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혜진 변호사. 한겨레 자료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 ‘연희단거리패’를 이끈 연출가 이윤택의 연극배우 다수에 대한 성폭력 사건,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등 성폭력에 대한 사회 인식 및 제도 변화의 변곡점이 된 사건들 피해자 옆에는 거의 빠짐없이 서혜진 변호사(사진)가 있었다. 변호사지만 법률의 언어보다 피해자의 언어에 더 귀 기울여온 그는 2025년 변호사 생활 15년째를 맞아 그간 만나온 피해자들을 위해 싸워온 무기인 법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책을 펴낸다.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가해자를 잘 처벌하기 위해 수사 시스템 변화, 법률 개정 가능성을 타진하는 토론회도 연다.
—2025년 6월27일 국회에서 열리는 ‘아동·청소년 성착취 실태와 과제’ 토론회 좌장을 맡았다. 실태에서 새롭게 봐야 할 것이 있나.
“과제를 공론화하고 논의하려 한다. 아동 성착취 범죄의 온라인·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지 오래다. 온라인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첫 접촉이 일어난 뒤 온라인에 기반해 성착취가 전개되다가 오프라인에서 성폭력이 벌어진다. 그런데 처벌은 온라인에선 아동성착취물 제작·유포, 오프라인에선 강간·강제추행으로 철저하게 구분해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개되는 협박과 성착취의 과정을 놓치면, 정작 오프라인 범죄는 일회성 범죄로 인식돼 처벌이 경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기관이 그 전개 과정에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17~19살 미성년자 조력도 어려움이 있다. 2020년 67년 만에 의제강간 인정 연령이 13살에서 16살로 올라갔다.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강간이 인정되는 연령이다. 법에서 ‘의제강간 연령’을 16살로 정하다보니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17살부터는 성인과 동등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17~19살 미성년자도 성적자기결정권이 완전히 성숙한 상태라고 볼 수 없지 않나. 그날 토론회에서 십대여성인권센터, 탁틴내일 등 청소년을 조력해온 단체에서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실태와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다.”

—요즘은 주로 어떤 사건을 맡고 있나.
“딥페이크 피해자들의 문의가 많다. 가해자의 80%가 10대이고 피해자도 60% 이상이 10대다. 이전에는 학교폭력으로 경미하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2024년 딥페이크 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피해자 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개선돼 굉장히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힌다. ‘반포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하는 문구가 삭제되고 형량도 상향됐지만 실제로 기소되는 건수나 형량은 피해에 비해 너무 낮은 실정이다.”
—주로 젠더 범죄 피해자 사건을 많이 맡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13년에 아동학대 범죄, 성폭력 범죄에 대해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처음 시행됐다. 그때 아동학대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를 많이 만나면서 피해자 지원 기관과 함께 일하게 되고 법률·제도의 문제점들을 절감하면서 물 흐르듯 ‘내가 해야 할 일’이 된 것 같다. 2018년 미투 국면에 나 역시 ‘젠더범죄 피해자 지원’ 변호사의 정체성을 찾은 듯하다. 속상한 것은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가 처벌돼도 피해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안희정 피해자 김지은씨도 가해자가 형을 다 살고 출소했지만 여전히 2차 피해를 걱정하고 자신이 노출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피해자는 잘 살고 있냐’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어서 가슴 아프다.”
—‘전체 관람가’인 대선 토론 중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검증’을 빙자해 성폭력 언어를 재현했다.
“그 말을 듣는데 여성으로서 굉장한 굴욕감을 느꼈다. 유력 정치인이 거리낌 없이 티브이(TV)토론에서 ‘성폭력 발화’를 하는 장면을 목격한 피해자들을 생각해보면, 그는 시민 모두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 그가 ‘기적’이라고 내세우는 동탄에도 많은 여성과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산다. ‘이준석 의원직 제명’ 국회 국민동의청원 동의 수도 50만을 넘었다.(6월12일 오전 9시 동의자 수 54만5938명) ‘윤석열 내란 특검법 촉구’ 청원보다 동의 수가 많다. ‘정치적 성향’ 차원을 넘어 ‘이런 혐오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시민들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제명이 가능하다. 끼리끼리 동료의식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반 공무원이 주민센터 민원실에서 이준석이 한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적어도 경징계, 중징계도 갈 수 있다고 본다. 국회의원은 그 기준이 더 엄격해야 한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은.
“시사주간지를 만지고 종이를 넘길 때 와닿는 게 있다. 특히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종이 지면으로 읽을 때 기분이 참 좋다. 한겨레21이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다뤄주면 좋겠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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