와 협의 중인데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남자는 프로축구 산하에 유스팀이 운영되고 지역에 학교팀이나 클럽팀도 많다. 여자축구는 팀 자체가 많이 없어서 여러 지역을 움직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유소녀 육성 대책은 무엇인가.

“제일 좋은 건 남자 프로팀처럼 WK리그의 팀 중에 한 팀이라도 지원해서 산하에 유소녀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구단들 나름대로 경제적 상황이 원만치 않다보니 당장 하기가 어렵다. 구단들과 계속 접촉해 두드리고 있다.”

2025년 8월1일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창녕(경남)=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5년 8월1일 양명석 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창녕(경남)=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4년 여자축구연맹에서 구단별 유소녀 클럽 육성을 의무화하면서 운영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일부 구단은 제출하지 못했다. 무작정 방법을 내놓으라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구단들을 강제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좀 강하게 어필할 것이다. 연고지 체결이라도 해서 미미하지만 유니폼 한 벌이라도 (받는 방식으로) 거기서부터 시작점을 잡으려고 한다.”

―K리그 팀이 유소녀 클럽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안은 어렵나.

“프로축구연맹 쪽과 이야기해봤는데 남자 유스팀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 한 팀만이라도 접목해주면 좋겠는데, 프로축구연맹에서 쉽게 해줄 것 같지 않다. 그쪽에 부탁해서 될 사안은 아니고 여자축구연맹이 노력해서 어떻게든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다.”

 

“연맹 행정체계 바로 세워야”

―일본은 2021년 여자축구 프로리그를 도입했다. 임기 내에 WK리그의 프로화가 가능할까.

“2029년까지가 임기인데, 현실적으로 그 안에는 (프로화가) 어려울 것 같다. 프로화하려면 구단의 프런트라든지 정비해야 할 부분이 매우 많다. 다만 그런 부분을 하나씩 해결하려고 한다. 당장 2026년부터는 강제조항을 둬서 구단별로 프런트 직원을 몇 명 이상 두도록 하고, 이렇게 하다보면 10년 정도 지나면 (프로화 조건이) 갖춰질 거라고 본다.”

―프로화를 위한 기초공사를 하겠다는 말인가.

“그 기초공사를 임기 내에 하고, 이후에 그만두더라도 다음에 오는 분이 그 방향대로 가면 금방 프로로 올라갈 수 있다.”

―임기 내에 이것만은 해결하겠다는 과제가 있나.

“행정이다. 들어와서 보니까 모든 기록이 연맹의 자산인데 행정이 10년 넘게 멈춰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내부 결재 시스템부터 하나씩 바꾸고 있는데, 이 부분은 확실히 잡고 갈 예정이다. 누리집도 개선하고 있는데 아직 미흡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고쳐갈 예정이다.”

 

창녕(경남)=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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